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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지음, 차미례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정신은 죽음에 맞설 때면 삶이 되고, 삶에 맞설 때는 죽음이 된다"
이책은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날마다 죽음과 대면하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 수용소에 수용되어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대척점에 서있던 사람들인
나치의 군인나 소련군인들 그들은 수용된 사람들을 최악의 방법으로 괴롭힙니다.
특히나 배설물을 이용한 공격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말살시켜 버리지요.
그들은 왜 그랬을까요?
이책은 한문장으로 정곡을 찌릅니다.
"SS대원의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개를 죽이는 것이 쉽고, 개보다는 쥐나 개구리를 죽이는 것이 쉬우며,
벌레 같은 것은 죽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즉 문제는 시선, 눈동자다"
이러한 SS대원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한 생존자는 이러한 증언을 합니다.
"하루라도 빠짐없이 씻는데 실패한 사람은 곧 죽는다. 이것은 철칙이었다.
그것이 내부적 쇠약에 의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빗나가는 법이 없는 틀림없는
전조였다"
죽음 속에서 살아남은 방법은 마른 목을 축이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닦는 것이 었다는
사실이 숙연해집니다. 얼마나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낼 수 있는가?
이것은 곧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던 샘입니다.
죽음의 감방안에서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에게 치유를 전달하는 노인의 모습,
감자 한알, 밀가루 한줌으로도 함께 즐거워하며 나누던 사람들.
사람에게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서로 돕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책 어디쯤에 서로 동정하지 않되 도움은 준다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 누구를 동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교만한 것이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에 삶이 너무나 흔해서 오히려 죽음 동경하기 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좀더 눈에 힘을 주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이책은 정신을 육체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누더기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누구와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희미하나마 눈동자의
빛을 잃지 않은 의연한 인간이다. 생존자의 정신은 육체 '속에' 살아 있다"
(눈동자의 빛을 잃지 않기 위해서 칼라 렌즈라도 하나 구입해야 겠네요..)
빛나는 눈동자의 의연한 인간. 육체속에 빛나는 정신의 소유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작센하우젠 수용소의 한 생존자가 수용소에서 첫 밤을 맞는 신참 재소자에게
해 준 말로 마무리 합니다.
"내가 자네에게 우리들이 겪은 일을 말해 주는 것은 자네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고 힘을 내게 하기 위새서야... 이제 절망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자네가 알아서 결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