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맥베인의 <경찰혐오자>를 읽다가 뜻밖에도 한국관련 내용이 나오길래 적어둔다. 카렐라와 부시 형사가 이른바 '용의자 퍼레이드'에 참석했다가 데이비드 브롱킨을 심문하는 장면이다. 데이빗 브롱킨은 술을 쳐먹고 가로등에다 대고 권총질을 한 혐의로 체포된 똘아이다. 문제는 이 똘아이가 가로등을 부수느라 사용한 권총이 하필이면 연쇄경찰살인범이 사용한 것과 동일한 45구경 권총이라는 점이다. 흥미를 느낀 카렐라와 부시 형사가 이 똘아이를 심문하는데....,

  "도대체 왜 가로등에다 대고 총이나 쏴 대는 멍청한 짓을 했는지 알고 싶다는 거죠."
  "그냥 기분이 좋았어요. 나 참, 당신은 기분좋을 때도 없습니까?"
  "기분이 좋다고 가로등을 쏘고 다니지는 않죠."
  "그래요? 아무튼 난 그래요. 총을 쏘면 경마장의 말도 경주를 시작하지 않습니까."
  "그 총 말인데요."
  "그럼 그렇지, 그 총 얘기가 언제 나오나 했지."
  "본인 총입니까?"
  "그럼요, 제 겁니다."
  "어디서 난 총이죠?"
  "동생이 우리 집으로 보내 줬어요."
  "동생은 어디 있죠?"
  "한국이요."
  "총기 소지 허가증은 있습니까?"
 "그건 선물이었다고요."
 "그 빌어먹을 총을 당신 손으로 만들었건 선물로 받았건 내가 무슨 상관입니까!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세요. 허가증 있습니까?"
 "아뇨."                                                                                                       - 179~180쪽

   총기소지가 불법이기 때문에 쓸만한 느와르 영화도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한국의 사정을 감안할 때 조금 의외라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발표연도가 1956년이라는 배경을 한 자락 깔고 들어가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1956년이라면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러니까 미국인들의 머리 속에서는 한국하면 아직도 짙은 화약냄새가 연상되는 시기였다는 말이 되고 ..., 똘아이 데이비드 브롱킨의 동생이 한국에 있다는 진술은 그의 동생이 한국에 주한미군으로 주둔해있을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고.., 그러니까 45구경 권총을 쉽게 빼돌릴 수 있었을 테고(물론 어디까지나 픽션이긴 하지만), 또 똘아이의 상태로 봐서는 당시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던 미군들의 출신성분이나 사회적 계층정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그나저나 소설을 읽다보면 범죄에 사용된 45구경 권총과 87관서 형사들이 차고 다닌다는 22구경 권총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래서 어캐 생겨먹은 넘인지 궁금하길래 구글이미지로 뒤적여보았다. M1, M16 정도의 지식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 놈이 그놈처럼 보이긴 히지만..,



 

 

 

 

 

 

 

 

 

 

이 넘이 경관연쇄살인에 쓰인 45구경이란다.(동일모델은 아니고 다만 동일구경)



 



 

 

 

 

 

 

 

 

 

이 넘은 22구경(일부러 앙증맞은 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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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 닉이 하원의원 로저 스톨츠의 집을 찾아가서 만나는 장면

   메어리가 그를 서재로 안내해 주고 의자에 앉혔다. 오토만을 밀어주었다. 로저는 책상에서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채 한 손에는 연필을, 그리고 그 앞에는 서류 뭉치가 놓여 있었다. 메어리가 서재 구석에 있는 램프를 켜고 나갔다.
   "생각보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스톨츠가 말했다. "큰 시련을 겪었구먼."
   "이 자리에 있는 게 보통 행운이 아니죠."
   "나도 전에 한국전에서 총탄을 맞은 적이 있었어. 사타구니에서 10센티 비켜가긴 했지만 엉덩이 아래가 상당히 찢어졌지. 다치긴 했는데 얼마나 다쳤는지 모른다는 게 제일 두렵더군."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척 뉴먼이라는 동료가 바로 내 옆에서 죽어갔다네. 오하이오 켄텐 사람이었지. 그날 일은 두고두고 잊혀지질 않아."
   "그러시겠죠." - 457쪽

공간배경 : 캘리포니아 샌타애너 17번가쯤

시간배경 : 1968년, 베트남전쟁 도중, 오후

소설속 역할 : 용의자의 회고 속의 기억

엿보기 : 리처드 닉슨의 노선마저도 물러터졌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우익 보수주의 하원의원 로저 스톨츠의 과도한 애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요소로 한국전이 등장함. 게다가 미국은 한창 베트남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용의자 가운데 하나였던 스톨츠의 입지를 강화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수사관 닉이 총탄을 맞고 사경을 헤매다 살아난 다음이라서 한국전에서의 부상은 둘 사이의 유대를 적극적으로 강화함. 더우기 닉의 동생은 스톨츠의 권유로 베트남 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상태라서 척 뉴먼이라는 동료의 죽음과도 연결됨. 어쨌거나 한국전의 참전경험을 <미국이라는 국가를 위한 희생>, <극우 보수주의>의 이미지와 연결고리고 삼고 있음. 

참고 : 샌타애너(Santa Ana), 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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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샘 갤러웨이(백인)가 신부가 된 어린시절의 친구 파울 세이크(흑인)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셰이크는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샘을 따라 나왔다. 그 거리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이 문을 열었고, 스쿨버스 한 대가 그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 265쪽

공간배경 : 뉴욕의 재개발지구 베드포드-스타이브슨트(10년 전에는 빈민가였으나 지금은 중산층 거주지구로 변모하고 있는 도중)

   "샘은 그 너절한 구역이 깔끔하게 재개발돼 중산층의 터전으로 변모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몹시 놀랐다. 부동산 시세 급등은 맨해튼의 중산층을 도심 밖으로 몰아냈다. 수많은 맨해튼 시민들이 이곳의 빈민과 부랑자들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던 갈색벽돌집을 헐값에 사들여 재건축을 했다. (중략) 아무리 변했다한들 이곳에서 힘들고 고통스런 세월을 보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마약상, 갱, 부랑자, 빈민들이 다치고 잡혀가고 죽어나가던 그 끔찍스런 과거의 환영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252쪽

시간배경 : 2004년 겨울(소설의 첫장면에서 폭설때문에 비행기 운항이 중단되니까)의 어느날 새벽

"그 성당에는 여전히 후추와 바닐라 향이 배어 있었다. 그 냄새를 맡자 샘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기억에 빠져들었다. (중략) 너무도 오랫동안 기억의 상자 속에 갇혀 있던 과거의 편린들이 표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에서 1994년 8월을 비춰주었다. 그들의 인생이 뒤흔들렸던 그 해 여름......" 253~254쪽 -> 그나저나 이 식상한 프루스트적 묘사라니! 쩝

소설속 역할 : 단순풍경묘사

엿보기 : 신흥 중산층 지구에 입지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성실한 이미지의 한국인들(다른 인종들의 가게보다 문을 먼저 연다는 인상을 주려고 함), 도시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음과 동시에 한국인의 식품점도 문을 열고 있음. 단, 한국인 식품점이 과거 빈민가 당시부터 계속 있었는지, 혹은 새로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참고 : 베드포드-스타이브슨트(Bedford-stuyve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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