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sbs 뉴스 추적>을 보았다.

말인즉슨,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는 말은 옛말이라는 것이다.

강남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생이 11개나 되는 살인적인 과외수업을 받고 있다. 방과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아이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 이 얘기는 몇해 전에도 다뤘던 내용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은 스트레스에 찌들어 어린 아이다운 생기발랄함이 없다는 것. 조사에 의하면 반 전체 아이들 거의 대부분이 우울증을 보이고 있었고, 어떤 아이는 자살충동까지 보인다고 했다.

아이들이 과외하느라 얼마나 바쁘던지 엄마가 차로 아이를 다음 과외를 받을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그 차안에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운다는 것. 쳇, 잘 나가는 연애인들 그렇게 하고 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얘들이 무슨 연예인이냐?

강남에 사는 아줌마들 아이들은 대학 보낼 때까지 드는 과외 비용은 6~7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것도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고 카드빚까지 내면서. 자기네들도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안해서 내 아이 뒤떨어지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것은, 부모들이 학력이 높을수록 아이들도 그만큼 학업능력이 좋다는 것이다. 부모가 학력이 낮을수록 아이들도 자연 낮다고 한다. 어느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대생은 지금 서울대를 다니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남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강남불패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설혹 맞다고 치자. 용이 용 일수있는 건 그 유일성 때문일 것이다. 강남은 용 사육장인가? 그런 용 모아 놓으면 뭐가 되겠는가?

인성교육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는가 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바로 인접해 있는 동네는 빈민촌이다. 타워 팰리스 주변에 있는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그 동네 아이들과 놀지 말라고 가르친단다.

글쎄, 내가 부모가 안돼 봤으니 나도 자식이 있으면 그 자식에게 그렇게 가르쳤을지 모르는 일이라 뭐라 할 말은 없겠다만, 도대체 이 아이들이 자라면 뭐가 되있을런지 심히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나름대로 똑똑하고 실력은 갖췄겠지. 하지만 남을 배려하거나 함께하는 뭐 그런 걸 재대로 할 수 있을까? 자기도 확실할 수 없고, 잘못됐다는 걸 아는데 그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사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뭔가 새롭지 못한 발상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면 왜 개천이라고 용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어딨겠는가?

그렇다면 지금의 강남의 용들은 이무기되는 거겠지. 그런 날이 속히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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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4-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제가 다니는 대학보다야 수준 높겠지만... 여러가지 면을 고려 해볼때 카이스트랑 무슨 대학이(기억은 안나지만..) 훨씬 높은수준으로 체크되어있더군요.-_-a (아마도 아시아대학중에서 순위를 매긴것 같은데. 1,2위가 이들 두 대학이였는지 모르겠군요..ㅡㅡ;;; 서울대는 17위였나로 알고 있다는;;; 흔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기에는 약간 딸리는 듯..)_ 그런데 서울대를 고집하는게 인맥을 쌓기(??) 위해서라고도 하고... 뭐 상관은없지만....

갑자기 딴소리를 하긴 했지만...;;; 저런식은 너무 심한것 같네요. 나중에 가서 성격파탄자가 되면 어떻게 할려고;;; 저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못 벌겠지만 나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면 절대로 저런식으로는 안할껍니다..--;;; 누굴 죽일려고;;

마립간 2006-04-0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강남의 용들은 이무기되는 거겠지, 그런 날이 속히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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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속히 왔으면 하십니까. stella09님도 강남(한강 이남)에 살고 계시잖아요.

예전(고등학교 때)에 얼마 동안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언뜻 책의 제목이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모범생이면 우리나라는 망하다.’ 뭐 그런 내용의 제목이었습니다. 모범생이라 하면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우등생도 되고 선행도 하는 착한 학생을 일컫는 것인데... 제가 당시 바라기는 전 국민이 모범생(우등생이 아니고)이 되는 것이었는데, 왜 내가 바라던 대로 되면 우리나라가 망할까.

이 책은 읽지 못하고 나중에 다른 글을 읽다가 깨달았는데, ; ‘과거의 모범생이 현재의 모범생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모범생이 미래의 모범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였습니다.

한 일간지에서 대기업을 분석하면서 50-60년대, 70-80대, 90년대의 30대 그룹을 분석한 기사가 있었는데, 20년이 지나면 70% 이상이 바뀐다고 하였습니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 졌다는 기사도 시대가 변화됐다는 한 측면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은 붉은 여왕이라고 이름 짓게 된 이유를 <거울 나라 앨리스>에서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불쌍한 운명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제가 가을산님 페이퍼 댓글에는 세상은 moving target이라는 말도 남겼죠.

‘세상의 양극화’, ‘강남 공화국’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래 갈까요. 제가 아는 분은 강남에서 사시다가 분당으로 이사하셨는데, 이사한 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 다시 강남으로 다시 못 갈 것 같다고 하셨고, 어쩌면 주택 값 상승으로 다시 못 가는 것이 현실이 될 수 도 있습니다. 몇 분은 강남에서 살다가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심한 사람도 보았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강남에 사는 것이 안정적이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강남이라는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준거reference일 뿐입니다. 미래는 알 수 없죠.

과거에 변하지 않는 세상이 있었던 적이 없었고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의하면 단정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이 점을 슬퍼하지요.) 속히 왔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만 없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볼 수 있습니다.

Cf : 예전에 생물학에서 세포 분열과 분열 사이의 기간을 휴지기休止期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간기間期로 바꾸었죠. 세포가 쉬고 있는 것이 아니며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고 분열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해서.

stella.K 2006-04-0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그래요. 저도 저렇게 애 키우고 싶지 않네요. 흐흐
마립간님/제가 강남을 싫어한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오래 살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죠. 모든 사람이 뛰어나면 결국 하향평준화 되는 거 아닌가해서요. 그게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내가 말하려 하는 건 그런 의미는 아니고,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어요. 긴 글 고마워요.^^

2006-04-09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