인간 불평등 기원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7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 / 책세상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 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자크 루소.. 사실 이 책 내용의 전반적 해설이나 루소 사상의 핵심은 [들어가는 말]에  다 나와 있는 것 같다.

 

"필요한 양식을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인간은 각자 원하는 곳으로 가서 자유롭게 먹고 즐기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누구를 구속하지도 않고 누구로부터 구속받지도 않았으며,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았다. 그런데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자연 재해가 닥치고,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먹이 다툼을 벌이는 일들이 생기면서 자연과 인간 개개인의 독대를 통한 직접적 관계가 깨지고 점차 인간 사이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공동체가 형성되어 갔다.

 

공동체 속에서 각 인간은 남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 존재가 상대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좋고 나쁨이 생겨나고 선악이 나타나며 불평등의 씨앗이 뿌려졌다. 힘이 있거나 재주가 있거나 말 잘하는 사람이 돋보이면서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게 되었고, 드디어 사유물을 남보다 많이 지니게 되었다. 물건이나 땅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나누어 차지하면서 남보다 더 많은 힘을 갖게 되었다. 약삭빠르고 힘있는 자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되고 약한자는 점점 더 상대적인 박탈을 겪게 되었다. 개인의 가치가 존재에서 소유의 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을 소유에 종속시켰다. 루소가 볼때 사유재산제도야말로 인간 불평등의 뿌리이며 불행의 근원이다."(8쪽)

 

루소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인류에게 두 가지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연적 또는 신체적  불평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에 의해 정해지는 것으로, 나이. 건강. 체력의 차이와 정신이나 영혼의 자질 차이로 성립된다. 또 다른 불평등은 일종의 약속에 좌우되고, 사람들의 동의로 정해지거나 적어도 용납되는 것으로 도덕적 또는 정치적 불평등이고 할 수 있다."(45쪽) 

 

그렇다고, 루소는 인간 불평등의 뿌리와 불행의 근원에  대해서는 실증적 검증을 하지 못한다.(아마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는 실증적 검증이 가능할까?) "그것은 인간의 기원과는 이미 떨어져 있는 영역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가 태어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역사에서 벗어나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일체의 실증적 사실의 뒷받침이 배제된 상태의 기술, 그것은 추론이라는 방법에 의한 기술이 될 수 밖에 없다."(149쪽)

 

인간 불평등의 기원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을 기대하며, 뻑뻑한 눈 비비고, 인공눈물 넣으면서 며칠동안 끙끙거리고 읽었는데, 결국은 추론에 불과 하다는 말인가?  밥벌이의 현장에서 현재도  계속 이어지는 불평등(합리적 차별인가?)을 묵묵히 감수하면서, 인간적 자존심을 뭉개가면서 버티었는데...그믐밤,누군가 어두운 길에 착한 불빛을  앞길에 비춰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기대나 무능하고, 비겁한 나는 차마 그 누군가가 되지는 못한다는 인식은 결국, 또다른 책을 찾아 헤매게 한다. 글쎄,과연 누가 이 욕구를 채워줄 만한 책을 썼을까? 스스로 이런 저런 책들을 읽고, 나 또한 그 기원에 대해 추론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막걸리에 찌들고, 녹이 좀 슬긴 했지만, 내 머리가 몸통위에 단순한 액세서리로 달려 있는게 아니라면, 그동안 읽고, 배운지식으로 한번 굴려보자.영차~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아마 권력의 발생이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인데, 그렇다면 호모사피엔스사회에서 계급이 처음 발생하게 되었다는 청동기시대로부터 잡아야 하나? 그런데 정말 청동기시대에 처음으로 계급이 발생했고, 그때부터 인간이 불평등하게 되었을까?  혹시, 청동기시대 이전 부터 계급은 있었고, 따라서 이미 불평등했지만 청동기시대에 이르러 좀더 체계화된 계급조직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한 권력자의 대규모 정복전쟁이 시작된 시기였지 않았을까? 돌도끼들고 사냥나가던 구석기시대에도 사냥전술상 누군가의 지도(지혜 가진자)를 받는다든지, 혁혁한 공을 세운자(힘세고 용감한 자)가 있다든지 해서 사냥에 성공한 후 그 먹이분배에 차등과 불평등이 생기지 않았을까?  

 

루소처럼 나도 이렇게 추론할 뿐이다. 인간 불평등 기원의 시기가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평등이 발생한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인류는 태어나자마자, 그 순간부터 불평등해졌다. 근데, 나는 그 불평등의 기원에 대해 왜 이리 집착하는가? 불평등한 현재의 삶에 대해 불만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염증때문에?  설사 그 인간 불평등의 기원, 그 진실을 알아낸다 한들 어쩔 것인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그러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너무 어둡다. 길잡이 별이 착한 별빛으로 인도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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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0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날에는 이 책을 비판하는 주장들이 나오지만, 18세기에 불평등의 기원을 추론하는 작업은 대단한 시도였습니다. 인류의 기원을 찾는 작업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

sprenown 2017-10-20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랬을 것 같아요.. 그래서 루소가 프랑스 혁명의 아버지라는 말까지 듣는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