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3.11.8)

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전작인 '7년의 밤'을 읽으면서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느꼈던 터라

기대감을 갖고 든 책입니다.

이책은 '화양'이라는 도시를 뵙쓴 알 수 없는 '빨간눈 괴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괴질이 창궐하는 도시, 사람과 개가 동시에 전염하는 인수공통전염병, 3일 지나기전에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
5천만을 살리기 위해 29만의 화양은 봉쇄됩니다.
혹한의 겨울 화양의 빨간눈은 활활 타오르며 화양을 태워버립니다.
그러나 이책의 미덕은 괴질에 집중하지 않고 그 안의 사람들(개 두마리도 포함)에게 집중합니다.

그리고 로맨스도 있습니다. 링고와 스타의 두마리의 개의 사랑. 참 아름답네요.

늑대개 링고의 스타를 향한 마음이 참 짜릿합니다. 스타를 향한 순정, 스타를 위한 복수,

살아움직이는 역동감, 육감적인 몸, 아~~~ 링고 같은 남자는 멸종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악의 화신 동해. 7년의 밤에서의 오영재와 많이 겹치는 캐릭터였습니다.

이 작가분 이런 악마적 인물을 참 잘 그려냅니다.

이 소설은 영화적 묘사가 반짝반짝합니다.
박동해와 그의 아버지 박남철과 링고가 맞붙은 장면은 정말 생생합니다.

 시너를 뒤집어쓴 박동철과 링고와 뒤엉켜 있는 박동해. 박동철은 자신의 아들 박동해에게

총을 쏘고 자신도 불에 타 죽습니다.

서로 목을 끌어 안고 죽어가는 링고와 재형. 재형의 목에 꽂히는 링고의 이빨까지도 생생합니다.

이소설에서 가장 마음 아픈 캐릭터는 노수진입니다.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아무도 없는

빈아파트에서의 폭력, 그리고 정신을 놓아버립니다.

하지만 노수진 보다 더 아픈 인물은 기준이 입니다. 119구조대원으로 종황무진 뛰어다지만

아무도 구할 수 없는 구조대원 입니다. 자신의 아내는 개에게 찢겨, 딸은 괴질에 잃고 맙니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가장 아픈 건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읽는 내내 구제역을 사람에게 적용하면 저럴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덩이에 산채로 쏟아지는 돼지들, 개들, 그리고 사람들..

화양의 시민들은 80년 광주 시민들이 연상되었고 빨간눈 괴질이란 우리 사회의 공안을

떠오르게도 하네요.

그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은 참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다수를 위해 희생이

강요되는 건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또 한가지 사람 때문에 희생되는 동물들, 더 크게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를 생각하게

합니다. 과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까요?

모든 자연 만물을 지배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교만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전작인 '7년의 밤'아 차갑고 어두운 회색이라면 이책은 정말 뜨겁습니다.

불타는 주황색 같네요.
독자로써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를 가졌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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