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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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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1955년의 어느 날, 당신이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에 있었다면 정말 진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고양이들이 낙하산을 메고 마치 공수작전에 임하듯이 엄숙하게 하늘에서 뛰어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지금이라면 정말 저런 일이 상상도 안 되고, 누구나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저었겠지만, 저 일은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보르네오 섬의 지나치게 늘어난 쥐를 없애기 위해서 그 천적인 고양이를 영국 공군의 도움을 받아서 공수해온 것이지요. 이를 우리는 ‘보르네오 섬 고양이 공수 작전’ 이라고 후에 일컫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공수작전이 시행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원인은 말라리아에 있습니다. 보르네오 섬은 아열대 기후로 기온이 높고, 습지가 많아서 모기가 들끓었는데, 아시다시피 말라리아는 모기를 숙주로 하는 전염병입니다. 모기가 많으니 자연스레 말라리아의 유병률도 늘어날 수밖에요.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서 그 숙주인 모기를 없애기로 마음을 먹고 마을에 DDT를 대량 살포합니다. 두 번에 걸친 대대적인 살포는 마을을 말라리아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만들었습니다만, 그 대신 흑사병이 마을을 찾아왔습니다. 너무 놀란 세계보건기구는 바로 조사에 착수하는데, 흑사병이 찾아온 이유는 바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DDT에 바퀴벌레가 오염이 되고, 바퀴벌레를 도마뱀이 먹고 오염되어버리고, 오염된 도마뱀은 별로 행동이 민첩하지 않았기에 고양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었지요. 그 결과 고양이들은 마찬가지로 DDT에 오염되어버리고, 결국 죽어버렸던 것입니다. 마을에 고양이들이 씨가 마르자, 고양이들의 또 다른 먹잇감이었던, 그리고 상대적으로 DDT의 영향에서 자유로웠던 쥐들이 날뛰게 되고, 쥐를 숙주로 하던 흑사병이 마을을 마치 사신처럼 그의 소매로 휘감았던 것이지요. 이 늘어난 쥐들을 없애기 위해서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저 작전, ‘보르네오 섬 고양이 공수 작전’ 이 펼쳐졌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마을을 닥친 재앙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양이들은 무난히 쥐들을 포식했지만, 그렇게 쥐들을 모조리 먹어치운 후에는 다시 도마뱀에게 그 이빨을 들이대었고, 도마뱀들마저 고양이의 배를 채우는데 희생이 되자, 이번에는 그 도마뱀들의 먹잇감이었던 나방의 애벌레가 집들의 나무를 갉아먹으면서, 지붕이 무너지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 모든 악의 연쇄반응은 바로 한 화학물질, DDT의 남용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요.

 

 

  환경학 분야에서 고전으로 일컫어지는 ‘침묵의 봄’은 바로 저런 DDT와 같은 화학물질들에게 그 포격을 정조준 합니다. 유기인산화계열의 살충제든 염화탄화수소계열의 살충제든 어느 화학물질이든지 나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화학물질의 나쁨은 여러 연구를 통하여 뒷받침되고 저자인 레이첼 카슨이 듣고 수집한 경험들로부터 증명됩니다. 정말 미량의 DDT를 페인트에 섞어서 피부에 노출시켰는데 각종 문제점이 일어났습니다. 뼈마디가 아프고 정신상태가 혼미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살충제를 살포하는 화학적 방제법이 아닌 다른 방식의 방제법을 이용한다면, 예를 들어서 천적을 이용한다거나, 곤충을 불임시키는 화학 처리를 한다거나, 특정 초음파를 이용한다거나 등의 방식으로, 우리가 위험에 처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DDT를 비롯한 화학적 살충제의 해악은 최근 연구들에서도 더욱 더 많이 밝혀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방세포에 잔류하여 차곡차곡 축적이 되던 화학물질들은 그 지방세포가 연소될 때, 마치 댐이 무너지듯이 우리의 혈류로 뿜어져 나옵니다. 갑작스레 뿜어져 나온 이런 화학물질들은 생체를 교란시키고 이상 반응을 일으키게 하며 이윽고 죽음에 이르게까지 합니다. DDT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초등학생들도 학교에서 배워갑니다. 생체축적물질이라는 사실까지 덤으로 말이지요.

레이첼 카슨이 이 책을 쓰고 난 뒤, 미국 전역에서는 DDT의 해로움에 대해서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DDT 등의 살충제를 쓰지 않도록 하는 운동이 점화되었습니다. 이런 운동은 누구나 생각해보면 자명해보이지만, 이 책이 설파하기 전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운동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잠깐 다른 방향으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자 합니다. 과학자에 가까운 저로서는 여기서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화학물질이 상당히 나쁜 것들이라는 것을 몇 번이고 밑줄 치면서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그녀가 가져온 모든 예시는 화학물질은 사악하고, 죽음의 비술에 쓰이는 물질이며, 고대의 악마를 불러낼만한 것이다, 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적절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솔로몬은 72악마를 부렸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악마들을 사역하여 거대한 신전을 건축하고 그랬었다지요. 마찬가지로, 이런 화학물질들도 꼭 사악한 물질들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DDT를 가지고 단적인 예를 들자면, 물론 DDT를 농업에서 퇴출시킨 것은 옳은 결정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제 작업들, 앞서 보르네오 섬의 이야기에서도 나왔듯 말라리아를 방제하는 것에서까지 쫓아낸 것은 잘못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DDT가 쫓겨난 뒤, 두 배 이상 비싼 살충제가 DDT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환경적으로 그나마 친화적인 살충제이겠지요. 그런데 이 살충제는 동일한 비용으로 이전의 DDT가 커버했던 지역의 반밖에는 커버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을 생각해봅시다. 과연 그 곳에 있는 나라들이 두 배 이상 비싼 저 약들로 말라리아 방제를 쉽게 해나갈 수 있을까요? 제 생각으로는 부정적으로 보입니다. DDT는 분명, 초기에 발견되었던 것처럼 기적의 약도 아니고, 이후 연구를 통하여 수많은 해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등의 질병을 통하여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이 살충제를 쓰면 앞으로 암이 걸릴 수 있으니 당신들에게 사용할 수 없겠습니다.’ 라고. 과연 그 사람들은 앞으로 걸릴지 안 걸릴지 모르는 암을 위해서 지금 당장의 말라리아를 그냥 참고 견딜까요?

물론 DDT 등의 화학물질의 효과가 단순히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나는 것도 아닐 것이고, 그 중에는 즉각적으로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는 효과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DDT와 같은 해악이 알려진 화학물질들을 다시 사용하자, 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사악한’ 물질들을 안 쓰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런 ‘사악한’ 힘이라도 빌려야 살아나갈 수 있는 곳들에게서까지 엄격하게 종교재판 하듯이 잣대를 들이대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너무 신성하게 여기며 환경운동에 단편적으로 책 내용을 가져가는 자세는 위험하리라고 여겨집니다. 애초에 그런 태도는 저자 자신도 이 책에서 지양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충분한 연구를 통하여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부분이 이 책 ‘침묵의 봄’ 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되어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얼마나 ‘사악한’ 물질을 남용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앞서 저는 첫 문단을 ‘이 모든 것은 DDT의 남용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라고 마무리 지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남용’ 입니다. 어쩌면 세계보건기구는 DDT를 가지고 성공적인 말라리아 방제 작업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적절한 곳에 적절한 양을 가지고 이용했다면 말이지요.

 

 

  MSG라는 화학 물질이 있습니다. 이 화학물질은 우리가 상품명 ‘미원’ 이라고 일컫는 물질인데, 요리에 집어넣으면 그 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다섯 가지 맛이 혀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그 맛은 정말 만들어내기 어렵지요. 그런데 이 MSG는 요즘 우리 식품계에서 퇴출당한 상태입니다. MSG를 많이 먹으면 소위 말하는 ‘중국 음식 증후군’, 그러니깐 마구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울렁거리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며, 시력도 나빠진다고 하지요. 그런데 2010년에 우리나라 식약청에서 MSG를 평생 먹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 라는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이야기입니다. 저 MSG는 토마토에도 들어있고, 다시마에도 들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마토를 많이 쓰는 이탈리아 음식이 감칠맛이 있고,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로 육수를 쓰는 국수가 맛있는 것입니다. 천연의 MSG와 합성된 MSG가 과연 분자식에서 어떤 차이가 있겠습니까? 동일한 탄소수에 동일한 결합구조일텐데 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적절한 양입니다. 그저 토마토에 들어있는 정도의 MSG를 요리에 쓴다면, 다시마로 우려낼 정도의 MSG를 쓴다면 크게 문제가 없고 동시에 맛있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다만 저렴한 가격으로 맛을 내려고 하다 보니 음식점에서 MSG를 많이 쓰게 되고, 이윽고 이런 저런 증후군들이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욕심에서 기인합니다. 이제 다시 DDT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DDT도 MSG와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영웅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 영웅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도 인간이라는 말이 있던가요, 마찬가지로 사실 이런 화학물질은 ‘그저 거기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에 사악함을 부여하고, 선함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저 거기 있었던’ 물질을 찾아서 쓰는 것도 우리 인간입니다. 인간이 선한 용도에 맞게 소량을 쓰고 욕심을 버리며 깊은 연구를 한다면 이 책에서 순수한 악처럼 보이는 DDT도 선한 물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입니다. 충분한 연구도 없이, 아니, 하다못해 충분한 고려도 없이 비용 절감 등과 같은 문제들을 위해서 적절하지 않은 양을 적절하지 않은 곳에 쓰게 만드는 인간의 욕심이 바로 문제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우리의 욕심을 잘 줄일 수 있느냐에 우리 인간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바로 이것이 이 책 ‘침묵의 봄’ 이 진실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p. s. 책 자체는 좋은 책이지만... 너무 제가 반항정신이 투철한 것이려나요..ㅎㅎ

       하지만 화학물질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라는 글들은 분명 많이 올라올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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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3-10-22 01:0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라고 합니다. 님의 리뷰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렇게 좋은 리뷰를 읽을 수 있다니, 오늘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연 2013-10-22 12:57   좋아요 0 | URL
헉.. 알라딘의 그 마태우스님이신가요? 이런 초 마이너블로그에 찾아와주셔서 순간 사칭이 아닌가, 잠깐 생각했습니다만.. 하하하하하... 그럴 리 없겠죠? 좋은 리뷰라고 칭찬해주시니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