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별이 되어 - 김양재의 가정 잠언록
김양재 지음, 추덕영 그림 / 두란노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은 상대방에게 이해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짐을 더 많이 지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식구들, 돈, 집, 질병까지 짊어지고 가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215쪽)

서른 다섯,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한 나는 나름대로는 결혼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도 했고, 결혼에 관해 읽은 책만 스무 권 정도 되었으니, 하나님이 결혼을 시켜주시기만 한다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웬걸, 나 역시 여느 다른 부부들처럼 4년차인 지금까지 때때로 힘든 시간을 겪었고, 사랑하는 두 아들들에게까지도 내 부족한 점들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줄 때가 있다. 그 문제의 핵심은 바로 나의 이기심과 자아중심성이라는 깊은 죄 때문임을 요즘 조금씩 깨닫고 있다.

목욕탕 교회로 알려진 '우리들 교회'를 섬기는 김양재 목사님의 이 책은, 그래서 읽는 내내 많은 공감이 되었다. 제목부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상처가 별이 되어.

목사님은 '별별 고난의 상처를 가지고 왔지만 상처가 해석이 되면 별처럼 빛난 인생이 된다'고 서두에서 밝힌다. 즉 가정을 이룰 때 멋진 왕자와 예쁜 공주의 만남이 아니라 죄인과 죄인이 만난다고 이해하니까 쉬웠다.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가정을 시작하는, 역기능 가정의 모습을 띤다.

"어느 집이나 알코올 중독, 도박, 폭력, 성 중독, 화 중독, 일 중독 등 문제 있는 사람이 있게 마련"(180쪽)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난 그 중에서도 분노가 문제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분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내가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종종 이 분노를 표출할 때가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으로 가져가서 내가 죄에 대해 죽은 자임을 날마다 선포해야 한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로 맺어지기 위해 예수님께서 먼저 죽어 주셨듯이 결혼도 죽어짐이 먼저입니다. 죽어짐이 없이는 부활이 없습니다. 그래서 참된 결혼은 한 마디로 '죽어짐'입니다."(181쪽) 요즘 가장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서두에도 옮겼듯, 결혼은 상대방의 짐을 더 많이 지기 위해서라는 말이 많이 와 닿는다. 남편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서 병원 신세를 질 일이 많다. 처음엔 건강하지 못한 남편과 결혼한 게 억울하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하나님의 선한 뜻 가운데 우리가 부부로 맺어졌음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사실 약한 사람이었다. 결혼 전에는 건강한 줄 알았는데 두 아이를 연이어 출산하고 나서는 두 번 씩이나 입원하며 장기간 약을 먹어야 했다. 교만하게도 내가 아프기 전에는 남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지만 아파보고 나니 비로소 남편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나와 남편이 서로의 짐을 지며 그 짐을 주님께 맡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 대해 더욱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100% 죄인이기에 나 자신을 철저히 주님께 복종시키는 훈련을 결혼을 통해, 힘든 배우자를 통해 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고 거룩입니다."(216쪽)

성화의 과정 가운데 구원의 완성을 향해 가는 나에게, 그래서 결혼은 축복이다. 결혼이 더 많은 것을 누리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물론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자녀들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릴 때도 있지만-내가 하나님을 더 닮아가도록 훈련시키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나도 부족함이 많은 내게 하나님은 결혼이라는 선물을 허락하셨나 보다.

지금 결혼을 준비하고 또 많이 고민하는 이들, 결혼 후 여러 가지 어려움 가운데 있는 가정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의 상처들이 언젠가 별이 될 것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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