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유럽산책 한길 히스토리아 9
아베 긴야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중세유럽산책,이라는 제목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다. 중세독일사 전공 일본인 교수가 썼지만, 그리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고 풍속사, 미시사를 다룬다. 중세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을 '대우주'-'소우주'의 관계로 파악하여 서술하면서 늑대 인간이나 성당의 괴수 조각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식이어서 역사 맥락 모르는 일반인이 읽어도 아주 흥미롭다.

 

서양사 기준으로 서로마제국 멸망이후 콘스탄티노플 함락까지 거의 1000년을 우리는 중세라고 배운다. 그리고 암흑기라고도 배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대륙,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우리의 기준에 맞추어 평가하고, 멸시할 수 없듯이, 우리와 다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현대인인 우리의 기준에 맞추어 평가할 수는 없는 일. 일단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 삶을 들여다 보는 일이 중요하다. 독서로나마 그런 경험을 해 보지도 않고 내 귀한 일생을 어리석게 보낼 수는 없지않은가.

 

책은, 다 읽고 나면, 저자의 역사관이 독자인 나에게 깨달음과 지혜를 주는, 그런 역사서는 아니다. 왕조사나 전쟁사 위주 아닌 중세 유럽의 기기묘묘 시시콜콜한 생활문화와 그들의 사고방식이 소개되어 있는 책이라, 책 자체보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하는 판타지 영화나 뮤지컬, 공연, 오페라 등을 감상할 때, 이 책을 읽고 난 효과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노트르담 드 파리>에 등장하는 '아질'의 의미라든가, <스타더스트>등의 영화에서 담장을 넘어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설정, <문 프린세스>에 등장하는 중세 감옥의 새장같은 형구,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늑대인간들, 기타 중세 사극마다 성 입구 네거리에 매달린 시체 등등,,,,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그 전에 안보이던 디테일이 보이기 시작하여 영화나 공연이 훨씬 재미있어진다. 

 

뿐만 아니라 당시 목판화와 보스의 그림이 곳곳에 인용되어 있어 소장하고 보는 맛이 쏠쏠하다.

 

읽어 보시라, 당신이 지난 유럽 여행 때 가서 본 고성의 성벽, 어느 한 부분의 돌 색깔이 왜 유난히 누런지, 당신이 본 박물관의 중세 기사 갑옷,그것을 입고 싸우면서 어떻게 소변대변을 해결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큭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 이상의 도서관 4
아베 긴야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중세 유럽 산책>에 이어 중세독일사학자 아베 긴야의 미시사를 읽었다. 저자는 중세 유럽의 농민, 목자, 나루지기, 목로주점 주인, 제분업자, 목욕탕 주인, 집시, 거지, 편력하는 직공 등 중세를 살았던 다양한 서민들의 삶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중세의 삶을 대개 사극영화나 설화 등을 통해서 공주, 기사 등 지배계층 위주로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목욕, 세금, 농업, 빵, 거지에 대한 적선 등을 통해 진짜 땀냄새 진동하는 중세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당연히 기존의 중세 역사서에서 왕이나 황제, 교황의 역사와 영토 분쟁 등을 지루하게 접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중세유럽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독일지역 위주이기에 읽어가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있듯 기독교 지배하의 중세와는 달리, 일반 서민의 풍습엔 기독교 이전 게르만의 신화와 풍습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새로웠다. 물론 기독교와 결합한 형태이긴 하지만. 그리고 파도 거센 강을 건너기 위해 사람 모양의 빵을 강물에 바치던 풍습 등, 일반 민중의 풍습은 동서고금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러고보니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서양만의 전통이라는 것이 근대 이후에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며, 중세 시절에는 차이보다 인류공통의 풍습과 문화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 부분은 더욱 공부해서 알아보아야 할 듯.

 

무식한 독자 주제에 어줍잖게 말해보자면, 이런 역사서 읽는 행위를 통해 나와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면, 현재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더욱 깊고 넓어지게 되는 즐거움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은 책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을 다 읽고난 독자를 가리키는 명칭인듯. 책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외친다."구경한번 잘했네~" 

 

사족

1 책 표지가 아주 예쁘고 세련되었다. 겉을 싸지 않고 그냥 들고 다니며 읽어도 '폼난다' 지금 같이 읽고 있는 중세사책으로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도저히 들고다니며 읽지 못하겠다. -_-;;

2 브뤼겔의 그림이 앞에 컬러로 실려 있다. 신난다.

3 '저지독일어'와 '고지독일어'의 차이를 몰라서,(지리적 차이 외에) 저자가 설화를 언급하면서 말한 부분 일부를 이해못하겠다. 누구 아시는 분 깨우침 주십사.

4 틸 오일렌슈피겔 설화의 내용을 몰라서 아쉽다. 저자 말로는 일본에서는 독일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던데. 그 유명한 케스트너의 문장으로. 이 부분 역시 아시는 분 도움 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나 알아야 할 서양 중세 101가지 이야기
클라우디아 메르틀 지음, 배진아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사회, 법, 정치질서, 신앙, 경제, 생활, 예술, 문학 등 서양의 중세에 대한 101가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대중역사서이다. 중고교시절에 간단하게 접하고 외우고 지나가는 서양중세사부분의 기초를 다시 잡기에 좋은 책이다. 처음부터 중세의 개념과 중세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잡아주고 시작한다. 그리고 카놋사의 굴욕, 십자군 전쟁,백년전쟁 등 중세의 유명한 사건들을 차례대로 설명해 주는데, 편견없이 비교적 최근 연구성과를 요약해서 들려주는 듯 하다.

 

샤를마뉴 이후부터 현재는 독일에 속하는 지방 위주의 유럽 중세를 다루기 때문에 그냥 보편적인 서양중세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그리고 지도가 없어서 그저 툭툭 등장하는 지명들을 받아들여 머리속으로 재구성하기가 좀 난감하다. 화보도 다 흑백이다. 또한 '프란츠 폰 아시시' 하는 식으로 중세 인명들이나, '플로렌쯔'하는 식으로 지명들이 다 독일어 표기인거, 좀 난감하다.

 

편집을 다시 하면 세계사 어려워하는 중고생들이나, 일반 성인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한번쯤 지나쳐갈 만한, 기본적인 교과서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장으로 보는 유럽사 - 한눈에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유럽 문장의 비밀
하마모토 타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달과소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고교 시절, 이야기 잘 해주시는 좋은 세계사 선생님께 배웠다면 아마 '튜더 로즈'에 대해 알 것이다. 장미전쟁 부분에서 꼭 해 주어야만 하는 설명인데, 영국의 왕위계승전쟁시 요크 가의 흰 장미 문장과 랭카스터 가의 붉은 장미 문장을 합한 이중 장미 문장이 바로 튜더 로즈이다. 이렇듯 서양사 배우는 과정에서 문장을 알면 훨씬 이해와 암기가 쉽다. 그외 일반인들도 잘 아는, 역사상 유명한 심벌이 뭐가 더 있을까?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라든가 고대로마, 신성로마제국을 거쳐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미국까지 쓰고 있는 독수리문장도 떠오른다. 이들은 현재까지 효력을 갖고 있는 심벌들이다.

 

너무 멀게 느껴지는가? 그럼,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잔의 바닥을 보라. 도자기회사의 문장이 있다. 유럽 도자기의 경우, 그 문장은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이 있다. 그것도 아님, 지금 마시고 있는 와인의 레벨은 어떠한가?

 

그렇다. 이 책은 지나간 역사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럽의 문장들에 대한 책이다. 각 심벌의 기원과 의미, 변화와 소멸, 현대적 계승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 실생활과 무관하지 않은, 살아있는 역사 상식이어서 더욱 재미있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배너'가 중세 유럽 기사들의 개인 깃발에서 유래했다는 것, 흥미롭지 않은가?

 

뜬구름 잡는 중세 왕족 귀족들의 고리타분한 문장이야기라고 지레 짐작하지 마시라. 이 책을 보면, 문장 등 심벌 표식은 지배자의 권위를 강화하는 수직 방향의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도시, 길드 등 일반 민중들의 연대를 나타내는 수평방향으로 발전해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 베드로의 열쇠 상징만 해도, 대개 교황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지만, 중세 도시 열쇠장이들의 조직을 의미하기도 했다는 점. 또한 시민혁명기를 거쳐 문자교육이 보급되고 개인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지배계급의 인장은 점차 그 효력을 잃고 개인의 사인이 더 인정된다는 것. 정말 재미있다.

 

이 책을 읽었으니, 앞으로 다른 역사서나 역사소설을 읽을 때, 사극 영화를 볼 때, 더 풍부하게 알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펼치면 양쪽으로, 마치 중고교 교과서의 편집 체계처럼 주요 인명, 사건, 용어 풀이와 해설이 바로바로 실려 있어서, 역사에 좀 자신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흠이라면 도판이 흑백이고, 용어가 일본식 한자어로 번역되어 있다는 점. 부록의 유럽 지도에 같이 실린 주요 왕조 연표도 아주 유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명의 날 -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니콜라스 시라디 지음, 강경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명의 날'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무슨 묵시록적이고 뻔한 광신적 살인마가 나오는 시시한 팩션같은 선입견이 들었다. 그러나 부제인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을 보자, 이거이거 무언가 나오겠는걸,하고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건축 비평가이자 역사 컬럼리스트라는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 나니 내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믿는 친구 블로거가 추천한 책이라니, 오호라, 이 책이 내게 온 날이야 말로 운명의 날이 아닐 수 없구료!

 

진정하고, 이 책은 1755년 11월 1일 발생한 리스본 대지진이 어떻게 유럽의 근대화를 이끌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로 그 과정을 이끈 폼발 후작 카르발류의 재건과 개혁 과정을 서술한다.

 

처음에는 지진 당일을 묘사하지만, 곧 저자는 1000년 이전으로 눈을 돌려 이베리아 반도의 무어인 점령과 카톨릭 군주들의 레콩키스타 과정부터 서술하여 유태인 추방에 따른 국내 산업 손실을 보여주어, 포르투갈의 기형적 경제구조의 근원을 밝힌다. 그리고, 브라질 등 식민지 개척으로 얻은 막대한 부를 제대로 국가 경제 발전에 이용하지 못하고 왕족, 귀족, 성직자 등의 특권층의 배만 채워서, 말로만 해양강국이지, 사실은 중세낙후 상태에 처해있던 대지진 당시 포르투갈 사회의 모습을 예리하게 그려 낸다. 결국, 브라질의 막대한 황금은 포르투갈 민중의 삶의 질 향상이나, 전체 국가의 산업발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광신적으로 삶에 개입하는 종교의 문제였다.

 

그러나, 신의 심판이라는 대지진 결과, 종교 재판소와 성당까지 허물어진 상태에서, 일부 사람들은 더욱 광신적으로 종교에 매달리기도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를 통해 낡은 구제도를 개혁하여 포르투갈을 근대적 각성 상태로 재건하려는 정열을 갖고, 실행하게 된다. 포르투갈 밖의 볼테르, 루소 등의 계몽주의 철학자들도 이들과 같은 의견으로 유럽의 사상사를 바꿀 저작들을 집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리스본 대지진은 포르투갈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를 근대적 각성상태로 이끌었으며, 리스본 재건 도시계획은 이후 수많은 유럽 도시설계의 모범이 되었다.

 

재앙으로 리스본은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재앙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기도 했다. 건전한 의심과 이성이 독단적인 종교 교리를 대신했으며 하느님의 섭리라는 이름으로 주입된 체념적 삶은 인간이 자유롭게 개척하는 주체적 삶에 자리를 내주었다. (중략)

"이런 재해를 통해 제국을 갉아먹는 노후한 제도들이 뿌리째 뽑히기도 한다,,,, 포르투갈 전역이 황폐해지고 도시들이 파괴된 것을 우리들의 몽매함을 일깨우고 국가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 재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 본문 136쪽

 

위에 인용한 카르발류의 말에서, 결국 이 책의 제목인 '운명의 날'은 신이 리스본을 지진으로 심판했다는 뉘앙스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게 되었다는 의미로서의 '운명의 날'임을 알 수 있다.

 

물론 피달구(지역 유지) 출신으로 후작 작위까지 받은 카르발류의 인생과 정치 행보에는 비판, 논란 거리가 많다. 그러나 그가, 비록 권력남용에 공포정치를 펼쳤지만 최소한 권력 자체를 위해 권력을 추구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가 진정 원한 것은 중상주의 국가, 부강한 조국 포르투갈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 역시 시대가 낳은 영웅인듯.

 

아쉬운 점은, 카르발류가 건설한 바이샤 지구나, 카르발류의 동상 등에 관련한 사진이 없는 점이다. 그림으로 남은 대지진 이전의 리스본 시가와, 현대에 사진으로 찍은 리스본 시가를 비교해 주는 도판이 있다면,,,하는 아쉬움이 든다.

 

여하간, 건축비평가의 역사서여서 그런지, 지진 이전 역사 배경 설명보다 리스본 재건 과정 설명 과정이 아주 재미있었다. 즐거운 독서였다.

 

* 사족 : 지난 역사를 통해 오늘날 삶의 교훈을 얻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 이 책은 정말 유용하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을 겪었을 때, 운명이나 신에게 매달리고, 팔자 탓하며 외부의 구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냉철한 사태 판단으로 그 곤란을 극복해 나가면, 이 또한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