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 E=mc²> 가 웅진출판사에서 재출간되어, 내 스마트폰 알라딘 화면 속에 추천목록으로 떴길래, 이 책의 재미난 일화가 생각나 서재에 들어와 끄적거려 본다. 워낙 잘 만들어진 책이라 다른 출판사가 작가와 재계약해 재출간할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재출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방정식 E=mc² 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방정식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누구나 다 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 이 방정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과학 저술가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쓴 대중과학서인데, 이 책이 과학책이긴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얽힌 일화와 이론에 불과한 방정식을 실제 핵으로까지 발전시킨 아인슈타인 이후의 여러과학자들의 역사적 기록과 비화를 다뤄,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데, 그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이 책의 집필 동기이다. 그가 이 책에 쓴 서문(생각의 나무판)을 빌려 잠시 여기에 쓰자면, 

<프리미어> 라는 잡지에서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자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디아즈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말했다. 디아즈의 대답은 이랬다. "글쎄요, E=mc²이 도대체 무슨 뜻이죠?" 그리고는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 디아즈는 "농담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내가 그 기사를 큰소리로 읽자, 모여 있던 친구 중 하나가 "디아즈가 그걸 정말 알고 싶었을까?"하고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으나 방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 건축가, 프로그래머 두명, 그리고 역사학자인 내 아내까지도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디아즈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 역시 그 유명한 공식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이후 나는 한가지 생각에 사로 잡혔다. 누구나 E=mc² 이라는 공식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 공식이 너무 단순해 보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겠거니 했던 사람들은 공식을 이해하려하다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상대성 이론을 다룬 책들은 제대로 씌여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다 실패했다. 그래서 나는 상대성 이론의 모든 것을 담은 또하나의 해설서를 쓰거나, 그동안 지겹도록 많이 씌여지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또 하나 보태는 대신,단지 E=mc² 에 관해서만 써 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중대한 한가지 이유는 E=mc²이 아인슈타인의 방대한 업적중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공식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과학책을 읽게 해 준 책이 바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이 책을 읽고 부터이다. 지금도 기억하는데, 내가 처음 과학책다운 과학책을 접한 건,  <모든 것을 바꾼 사람>이란 맥스월의 전기였다. 솔직히 맥스웰의 평전을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흥미가 생겨 구입해 읽었지만, 맥스웰의 일상의 편린만 눈에 들어오고 전체적인 삶을 이해했다뿐이지 그가 남긴 과학적 업적이 무엇인지 읽으면서도 잘 몰랐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과학적 이해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넘겨, 다 읽었다.  맥스웰의 평전 이후  왠지 과학책을 한번 읽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나서 두번째 선택한 과학책이 바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작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맥스웰의 전기처럼 딱딱하고 용어도 낯설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는 그런 책을 두번째 과학책으로 선택했다면, 어쩜 나는 두번 다시는 과학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 인생에서 과학이란 용어는 특정 집단의 성과물이나 스마트폰같은 과학기술의 한 분야로만 인식되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아주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정말 과학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싶어, 과학책에 대한 오기라고 할까, 호기심이라고 할까, 여하튼 뭔가 색다른 걸 읽고 싶다는 발동이 걸려 읽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아인슈타인을 숭배하는 독자가 되어, 아인슈타인과 관련된 양자역학까지 넓혀져 읽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EBS에서 방영된 빛의 물리학 다큐 1부중 베른에 보존되어 있는 아인슈타인 집 내부

 

보더니스는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방정식 E=mc²에 관해 썼지만, 그의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아마도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아인슈타인은 천재이다란 의미를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의 위대성을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EBS에서 발간된 <빛의 물리학>의 PD 정영두가  왜 빛을 알기 위하여, 제일 먼저 아인슈타인을 거론했는지,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해 1905년을 재현하기 위하여 스위스까지 날아가 그의 자취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는지, 다큐를 보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나 또한 아인슈타인을 읽으면서 버켓리스트란 간절하게 내 인생에서 해 보고 싶은 목록을 짰는데, 거기 목록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바로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 1905년의 역사적 기록을 찾아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5편의 논문을 발표한 1905년으로 돌아가 그가 일한 베른특허청에 가 보고, 그가 그의 동료였던 베소와 담소를 나누었던 카페나 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였기에, <빛의 물리학> 다큐를 보면서 느낀 전율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인슈타인의  E=mc²  방정식은, 지난 달에 영등포에 사는 김모씨가 만든 자신의 무한동력 영구기관은 열역한 제 1법칙을 위배했다는 그 열역학 제 1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에서 시작 된다. 모든 질량은 어떤 변화를 가해도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란 점을 기억해 두자.

 

 E=mc²에서 E는 에너지를 뜻하고 M는 material 질량을, C는 빛의 속도 celeritas를 의미한다. 수 백년동안 에너지와 질량은 별개다라고 생각되어졌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질량과 에너지는 같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말은 예를 들어, 우리가 들고 읽고 있는 한 권의 책의 질량이 그 질량만큼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질량과 에너지는 같다라는 이 비범한 통찰력은 그가 평생을 뒤쫓는 빛과 관련있는데,

아인슈타인의 공식은 그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가를 보여준다. 어떤 질량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계산해낵 위해서는 빛의 속도의 제복이라는 엄청나게 큰 환산 인자가 필요하다. 그 환산 인자와 물질의 질량을 곱하면, 그 물질이 내 뿜을 있는 에너지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있다......

 

변환되는 질량이 클수록 더 무시무시한 힘이 방출된다. 1 파운드의 질량을 m에 자리에 대입하고c²에 해당하는 거대한 수 448,900,000,000,000,000을 곱하면 , 원칙적으로 100억 킬로와시까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수치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발전소가 생성해 낼 수 있는 에너지보다 큰 수치이다 (생각의 나무판, p 111~112) .

아인슈타인 이전 그 누구도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것을, 그리고 에너지와 질량이 빛과 만나면 어떤 역활을 하는지 연결도리를 찾지 못하다가 아인슈타인에 이르러, 그의 빛에 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핵을 만들수 있는 간단한 방정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간단한 방정식은 결국 우리 인류에게 핵을 만들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고, 이 책은 이 방정식을 시작으로 어떻게 핵이 만들어졌는가하는 역사적 과정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하나의 원자핵에서 나올 수 있는 에너지는 적은 양이어서 자칫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상징적인 이론에 불과했다가, 1933년 하나의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인근의 다른 원자핵을 순차적으로 붕괴시키는 연쇄반응을 이용하면 우라늄 원자핵 하나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수조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발견의 발전가 바로 원자력이나 원자폭탄인 것이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을 소개하는데 있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글솜씨는 감탄스럽기까지 하지만, 사실 나는 언제나  이 방정식을 보면서, 두 개의 마음이 공존하는데, 이 방정식으로 인해 원자력을 만들어 그 에너지덕에 일상의 편리성을 누리지만, 한편으론 그 핵으로 인한 공포감 또한 불러일으키는 야누스적 방정식이란 것이다.

 

결국 이 공식이 위대하다 하더라도 완전(혹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저 위대한 공식이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우리 모두 알아야하고 파멸로 가지 않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저 방정식의 위대성과 동시에 파멸성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자리에서 보더니스의 책을 소개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 이제 노후화된 부산의 고리 원전 폐쇄해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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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8-07 10:39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저도 저 책을 무척 읽어보고 싶지만, 쉽게 쓰여졌다 한들 제가 읽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는 안될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섣불리 읽을 생각을 할 수가 없네요. 과학이라면 제가 정말이지 '너무너무' 몰라서 말이지요.

이 글을 읽고 가장 궁금한 건 이겁니다.

카메론 디아즈는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거요. 카메론 디아즈가 이 책을 읽었기를, 읽고나서 기억의집님 처럼 과학책에 흥미를 갖게 되었기를 바라요. 그렇다면 정말 세상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 같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말이지요.

기억의집 2014-08-07 23: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젤 궁금했어요. 이 책을 과연 카메론 디아즈가 알까 하고 말이에요. 여기저기 몇 군데 찾아봤지만 카메론 디아즈가 이 책을 읽은 것 같지는 않아요. 디아즈에 대한 언급이 저 때 이외엔 없더라구요~

저도 과학에 대해 잘 몰랐다가 읽어보니 소설분야만큼이나 요란한 곳이더군요. 글 잘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미국은 정말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라던데, 그 말이 맞나봐요.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세요. 전 요즘 도서관에 신세를 많이 지네요~

군자란 2014-08-07 15:33   좋아요 0 | URL
열심이 읽고 계시네요^^ 이 더위에 화이팅!!!

기억의집 2014-08-07 23:39   좋아요 0 | URL
할줄 아는게 읽는 거라서...읽긴 읽는데,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네요. 스마트폰을 끊던지, 아니면 알라딘을 열심히 들어오던지 해야겠어요~ 오늘 말복이라던데 날씨가 밤 되니 선선하네요^^

2014-08-09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0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9-20 10:51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는 일단은 이 책을 꼭 한 번 찾아서 (도서관에서) 읽어봐야겠다, 다짐했어요.
(어려울까요?T.T.)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한 가지. 고리원전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네요.
꼼꼼히 읽어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유민아빠, 사진..... 기억의집님이 댓글 다실때마다 유민아빠 생각나고, 세월호 생각나고, 아이들 생각날 거 같아요.... 잊지 말고, 기억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