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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시집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 지음, 정제희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평점 :
루미의 대표적인 저작 <마스나비> 1권을 발췌, 번역한 책이다. 사랑을 노래하는 시와 교훈을 주는 우화들이 섞여있는 책이다.
루미가 시에서 노래하는, 사랑하는 이는 그의 스승이었던 샴스 타브리즈 일 수도 있고, 그가 하나가 되길 바랐던 “그의 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의 대상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그의 시는 800년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고요한 정적 속에 있는 것 같은 감동을 준다. 그가 시에서 노래하는 “사랑”은 단순히 스승이나 신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루미는 이 시집에서 이별,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을 노래하면서도 사랑에 대한 긍정을 표현하는걸 주저하지 않는다. 사랑을 하지 않았더라면 슬퍼하지 않았겠지만, 사랑을 했기에 느꼈던 행복에 대해서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사랑했던 이는 떠나갔지만, 사랑했던 이의 존재는 가슴에 지워지지 않고 영원토록 함께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별을 하는 것에 슬퍼할지 망정, 그것 때문에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우리의 생활상이 달라져도,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우리의 근본적인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한, 루미의 시집은 계속 읽힐 것이고 우리에게 계속 감동을 줄 것이다.
사랑은 비밀의 별을 관측하는 것. 이 사랑이 어디에서 오든 마지막에 우리는 그것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어떻게든 사랑을 설명해보려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수줍어집니다. 어떤 달변가의 설명보다도 더 정확하게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침묵입니다. 사랑을 쓰려 하면 우리는 성급해지고 사랑을 쓰는 연필마저 스스로 부서질 것입니다. 사랑을 설명할 때 이성은 낮잠에 빠진 나귀와 같이 무력해집니다.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그 자체입니다. 태양은 태양이기에 떠오르는 것, 이유는 반드시 자신 안에 존재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와도 같지 않기에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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