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12월 31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길상효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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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미래를 다룬 SF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면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와 같은 광활하고 두렵고도 황홀한 우주에 빠지는듯한 기분이 든다.

2100년 12월 31일도 지금으로부터 78년 후인 2100년 12월 31일을 4인의 작가가 네 가지 에피소드로 그렸는데, 이 세상에 스며들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흥미로운 등장인물들과 소재들의 향연에 녹아들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오롯이 나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이 아닌 타인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상에 잠식되다 보면 더욱 기묘한 찬란함이 느껴지는듯하다.

본문에서 다루는 작품들에서도 반영하고 있듯 현실이 아닌 미래를 다룬 이야기의 강점이라 함은 외려 비인간적인 존재와 무미건조한 장치들로 하여금 주제를 극대화하며 미래를 이용하여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점이다.

여유 따위 없이 물질만능주의와 환경파괴를 일삼는 현실로 말미암아 찾아온 상실과 허무함을 공통적으로 그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하지만 미래를 마냥 투명하고 밝게 그리기보다는 조금은 불투명하고,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이야기로 그렸기에 우리가 오늘을 단순히 살아가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후손을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며 신경 써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만든다.

환경에 개의치 않고 과잉 생산을 남용하는 문제와 오염과 전염병으로 인한 결과물인 신인류, 인간과 로봇의 괴리감과 같이 오늘의 현실이 녹아있는 미래의 이야기들.

쏟아지는 창의력과 상상력, 예리한 비판에 경탄하며 다양한 모습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나는 미래에서 바라본 나의 오늘을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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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금봉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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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싯적 위대한 삶에 대해 갈망하며 큰 꿈을 품고 호기롭게 장래희망을 써넣곤 했다.

허나 이내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고 그 꿈은 범접할 수 없으며 가능성이 희박함을 깨닫고 목표를 낮추고 평범한 삶이야말로 가장 이루기 어려운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평범한 삶이라도 유지하길 바라며 살아간다.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는 소름 끼치도록 우리 삶의 저변에 위치한 익숙한 일상의 모습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익숙함에 공감하고 귀엽고 소박한 위트들에 시종일관 웃으며 읽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낯설고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서글프게도 변모한다.

평범함이 무엇이라고.

그것을 갈망하게 되는 젊은이들의 애환을 너무나 농익게 잘 녹여냈으며, 번뜩이는 재치들이 녹아있는 단어 선택으로 만들어낸 신선한 표현들과 매력의 결정체인 주인공들, 어디로 튈지 모르며 화수분과 같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여러 에피소드들로 그려냈다.

또한 각기 주인공들을 활용해 플라토닉, 에로스, 가족들이 보여주는 아가페적 사랑까지.

다양한 각도로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며 쉴 새 없이 독자의 가슴을 널뛰게 한다.

당차고 때론 뻔뻔하지만 한 번 빠지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주인공 설휘와 그녀에게 그저 빛과 같은 존재 운의 알 수 없는 미래가 엮여 마치 부자연스러운듯 하면서도 조화롭게 그들을 유려하게 그려냈고, 냉혹하고 가혹한 현실 앞, 밑바닥까지 추락한 삶들을 어찌나 현실적으로 그렸는지, 단번에 가슴이 아려 먹먹하게 만드는 화제 전환의 면모까지 갖춘 필력에 또 한 번 감탄해 저자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

충격적이면서도 설레고, 가슴 시린 우여곡절 끝의 다사다난한 400여 페이지의 결코 짧지 않은 작품이었음에도 나는 설휘와 운을 보내기 아쉬워 저자의 차기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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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멀쩡한 중독자들
키슬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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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사랑이며 알코올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고 흥분과 희열 그 사이에서 자신감 가득 찬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러다 피곤하면 잠이라는 행위도 빠르게 가져올 수 있으며 지인들과의 친목마저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마치 디오니소스와 같이 주말이면 술이 함께하지 않은 날이 없었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그렇게 지내고 있을 나.

그러나 이 행복과 찬란한 순간은 잠시뿐이며 이어지는 숙취와 건강은 나의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게 만들었으며 술에 취한 채 혼미한 정신으로 지내는 나날이 늘어난 후 일상으로의 복귀를 하고 나면 내게 남은 것은 심해까지 침잠해 우울의 극치인 내 감정들과 후회뿐이었다.

지독한 음주 패턴의 나는 빠른 속도로 안주도 없이 마시는 끔찍한 습관까지 몸 속 깊숙이 배어있었는데, 이 위험한 습관과 동일한 같은 결의 저자의 과거를 만났고, 저자의 이야기는 평행이론으로 함께 걷고 있는듯한 나에게 기시감과 두려움이 엄습하며 위기감을 주었다.

자기합리화와 정당성 부여, 완벽주의적 성격들과 죄책감과 두려움,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나에게 학대를 하며 미루고 미루기의 반복까지.

소름 돋게도 나와 일치하던 저자의 음주 후 이야기들.

이는 알코올 의존증은 다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당혹스러움에 나는 저자의 사례와 같이 현실과 꿈이 모호해지기 전에 관대함으로 당연시하는 아이러니한 이 술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파악하고 내 습관을 당장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우울감으로 죽음을 생각하며, 폭음으로 건강을 해쳐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심지어 자살시도까지 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타인의 이야기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술이 나에게 마수를 뻗을 것만 같다는 충격으로 나에게 전해져왔다.

심지어 저자가 금주를 위하여 즉시 실행했다는 술 버리기 행위마저 술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적지 않은 받은 충격을 받고 뒤이어 함께 드는 생각은 나는 저렇게 행동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나 역시 무기력하게 술과 또 다른 내 자아에게 질 수밖에 없는 패배자일 수밖에 없었기에 자괴감이 물밀듯 몰려왔다.

아직 철저하게 주말과 평일을 구분하고는 있지만 이미 중독의 상태로 접어 들어갔다 해도 무방할 지금의 나이기에 본문의 조언과 같이 스스로 자기 암시를 통해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난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금주를 바로 실행해야겠다고 느껴졌다.

금주에 성공한 이후 일상생활을 다시 배우며 신체적 변화를 찾은 저자와 같이 나 역시 이번 독서의 과정은 독서라기보다는 당장 금주가 나에게 필요한 최우선 사항임을 자각하며 지대한 공감과 반성, 현실 파악을 하게 된, 진정 나에게 필요했던 피드백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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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롤, 액션!
연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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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통통 튀는 일러스트의 표지와 생경하지만 경쾌하게 느껴지는 제목과는 다르게 스피드, 롤, 액션! 은 일상에 지쳐, 현실에 부딪히는 등 삶에 회의감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과 그로 감내해야 할 시련과 함께 이어지는 위로, 이해와 같은 다양한 주인공들의 서사를 담고 있었다.

이야기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철거 직전의 <미미 분식>에 들어온 주인공 보리가 투자금을 관리하던 친구 은표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영화 제작과는 거리가 멀어진 후 갑작스레 뻔뻔하고 능청스럽게도 ‘본인이 객사하면 책임을 지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불청객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하나, 둘씩 갑작스레 등장해 시간을 미끄러져 왔다는 미지의 인물들.

그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시간적 배경을 지닌 채 등장해 다사다난하고 기구했던 삶 속에서 각자의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젊은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는 타이틀 덕분인지 기발한 발상들이 눈이 띄었고 그 발상의 전환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놀라움과 반전으로 녹아들어 전개되었으며, 사소한 아이템들의 활용 역시도 감탄을 자아내 타임슬립이라는 주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쾌감마저 이끌어냈다.

또한 베일에 감춰졌던 제목이 보리의 꿈인 영화 촬영 작업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며 우리의 삶이 한 편의 영화라는 의미로 이어져 깨달음이 파도와 같이 물밀듯 밀려와 짜릿함을 선사했다.

익숙함에 당연해져 소중함을 잊고 지냈거나, 이미 소유하고 있음에도 발견하지 못한 우리 안의 빛나는 것들을 알아차리게 하고, 희망하던 미래와 당장 눈앞의 현실의 괴리감도 잘 표현되어 몰입도 높고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작품이었다.

저자가 독자의 취항 저격 포인트를 적확하기 꿰뚫고 조준하는 실력이 수준급이라 이렇듯 완벽한 면모를 갖추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듯한 생생한 감각들이 깨어나는 작품이 너무나 오랜만이라 참으로 반가웠다.

센스 넘치는 유머들과 여운까지 놓치지 않은 치명적 매력까지, 마치 오색의 휘황찬란한 공작이 날개깃을 펼친 듯한 환상이 떠올랐다.

책장을 덮으며 우리 인생과 결부된 제목이 획기적이고 참신한 발상이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감탄과 박수가 나오는, 진정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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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gance is 엘레강스 이즈 - 우아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도은진 지음 / 오브바이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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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강스. 우리말로 우아함을 뜻하는 이 단어를 듣자마자 개인적으로는 마치 고정관념과 같이 중세 시대 드레스를 입은 귀족 여인의 자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누구든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만 쉬이 정의하기 난해한 이 우아함을 본문에서는 단어의 뜻을 정의하며 그것이 풍기는 이미지와 떠오르는 표현들을 다양한 예시로 제시한 후 저자가 그동안 우아함에 대해 느껴온 이미지와 신념, 우아함의 예시들을 소개한다.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게 본문에서는 우아함을 다룬 도서임에도 저자는 본인이 가장 바쁠 때 책에 대하여 구상했다고 하는 소소한 위트를 선사하며 포문을 연다.

엘레강스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이는 여느 미사여구와는 품격이 다르고, 단 하나의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어렵고 단어의 무게 역시 남다른 오묘한 단어이다.

삽입된 사진들의 멋스러움과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짐에 도서는 책 자체가 만들어낸 고유의 이미지로 독자를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되며 차분해지도록 만든다.

여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오드리 헵번, 재클린 케네디, 버지니아 울프, 코코 샤넬, 제인 구달 등 다양한 인사들을 언급하며 그들만의 각기 다른 우아함이 등장하는데, 이렇듯 우아함은 간결하고 명료하지만은 않은 것이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에 독자들도 자기 자신을 시나브로 알아간 후, 멈추지 않는 노력으로 갖추게 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독서를 이어감에 따라 스스로가 경박스럽게나 성숙하지 못한 행동들은 지양하고 나를 발전시켜 정제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절로 할 수 있게끔 이끌었고, 세상을 보는 시선에 여유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교양을 갖추는 내가 될 수 있게 노력하는 묘한 매력 또한 갖추고 있었다.

형언하기 어렵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며 가지기 어렵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닌 우아함.

백조가 우아함을 위해 호수 아래에서 쉴 틈 없이 발짓을 하듯, 나 또한 우아함을 갖춘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겠다 느끼는 시간이었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번 독서에는 우아함과 어울리는 음악인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와 드뷔시의 달빛과 함께 했다.

우아함을 더욱 가까이 만나고 싶은 이들이 독서와 함께 감상해 보았으면 한다.

음악들로 하여금 우아함에 대하여 탐구하는 데에 집중하며 이 역시 나의 우아함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동기를 더욱 부여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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