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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ㅣ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삶의 종착지는 결국 죽음인 셈이다. 지구상의 모든 종의 운명이다. 특히 인간이 갖는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공포와 절망이다 라는 생각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죽음 그 너머를 상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뭔가를 믿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영혼의 존재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와 죽음 상태를 어떤 기준으로 보야야 할지의 문제들, 영생에 관한, 죽음에 대한 도덕적 기준과 가치 등, 인간들 앞에 그 숙제는 산더미처럼 놓였고 아직도 입씨름 중이다. 저자 셀리 케이건의 자세를 보라! 그는 자유롭다. 그는 영혼을 믿지 않는 물리주의다. 공중부양을 한 자세처럼 보이는 표지엔 죽음에 대한 명쾌한 견해를 대변하듯 표정이 살아 있다. 영혼은 무슨 개뿔! 하는 조소와 빈정거림이 아닌 논리와 이성으로 죽음과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를 읽다보면 시종관 브리게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산업화로 인해 농촌에서 도시인 파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아무렇게 죽어나가는 대량생산되고 기성품 같은 죽음에 대해 릴케는 절망한다. 소리를 지르고 요란스럽게 죽음을 맞는 과정을 떠올리면서 할아버지가 내부에 키워온 죽음은 할아버지만의 고유한 것이어서 그 어떤 죽음도 강요할 수 없었다고 릴케는 적었다.
인간이라면 자신의 죽음에 방관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당당히 현실을 딛고 서 있는 자아와 무덤 속으로 사라질 두 개의 분열된 자아 속에서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할 것이다. 그리하여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은 착각 속에서 혹은 믿은 속에서 결코 죽지 않음을 믿고, 영혼의 영생을 믿고 부활을 믿는다. 그렇다면 나는 영혼인가 육체인가 인격인가의 장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참으로 중요해 보인다. 죽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건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 책은 일깨워 준다.
죽음과 대면하라 그리고 실체를 파헤쳐라! 는 부름에 달려나가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이적지 생각지도 않은 것들과 조응한다는 것은 참으로 멋쩍고 불편하긴 하다.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죽음을 자신의 삶속으로 끌어다 앉힌 뒤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조곤조곤 얘길 나눈 적은 없을 것이다. 삶을 끝장 낼 요량으로 죽음의 그림자를 불러다 앉힌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겁나고 숨막히는 일인지...
"죽음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죽음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죽음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고 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이 문장을 나는 얼마나 사랑했던가. 삶과 죽음은 공존하면서도 어느 한 쪽이 그 명을 다하면 자연히 어느 한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소리일 것이다. 삶의 한계는 죽음이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준다. 그리하여 죽음과 삶의 가치는 동일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이 문장은 아포리즘처럼 그 자체로 강렬하다. 하지만 셀리 케이건은 306쪽에서 이 문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죽음은 살아있거나 죽은 뒤라도 우리에게 해악이 될 수도 없다는 말인데 저자는 죽음이 내게 나쁜 것이 되는 시점에 대해 지목하고 있다, 죽음이 내게 일어날 때 바로 그 시점이 바로 나쁜 것이라고 말이다. 죽음에 관한 생각은 이렇게 다르다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보다.
사실, 좀 지루한 감이 없진 않으나 무거운 주제로 이렇듯 가뿐하게 날아 오르듯 죽음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좋다. 피할 수 없는 존재의 무게를 달아서 덜어준다는 데에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곧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하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영혼을 믿는 자, 영생을 믿는 자, 각자 나름대로 셀리 케이건에게 설득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논리를 따라 가야 할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집중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