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9기 신간평가단 활동이 끝났습니다. 방금 9기의 마지막 도서였었던 직설의 리뷰를 올렸는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고, 다시금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늘 글을 쓰고 리뷰를 올리고 나면 이보다 더 잘 쓸 수 있는데, 하는 생각에 조금씩 아쉽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다시 손을 못대던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네요. 늘 바쁘다는 말을 여기다가 끄적거렸었는데..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바쁘다, 라는 말의 뒤에 숨어서 자신의 실수나 모자란 부분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실 9기를 지원하게 된 동기는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한숨만 내쉬고 있을때 제가 돌아가게 된 것은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책들을 손에 잡히는대로, 장르도 가리지 않고 소설이면 소설, 인문이면 인문.. 시나 잡지 그리고 신문 등 아무렇게나 목적 의식도 잡지 못하고 읽어나갔었지요. 적어도 읽는다는 그 행위 안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아도 좋았으니깐요. 뭐, 개인적인 호감도이지만 이상하게 자기계발서는 잘 읽지 못하겠더군요. 잘 짜여진 소설을 하나 읽은 후에는 이틀을 그 소설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흥미로운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을때도 이틀을 그 책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나갔고. 특히 신화에 관한 책들을 제법 읽게 되었지요. 그럴때는 신들의 계보나 이 신화나 저 신화에서 공통되는 점들을 찾아서 공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며 마치 현실도피하듯이 지냈었는데, 그래요, 그 날도 정말 그 전날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의미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의미 없는 서핑 중 그래도 의미가 있었던 것이 있다면 바로 '회색인' 에 대한 검색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최인훈씨의 '회색인' 이었는데 이 책을 저는 정말 어렸을때 읽었는데도 오래 기억에 남았었지요. 하지만 한동안 생각도 안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갑자기 과거의 기억들이 플래시백처럼 반짝 빛을 내는 경험을 모두 한 번쯤은 해보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때의 저한테는 아마도 이 회색인이 그렇게 물밀듯이 들어왔었습니다.
회색인을 검색어로 치다가 보니깐 '독고준' 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이 나온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종석씨가 최인훈씨의 회색인을 나름대로 완결시킨 작품이었는데, 뭐, 고백하자면 아직 읽어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읽어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신문기사에서, 그리고 다른 서평들에서 읽은 줄거리를 보았는데 제가 바랬던 줄거리와는 방향이 달라서... 풋.. 누구나 상상을 해보지 않습니까, 이 책의 결말이,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에 대한. 저도 회색인에 대해서, 그리고 그 후속작인 구운몽 이후의 주인공의 삶에 대해서 나름 생각을 하였었는데 그게 확정지어지는 것 같아서, 그것도 제가 바라는 방향이 아닌 방향으로 확정지어지는 것 같아서... 아마도 읽지 못하겠지요. 그런데 이 서평 외에도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바로 평가단, 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서평을 올린 분은 알라딘 평가단이셨고 거기서 책을 받아서 서평을 쓰신 것이었지요. 그걸 보니깐 갑자기 제 마음 한 구석이 저를 향해 울었습니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였지요. 마침 제가 서핑하고 있던 때가 새롭게 신간 평가단 뽑기 2주전이었고, 평가단 지원 후 마음 졸이며 될까? 안될까? 하고 하루 하루를 보내며 지냈었지요. 그런데 저를 이렇게 신간평가단으로 이끈 것은 소설 분야의 '독고준' 이었습니다만 제가 정작 지원하게 된 것은 '인문/과학' 분야였습니다. 지나고 보면 좀 아이러니하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의 저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인문과 과학 분야를 택했던 것 같습니다. 한참 인문 분야의 책을 읽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옳은 결정이라고 여기겠지요. 인문/과학 분야를 택하여 9기 평가단으로 여러 책들을 받으며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마무리하는 글을 이렇게 쓰게 되네요.
신간 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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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언어의 감옥에서, 입니다. 그러고보면 첫 활동할 3월달에는 제가 추천한 책이 한 권도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만.. 그래서 반은 실망으로, 반은 기대감으로 이 책을 읽었었는데, 아니 글쎄 논리가 어찌나 정연하고 아름다운지 깜짝 놀라고 말았지요. 그래서 리뷰를 쓸 때 조금 힘들긴 했었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가장 기억에도 남고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위에 든 이유와 동일하니 더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적어두었던 것이 반은 맞추고 반은 틀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리비아 혁명을 보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자비한 폭력때문에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끝내는 카다피의 죽음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죽음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은 좀 걸리지만.. 법의 심판이라는 것이 저런 상황에서는 워낙 자의적이기도 하고, 잔인한 이야기지만 살아있었다면 여러 제국들의 꼭두각시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다중의 혁명의 완성은 요원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다중이 이 혁명을 이기기 위해서는 제국의 힘을 빌리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맞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제 3의 길을 찾아야 한다, 라는 논지로 이야기를 꺼내었습니다만.. 힘든 책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정말 특이한 책이었습니다. 정말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책인데 이 책만큼 데리다를 잘 설명해주는 책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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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가수다에서 김경호와 김연우가 '사랑과 우정 사이' 편곡하여서 함께 부르던데 괜스레 사르트르와 카뮈가 생각났었습니다, 풋. 여기는 '우정과 투쟁 사이'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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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과학책.. 내맘대로 좋은 책이니 내맘대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파인만에 대한 책을 여기다가 놓아두겠습니다.
그동안 9기 평가단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10기에도 더 좋은 활동 할 수 있도록 노력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