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요정 초초 사계절 그림책
박혜상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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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정 초초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거기에 맞게 뚝딱뚝딱 책을 만드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그 책을 만드는 과정이 색다릅니다. 책 창고에 가서 만들려고 하는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이 책, 저 책에서 불러냅니다. 장화 신은 돼지 책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아기 돼지들과 고양이를 부르고, 함께 오리고 붙이고 하며 책을 만듭니다. 그리고는 주인공들을 쏙쏙 정확한 자리에 배치하지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저도 책 속 친구들처럼 흉내 내어 봤습니다. '우리도 책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만들어 볼까?슈욱~'하니 아이가 매우 재미있어 합니다. 이 책을 만든 작가가 섬유예술을 배워 나무껍질이나 헝겊, 흙 같은 것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분이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책 한 장 한 장 마다 작가의 땀과 수고가 들어있습니다. 여느 그림책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와 어떤 책을 만들어볼 지 함께 얘기해봤습니다. 아직 대답을 잘 못 하는 세 살 짜리 아이에게 제가 원하는(?) 책을 이야기해줍니다. '우리 형과 동생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볼까?' 연년생 동생을 두고 있어 늘 시기심이 많은 큰 아이를 향해 저의 바람을 담은 책이지요. 그래도 아이는 그러자고 쾌히 승낙하네요.

어쨌든 이 책을 읽는 순간에는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저에게 어떤 책을 만들고 싶냐고 묻는다면? '하루 정도는 아이들, 남편과 잠시 떨어져 혼자서 책에 둘러싸인 카페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고 싶어요'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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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주경희 엮음, 원유미 그림, 이경묵 원작 / 파랑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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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 깊숙이 자리 잡은 인도의 잔스카 지역, 첩첩산중 골짜기에 사는 아이 켄럽은 아침부터 추위와 싸우며 집안일과 가축 돌보는 일을 합니다. 이 마을 아이들은 다섯 살 정도만 되면 모두 일을 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다섯 살 꼬마 같으면 편하게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어린이집 버스에 올라탈 시간에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그건 바로 학교를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학교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곳이 아니지만 산골소녀 켄럽에게는 학교는 곧 그의 꿈을 펼치는 날개였습니다.

켄럽의 아버지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지만 세상 모든 아버지가 다 그렇듯 아이를 향한 사랑만큼은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태하기 짝이 없는 레 지역의 학교까지 아이와 함께 가기로 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한 채, 켄럽은 학교까지 아빠, 또 마을 친구 돌카와 그의 아버지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학교가는 길을 나섭니다. 중간에 다른 마을에 사는 친구와 그 아버지들이 합류해 총 열다섯 명이 합류합니다.

하지만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아슬아슬 깨질 것 같은 얼음강을 건너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랑은 그 추위보다 강했습니다.

결국 일행은 안전하게 일주일 만에 학교에 도착하게 되었고, 켄럽은 다른 친구들과 꿈에 그리던 입학을 하게 됩니다.

저의 아버지도 제가 어릴 때 노점상을 하시며 오빠와 제가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아버지의 사랑이 떠오르더군요. 아버지 역시 사람이기에 모나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돌아보니 자녀들에 대한 사랑은 늘 컸던 것 같습니다. 이제 두 아들을 낳아보니 그런 아버지의 사랑이 더 확실하게 각인되네요.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고, 또 아이들이 그런 아버지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응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저희 아버지의 따스한 격려 한마디가 그리운 날입니다.

"공부하면서 굽이굽이 어려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 꽃을 떠올려 보거라. 모진 추위를 이겨낸 노드바처럼 너희들도 힘든 일을 견디다 보면 언젠간 화사한 꽃을 피우듯 좋은 날을 맞이할 테니 말이다."(130쪽)

[파랑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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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에서 세계 작가 그림책 8
로랑스 퓌지에 글, 이자벨 카리에 그림, 김주열 옮김 / 다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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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는 높은 벽이 설치돼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와 북한 사이에도 철조망이 놓여있다. 어린이들이 보기에 이런 철조망을 둔 벽은 어떤 곳일까? 로랑스 퓌지에의 글 '다른 쪽에서'는 한 소년과 한 소녀는 서로를 볼 수 없는 높은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공이 바로 대화의 수단이다. 이쪽 담장 아래서 심심해하던 한 여자아이는 친구들을 기다리다 화가 나서 공을 뻥 차버린다. 그런데 그 공이 하필 저쪽 담장으로 넘어간다. 반대편에서 놀던 한 남자아이는 자기 쪽으로 넘어온 공이 신기하다. 그렇게 서로 공을 주고 받다가 공에 그림을 그려 이름과 나이를 적는다. 그렇게 아이들은 대화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왜 이런 벽이 설치돼 있는지, 왜 이 벽 너머의 사람들과 만날 수 없는지는 잘 모른다. 어른들처럼 복잡하지 않다. 그저 함께 놀고 즐길 뿐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서로 다른 문화, 언어 등 이런저런 장벽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어쩌면 소통은 이런 단순한 시각에서 출발하면 쉬운지도 모르겠다. 책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결국 담장은 무너지고 벽을 사이에 둔 아이들은 서로 만난다.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해법이다. 우리 나라 안에서도 이웃간, 계층간, 세대간에 얼마나 많은 격차가 있고 갈등이 있나? 그리고 우린 통일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할 책임도 있다. 이 작은 책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어떻게 나와 다른 이웃과 소통해야 하는지,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벽을 허무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작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림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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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탐정 출동! - 놀라운 곤충 세계로 신나는 탐험을 떠나 볼까?
매기 리 글.그림, 이원경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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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돋보기와 함께 들어있는 곤충탐정 출동! 매 페이지마다 알록달록 색깔이 예쁘고 또 각 곤충별로 상세한 설명이 좋습니다. 첫 페이지에는 각 곤충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 놓은 점이 특이했습니다. 예를 들면, '지네! 내 다리를 세어보아요' 하는 식입니다.

책은 한 장씩 곤충의 일생과 특징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나와 있습니다. 도입 설명으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나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곤충 중 하나이지만, 알을 깨고 나올 때는 털북숭이 애벌레 모습이에요. 여러분이 어느날 잠에서 깼을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고 상상해 보세요!(5쪽)

딱정벌레, 달팽이, 지렁이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곤충들을 탐정처럼 돋보기를 보아가며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큰 특징입니다. 다만, 글씨가 작아서 5세 이상의 어린이가 보기에 좋을 것 같네요. 마지막 장에는 곤충탐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곤충들을 실제로 탐구해볼 수 있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자연으로 나와 이 책과 함께 우리 주위의 곤충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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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별이 되어 - 김양재의 가정 잠언록
김양재 지음, 추덕영 그림 / 두란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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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상대방에게 이해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짐을 더 많이 지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식구들, 돈, 집, 질병까지 짊어지고 가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215쪽)

서른 다섯,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한 나는 나름대로는 결혼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도 했고, 결혼에 관해 읽은 책만 스무 권 정도 되었으니, 하나님이 결혼을 시켜주시기만 한다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웬걸, 나 역시 여느 다른 부부들처럼 4년차인 지금까지 때때로 힘든 시간을 겪었고, 사랑하는 두 아들들에게까지도 내 부족한 점들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줄 때가 있다. 그 문제의 핵심은 바로 나의 이기심과 자아중심성이라는 깊은 죄 때문임을 요즘 조금씩 깨닫고 있다.

목욕탕 교회로 알려진 '우리들 교회'를 섬기는 김양재 목사님의 이 책은, 그래서 읽는 내내 많은 공감이 되었다. 제목부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상처가 별이 되어.

목사님은 '별별 고난의 상처를 가지고 왔지만 상처가 해석이 되면 별처럼 빛난 인생이 된다'고 서두에서 밝힌다. 즉 가정을 이룰 때 멋진 왕자와 예쁜 공주의 만남이 아니라 죄인과 죄인이 만난다고 이해하니까 쉬웠다.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가정을 시작하는, 역기능 가정의 모습을 띤다.

"어느 집이나 알코올 중독, 도박, 폭력, 성 중독, 화 중독, 일 중독 등 문제 있는 사람이 있게 마련"(180쪽)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난 그 중에서도 분노가 문제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분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내가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종종 이 분노를 표출할 때가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으로 가져가서 내가 죄에 대해 죽은 자임을 날마다 선포해야 한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로 맺어지기 위해 예수님께서 먼저 죽어 주셨듯이 결혼도 죽어짐이 먼저입니다. 죽어짐이 없이는 부활이 없습니다. 그래서 참된 결혼은 한 마디로 '죽어짐'입니다."(181쪽) 요즘 가장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서두에도 옮겼듯, 결혼은 상대방의 짐을 더 많이 지기 위해서라는 말이 많이 와 닿는다. 남편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서 병원 신세를 질 일이 많다. 처음엔 건강하지 못한 남편과 결혼한 게 억울하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하나님의 선한 뜻 가운데 우리가 부부로 맺어졌음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사실 약한 사람이었다. 결혼 전에는 건강한 줄 알았는데 두 아이를 연이어 출산하고 나서는 두 번 씩이나 입원하며 장기간 약을 먹어야 했다. 교만하게도 내가 아프기 전에는 남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지만 아파보고 나니 비로소 남편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나와 남편이 서로의 짐을 지며 그 짐을 주님께 맡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 대해 더욱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100% 죄인이기에 나 자신을 철저히 주님께 복종시키는 훈련을 결혼을 통해, 힘든 배우자를 통해 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고 거룩입니다."(216쪽)

성화의 과정 가운데 구원의 완성을 향해 가는 나에게, 그래서 결혼은 축복이다. 결혼이 더 많은 것을 누리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물론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자녀들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릴 때도 있지만-내가 하나님을 더 닮아가도록 훈련시키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나도 부족함이 많은 내게 하나님은 결혼이라는 선물을 허락하셨나 보다.

지금 결혼을 준비하고 또 많이 고민하는 이들, 결혼 후 여러 가지 어려움 가운데 있는 가정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의 상처들이 언젠가 별이 될 것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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