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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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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했어요?"

 

"마그나 카르타를 샀어."

 

사모펀드의 거물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짐짓 덤덤한 체 표정을 굳히고 있었지만, 실제 그의 내면은 떨리고 있었다.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숙제를 보여주는 기분이랄까. 지금껏 자신은 아내의 저런 일상적인 질문에 일상적인 답변으로 일관해왔었다. 예를 들자면 '오늘은 김-치, 라는 음식을 먹었어.' 라던가, 혹은 '알잖아, 내 직장. 사모펀드에서 투자자 모집하였다구.' 정도로 응대해왔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마그나카르타, 라니. 자신이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미국, 미국 자체의 근간을 이루는 문서나 다름없는 그 마그나카르타, 를 자신이 구입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것을 꺼내 자신의 아내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위의 짧은 일화는 내가 이 책, 플루토크라트, 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들어낸 창작이다. 실제로 루벤스타인이 김치를 먹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위 일화의 주인공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2012년 기준으로 포브스 추정 28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인맥도 대단한데, 그가 공동으로 설립한 그룹에서 전 대통령인 조지 H. W. 부시가 선임 고문으로 활동하기까지도 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정도로 부와 권력이 많은 사람이라면 김치정도는 먹어보지 않았을까? 크리스티아 프릴랜드가 지은 플루토크라트, 에서는 스스로의 제목이기도 한 플루토크라트, 를 이렇게 정의한다. 플루토 - 부유함, 크라트 - 권력. 부유함과 권력을 모조리 갖춘 계층이라고 말이다. 위의 루벤스타인이라면 분명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처럼 '진정한 플루토크라트' 라고 불릴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런 일화에서 루벤스타인의 아내가 어떤 표정을 지엇을런지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만약에 아내가 마그나카르타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면 그 판본을 보고도 그저 덤덤하게 '뭐에요, 당신. 고작 그런 문서나 사려고 돈을 2130만 달러나 썼어요?'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위의 일화에서 루벤스타인이 기대했던 반응인 '어머나, Oh, My, God, 정말 말도 안돼, 지금 내 눈 앞의 이 문서가 마그나카르타라구요?' 라고 반응했었을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떤 반응을 보였을런지는 당장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예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플루토크라트들은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과 결혼할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은 루벤스타인이 마그나카르타를 알 정도로 교육을 받았다면, 자신의 아내도 그 정도 교육은 받았으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루벤스타인이 처음 경매에서 마그나카르타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그의 아내도 받았을 가능성이 높으리라. 그런 점에서 볼때 아마도 후자의 반응인 'Oh, My, God'을 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리라.

 

이 뿐만이 아니다. 이런 플루토크라트라고 불리는 계층의 높은 교육 수준은 단순히 남편과 아내 서로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결론부에서 예시로 드는 루스 시먼스 - 아이비 리그 대학인 브라운 대학의 총장 - 와의 대화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손녀가 남았거든요,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무슨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동문들의 자녀들에게 특혜를 주는 입학 시스템의 폐지에 대하여 질문을 했을 때 나온 말이다. 즉, 아직 특혜를 주는 시스템을 폐지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며, 이 말은 곧 자신의 손녀도 브라운 대학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아들이나 딸로도 모자라서 손녀까지 해당된다. 이런 교육을 받은 손녀는 자라서 자신 또한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일을 할 것이다. 글자 그대로 '세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플루토크라트들이 세습을 받으며 자신의 계층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 선조가 있듯, 플루토크라트들도 처음부터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지며 생활을 하던 사람은 아니었으리라. 그렇다면 그런 플루토크라트들은 어떤 배경에서,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혹시나 우리가 - 내일을 걱정하고 모레를 걱정하는 - 플루토크라트처럼 돈과 권력, 아니 적어도 둘 중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있다변 귀가 솔깃해지지 않겠는가. 바로 그 지점을 이 책의 저자 크리스티아 프릴랜드는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물론 저자는 단순히 '플루토크라트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 따위의 책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의 시작지점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 책은 '부자와 유명인의 라이프스타일' 이라는 프로그램도 아니며, '누구의 죄인가' 의 리메이크버전도 아니라고. 다만 새로운 현실을 직시하겠다는 의미에서 책을 쓰는 것이라고 말이다.

 

플루토크라트가 생겨난 배경은 도금시대다. 특히 현대의 도금시대는 쌍둥이 도금시대라고 일컫어지는데, 신흥 개발도상국들이 자신의 도금시대에 이르게 되었을 때, 선진국들도 자신들의 도금시대에 도달하게 된 오늘날의 시대를 뜻한다. 신흥 시장의 경우 첫 번째로 겪는 것이고, 서구의 경우 두 번째로 겪는 것이다. 도금시대라는 말이 잘 입에 와닿지 않을텐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부의 축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대라고 생각하면 얼추 들어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 쌍둥이 도금시대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때문이라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기술 혁명, 세계화, 워싱턴 컨센서스(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미국식 발전 모델)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요인들은 도금 시대를 부채질시키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기회와 함께 온다고 하던가, 방금 전 부의 축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대가 도금시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축적된 부들은 어디로 가겠는가? 그것은 운과 재능으로 기회를 붙잡은 사람들의 몫이 된다.

 

단순히 운으로만 플루토크라트들의 위치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운만으로 그들의 모든 요소가 설명된다면 그보다 더 불합리하면서, 동시에 언급할 필요조차도 없는 설명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플루토크라트들을 형성하는데 있어 운의 요소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그만큼이나 그들의 특질에 대하여 언급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책의 저자가 플루토크라트들을 관찰하면서 확인하게 된 그들의 성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그들은 일하는 부자, 라는 점이다. 그들은 불로소득에는 의존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혁신가이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그 격랑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대응한다. 초기의 플루토크라트들은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 자수성가, 라는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의 힘만으로 아득바득 올라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만' 신경쓰면 된다는 이야기이도 하다. 동업을 하거나,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전체를 신경써야만 하겠지만, 첫 번째 도금시대라는 파도를 타던 플루토크라트들은 그저 자신의 주머니만 벌릴만큼의 스스로의 혁신에만 힘을 쓰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러니깐 첫 번째 도금시대가 지나고 두 번째 쌍둥이 도금시대가 찾아왔을때에는 자수성가만으로는 한계가 생기게 되었다. 두 개의 도금시대가 서로 공명하면서 더욱 더 큰 파랑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이때 플루토크라트가 가지는 특징이 하나 더 드러난다. 이들은 '냄새' 를 잘 맡는다. 책에 소개된 다음과 같은 일화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 업계의 거물인 엘리엇 슈라지는 아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분야를 택하게 해야 할지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저없이 통계학을 꼽았다. 위 일화가 2009년에 있었던 일임을 감안하면 2013년인 현재, 슈라지가 얼마나 혜안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정보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것을 처리하는 통계가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저자 또한 플루토크라트들의 저런 '냄새' 를 잘 맡는 능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면서 언급을 보탠다. '노벨상 수상에 있어서 얼마나 연구를 깊게 하느냐 뿐만 아니라 어떤 주제를 택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라고. 수상자들을 플루토크라트에 비유하자면, 그들은 어떤 주제를 연구하면 노벨상을 탈 수 있을지 일종의 감각이 있었던 것이리라.

 

이런 상황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성격을 부여한다. 먼저 그들에게 자본주의를 일종의 해방신학으로 여기게 만든다. 그들에게 있어서 공산주의는 나쁘다. 오랜 실험에 거쳐 결국 자본주의에게 공산주의는 패배한 것이다. 만약에 공산주의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 플루토크라트 - 들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붕괴와 함께 찾아온 기회를 그들은 놓치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자본주의는 일종의 해방신학이다. 이런 성격만 부여받은 것이 아니다. 저런 변화에서 한 몫을 잡을 수 있었으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성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플루토크라트들은 저런 해방신학의 바람을 타고 자신들을 선하다, 라고 여기게 된다. 이 관념은 그들에게 있어서 거의 강박관념에 가까운데, 결국 박애 자본주의, 라는 신조어까지 만들게 된다. 이들 '새로운 박애주의자들은 오늘날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자선 활동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또한 이들은 열성적으로 '그들 자신의 재단과 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신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초점' 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마셜효과, 로젠효과, 마틴효과, 마태효과 등의 네 개의 효과다. 마셜효과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일종의 부의 낙수효과다. 한 명의 부자가 생겼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려서부터 아침마다 된장찌개를 끓여먹는다. 부자가 된 뒤에도 이 사람이 아침마다 된장찌개를 여전히 찾는다면? 맛있는 된장찌개를 먹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돈을 지출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부담을 느끼지는 않으리라. 맛있는 된장찌개를 사먹는 것에서 시작해서 조리장을 직접 자신의 집으로 - 웃돈을 주고서라도 - 부르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조리장입장에서는 부자의 돈이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부의 낙수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단순히 음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노래를 듣고 싶다면? 6개월만에 완벽한 조각근육을 만들고 싶다면? 부자의 욕구와 그가 원하는 서비스에 따라 흐름이 생기게 된다. 이런 부의 흐름은 부자들, 특히 최상위 플루토크라트들이 자신들이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자신들은 선하다, 라는 그런 확신을 부채질한다.

 

로젠효과는 이런 것이다. 당신이 180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보자. 어느 날 당신의 머리에 영감이 떠올라 후대에 컴퓨터라고 불리는 것을 개발해내었다. 그런데 당신의 아내는 당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니 이따위 고철덩위가 무슨 쓸모가 있어요? 당장 가서 돈을 벌어와요' 그래서 당신은 이 획기적인 물건을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경우 당신은 이 물건을 얼마나 팔 수 있을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거의 팔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아직 시대 수준이 충분히 무르익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1800년의 시대상으로 미루어볼때 컴퓨터를 멀리 운반을 못할텐데 기껏해야 이웃에 팔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리고 컴퓨터가 얼마나 효용이 있는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이를 2013년인 오늘날과 비교해본다면, 오늘날에는 저런 문제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충분히 시기도 무르익었고, 적어도 컴퓨터가 무거워서 판매를 못한다, 라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리라. 거칠게 말해서 당신이 어느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구매할 방법이 있으리라. 이를 바꿔서 이야기하자면, 오늘날의 시장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더 팔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특히나 이런 경향은 최상위에서 더 강해지는데 플루토크라트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사업을 펼친다.

 

마틴효과는 컨설턴트이자 경영대학원 학장인 로저 마틴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효과이다. 능력과 자본이 서로 경쟁할 때 그 중심점이 인재, 플루토크라트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어떤 뜻인가? 우리는 여기서 어느 시장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이 시장에는 자본이 흘러다니며, 그 자본과 인재가 경쟁을 서로 벌이게 된다. 이들 경쟁에 따라 상황은 변하며, 저 긴장상태에서 탈산업화의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게 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인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지적인 능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이를 플루토크라트에 적용해보자. 플루토크라트들은 대부분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HYPMC에 학적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H : Havard, Y : Yale, P : Princeton, M : MIT, C : Caltech) 이들은 가장 빨리 변화가 일어나는 최첨단에 서서, 이론의 중심에서 좋은 환경을 바탕으로 교육을 받는다. 물론 미국의 대학교는 우리 나라와 달라서, 학부에 따라서 뛰어난 대학이 있을 수 있다. (의학의 존스 홉킨스 대학이 바로 그 예시다.) 하지만 저들 대학이 세계적으로 이론과 변화의 중심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이들 대학에서 고등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획득하는 과정을 통하여 플루토크라트들은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서 변화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기업인들은 서로가 서로의 인맥이 되며, 앞선 지식에 힘입어 결국 더 좋은 거래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태효과다. 아마 저 네가지 효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효과가 바로 마태효과이리라. 지그문트 바우만, 의 우리는 왜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에도 핵심적으로 인용되는 효과이기도 한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된다. '있는 자는 받아서 더욱 풍족해지지만,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마저 빼앗기게 된다.' 너무나 명징한 문장이라서 더 덧붙일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의 맨하탄 계획을 떠올릴때면 가장 먼저 오펜하이머를 생각하지만, 실제로 저 맨하탄 계획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집결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인지도에서 총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만 이름이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주요' 대학에서 연구하고 발표를 하는 과학자들이, 동일 수준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보다 '덜주요' 한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높은 인정을 받는다고 말이다. 이런 일들이 플루토크라트와 우리들 사이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플루토크라트들은 돈이 있기 때문에 그 돈을 통하여 인지도를 쌓고 다시금 돈을 벌어들인다. 단적인 예로 패리스 힐튼을 보라. 그녀는 자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서전까지 쓰지 않았던가.

 

이런 효과들을 후광으로 업은 플루토크라트들이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주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불행한 성장 패러독스' 이다. 불행한 성장 패러독스, 는 에두아르도 로라 - 행복 지수에 대하여 연구를 한 연구원 - 와 캐럴 그레이엄 - 브루킹스 연구소 행복연구원 - 이 사용한 용어인데, 이 용어를 이해하기 위하여 이 책에서 든 예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 '농부들이 도시로 넘어가면서 더 잘 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살 때보다 소득에 대하여 불만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누구도 여기에 대해서 뚜렷한 대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런 현상이 모든 계층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플루토크라트와 그 밑의 계층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플루토크라트들을 억만장자라고 편의상 부르고, 그 밑의 계층을 편의상 백만장자라고 부르도록 하자. 둘다 일반적으로 소득을 버는 사람들의 범주에 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서도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이 되는데, 그것은 백만장자의 억만장자에 대한 질투에 기인한다. 소득 수준 10퍼센트의 백만장자는 하위 90퍼센트보다 더 '금전적으로 잘 산다.' 하지만 이 10퍼센트들은 위의 1퍼센트의 억만장자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재산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게 된다. 백만장자들은 스스로에게 늘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저들과 내가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렇게 소득 차이가 크게 되었을까?

 

이런 현상은 플루토크라트들에게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명한 플루토크라트들이라면 알 것이다. 피라미드 형태가 계속 유지되려면 아래 계층 - 특히 받침 부분 - 이 잘 살아야 된다. 그렇지 않다면 피라미드는 무너져버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루토크라트들은 강박적으로 자신들을 선한 쪽으로 포장하면서 사회적 환원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책에 따르면 '20세기는 포용적인 사회의 시대가 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말은 아래 계층들이 듣기에는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 계층이 플루토크라트들이 던져주는 떡이나 받아먹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해버렸다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좀 더 생각을 진행시킨다면 앞서 말한 백만장자의 억만장자에 대한 질투는 결국 질투로 그칠 수 밖에 없다. 억만장자들은 자신들의 이미지까지 자선 사업을 통하여 바꾸려 노력할 수 있지만, 백만장자들은 억눌린 아래 계층의 '불행한 성장 효과' 에 따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야 할테니 말이다.

 

플루토크라트들이 꾸준히 사회적 환원이라던가, 포용력을 길러 아래 계층의 성장을 돕는다고 하지만, 쌍둥이 도금시대인 현대를 돌이켜보면, 사실 그 사회적 환원이 꼭 자국의 환원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시민에 가깝고, 자신이 영향력을 가장 크게 미칠 수 있는 곳에 자신의 자본을 사용하겠다는 그들의 생각으로 볼때, 그런 자선 행위들마저도 자신의 자본을 극대화시키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쌍둥이 도금시대는 신흥시장과 서구시장으로 이루어진 시대이다. 그렇다면 좀 더 발전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신흥시장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자신의 자산을 증진시키는데도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상황이 반복됨에 따라 점차 백만장자들은 사라지고, 세계 곳곳의 중산층 계급의 대두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렇게 되어 플루토크라트의 아성에 도전하는 백만장자들은 분쇄된다. (드물게 운좋은, 혹은 재능이 뛰어난 몇 몇 백만장자들은 이런 흐름에서 자본을 재빠르게 흡수하여 억만장자로 뛰어 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앞으로도 여전히 플루토크라트들이 자신들의 계층을 지키며 유지될 것인가? 이미 상류층인 사람들은 영원히 상류층으로 남고, 하류층이었던 사람들은 영원히 하류층으로 남을 것인가? 이런 플루토크라트에 대한 가호는 어디까지 지속될까? 그들의 운은? 그들의 재능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자본주의 자체를 긍정하는 관점에서 쓰고 있기에 그로 인하여 도출되는 결론 자체는 온건한 편이다. 그 결론은 플루토크라트들이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들은 항상 자신들에게 번영을 안겨준 사회 자체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운명을 저들 플루토크라트의 손에 맡겨야 한다니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결국은 그들의 자비로 세계가 유지될지도 모른다, 는 이야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을 필두로 한 슈퍼 리치들이 모여 지진 구호활동에 나서는 소설이 있다. 워렌 버핏의 전기인 스노볼, 에 소개되는 일화인데, 저 소설을 보고 워렌 버핏은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물론 워렌 버핏이라면 '착한 부자'에 속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착하든 말든 실제 현실이 저 소설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우리에게 씁쓸한 맛을 안겨준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고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 그리고 플루토크라트들 자신들도 깨닫고 있겠지만 끝나지 않는 운은 없으며 영원한 축복은 없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이미 상류층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계층에 다른 사람이 진입하는 것을 막을 것이기에 사회적 유동성이 한쪽으로만 커져만 갈 것이며, 이렇게 유동성이 큰 사회에서 아래로 추락한다는 것은 다시는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쪽으로만 작용하는 유동성이기에 아래로 추락하는 계층만 존재할 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잡는 사람은 거의 등장하지를 못한다. 이런 과정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결국 위의 계층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플루토크라트들 자신들도 바라는 결과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방안을 세울 것인가? 하지만 플루토크라트들도, 우리들도 마땅한 방안을 바로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만은 짐작할 수 있다. 이 방안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시스템' 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단순히 그들의 자비에만 기대는 것이 아닌, 지금 플루토크라트들이 휩쓸고 있는 소설같은 현실을 극복할 방안을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사회적 유동성을 막을 궁리를 할 수 있을테고, 플루토크라트들은 플루토크라트대로 유동성을 양방향으로 만들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을 위해서 플루토크라트들과 플루토크라트들이 아닌 '우리'들이 머리를 맞대어 궁리할 때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p. s. 임재범의 다시 사랑할 수 있는데, 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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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12-25 00:01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이 책 봤습니다 글을 보니 플루토크라트야말로 저와 상관없는 세상 사람들이군요^^ 그런데 부자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해서였군요 하긴 보통 사람이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결국은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그런 일을 해서 얻는 기쁨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보통 사람은 그저 기쁨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게 조금 다르군요 아니, 엄청난 부자들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로 기쁨을 느끼겠지요 꼭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것만은 아닐 거예요 이런 생각을...^^

사실 평소에는 플라토크라트 같은 사람 생각하지 않는데, 이 글을 보니 플라토크라트인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지금만 이렇게 말하는 것일지도...

멋진 성탄절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가연 2014-01-03 22:13   좋아요 0 | URL
ㅎㅎ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플루토크라트가 상관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희선님 말씀대로 누군가를 돕는 일로 기뻐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여기서 조금만 생각을 돌려본다면 그렇게 기쁜 일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일석 이조가 아니겠습니까, 풋.

희선 2014-01-01 00:01   좋아요 0 | URL
저는 언제나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날을 빨리 맞이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많은 사람이 저와 같지 않을까요 아쉽게 한해를 보내고 기쁘게 새해를 맞이했겠지요 가연 님은 어떠신가요

아쉬움 남기지 않게 보내야 할 텐데 언제나 아쉽군요 올해는 아쉬움이 덜하도록 보내야겠습니다 가연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건강해야 뭐든 하죠^^


희선

가연 2014-01-03 22:14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 인사도, 새해 인사도 모두 이제야 합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서재 이웃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4-01-23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6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