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롤, 액션!
연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엽고 통통 튀는 일러스트의 표지와 생경하지만 경쾌하게 느껴지는 제목과는 다르게 스피드, 롤, 액션! 은 일상에 지쳐, 현실에 부딪히는 등 삶에 회의감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과 그로 감내해야 할 시련과 함께 이어지는 위로, 이해와 같은 다양한 주인공들의 서사를 담고 있었다.

이야기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철거 직전의 <미미 분식>에 들어온 주인공 보리가 투자금을 관리하던 친구 은표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영화 제작과는 거리가 멀어진 후 갑작스레 뻔뻔하고 능청스럽게도 ‘본인이 객사하면 책임을 지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불청객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하나, 둘씩 갑작스레 등장해 시간을 미끄러져 왔다는 미지의 인물들.

그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시간적 배경을 지닌 채 등장해 다사다난하고 기구했던 삶 속에서 각자의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젊은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는 타이틀 덕분인지 기발한 발상들이 눈이 띄었고 그 발상의 전환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놀라움과 반전으로 녹아들어 전개되었으며, 사소한 아이템들의 활용 역시도 감탄을 자아내 타임슬립이라는 주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쾌감마저 이끌어냈다.

또한 베일에 감춰졌던 제목이 보리의 꿈인 영화 촬영 작업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며 우리의 삶이 한 편의 영화라는 의미로 이어져 깨달음이 파도와 같이 물밀듯 밀려와 짜릿함을 선사했다.

익숙함에 당연해져 소중함을 잊고 지냈거나, 이미 소유하고 있음에도 발견하지 못한 우리 안의 빛나는 것들을 알아차리게 하고, 희망하던 미래와 당장 눈앞의 현실의 괴리감도 잘 표현되어 몰입도 높고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작품이었다.

저자가 독자의 취항 저격 포인트를 적확하기 꿰뚫고 조준하는 실력이 수준급이라 이렇듯 완벽한 면모를 갖추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듯한 생생한 감각들이 깨어나는 작품이 너무나 오랜만이라 참으로 반가웠다.

센스 넘치는 유머들과 여운까지 놓치지 않은 치명적 매력까지, 마치 오색의 휘황찬란한 공작이 날개깃을 펼친 듯한 환상이 떠올랐다.

책장을 덮으며 우리 인생과 결부된 제목이 획기적이고 참신한 발상이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감탄과 박수가 나오는, 진정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