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는 기계가 인간의 의식을 통제, 양육하며 만들어 내는 가짜 현실에 맞서 대항하는 SF영화이다. 그러니깐 영화에서 의미하는 매트릭스이란 가짜 현실을 실제 현실로 착각하면서 사는 컴퓨터 세계인 것이다. 가짜 현실과 실제하는 현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가짜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을 파괴하고 진짜 현실세계를 되 찾으려고 저항하지만 그 그 저항은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떠 오른 단어가 바로 메트릭스였다. 가상현실세계인 메트릭스. 과연 우리는 자신있게 메트릭스에서 살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컴퓨터가 만들어 낸 가상현실은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가짜 현실에 갇혀 살고 있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우리는 수 천년 전부터 우리가 만들어 낸 신에 복종하며 의지하였으며, 수백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문화와 관습에 대해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깐 따르는 것을 당연시하고(예를 들어 제사 문화, 제사 안 지내면 조상신이 후손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내릴 것 같은 두려움에 지내는 것은 아닌지 ), 미신과 영적인 존재들이 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가상 현실 아닌가. 왜 어떤 근거로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실체 없는 존재에 대해 현실적으로 있다고 믿고 숭배하거나 제를 지내는 것일까.
아마도 수 천년 동안 사회적, 관습적으로 의문 없이 세대가 바뀌어도 받아 들이는 순진성과 우리를 둘러싼 물질적인 자연 세계에 대해 이 땅위에 살면서도 아무 의심도 없이 받아 들인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 혹은 자연세계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잘 모른다. 나 또한 수년 전만해도 과학 지식에 무지했다. 과학 지식에 대해 잘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깐 과학적 이론들에 대해 잘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 우리는 중력법칙에 의해 지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정도. 그 이상 알려고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과학은 저 너머의 일반인들이 넘겨 볼 수 없는 머리 좋은 과학자들만의 세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우리가 만들어낸 현실적 세계에 충실했다. 신을 믿었고 윤회설을 믿었으며 이 세상에는 영적인 존재가 있어 살짝 두려움에 떨기도 했으며, 믿음에 대한 배신이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지도 모른다고 굳게 믿었었다. 세상이 만들어 낸 메트릭스에서 한치의 의심이나 불신 없이 갇혀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몇 권의 물리학책과 몇 권의 진화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변했고 강해졌다. 이럴 때 진보라는 말이 어울린다면 쓰겠다. 진보적으로 변했다. 세상엔 알아야 할 것들이 넘쳐 나고 의심투성이라는 것을.
아직도 갈 길은 한참 멀지만, 지금 우리는 물리학의 진정한 핵심과 정수를 찾은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고, 모르는 것의 양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p-26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접근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그 방식이 어떤 것이든 내가 믿고 의지하는 실체에 대해서 한번쯤은 의심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거대 권력의 메트릭스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틈틈히 현실 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으로 과학책을 읽을 것이다. 이 책은 어쩜 물리학史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시공간속에 살면서 그들의 존재를 까막게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획기적인 발견과 물리학사의 여러 발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하계에서 지구가 무한 생명을 가진 불로장생의 행성이 아닌 아닌 50억년 후에는 불가피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그리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여러가지 조건이 잘 갖춰진 우리의 골디락 zone인 지구를 보호해주는 자기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글들이 넘쳐 난다. 현재의 메트릭스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은 과학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