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금봉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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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싯적 위대한 삶에 대해 갈망하며 큰 꿈을 품고 호기롭게 장래희망을 써넣곤 했다.

허나 이내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고 그 꿈은 범접할 수 없으며 가능성이 희박함을 깨닫고 목표를 낮추고 평범한 삶이야말로 가장 이루기 어려운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평범한 삶이라도 유지하길 바라며 살아간다.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는 소름 끼치도록 우리 삶의 저변에 위치한 익숙한 일상의 모습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익숙함에 공감하고 귀엽고 소박한 위트들에 시종일관 웃으며 읽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낯설고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서글프게도 변모한다.

평범함이 무엇이라고.

그것을 갈망하게 되는 젊은이들의 애환을 너무나 농익게 잘 녹여냈으며, 번뜩이는 재치들이 녹아있는 단어 선택으로 만들어낸 신선한 표현들과 매력의 결정체인 주인공들, 어디로 튈지 모르며 화수분과 같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여러 에피소드들로 그려냈다.

또한 각기 주인공들을 활용해 플라토닉, 에로스, 가족들이 보여주는 아가페적 사랑까지.

다양한 각도로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며 쉴 새 없이 독자의 가슴을 널뛰게 한다.

당차고 때론 뻔뻔하지만 한 번 빠지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주인공 설휘와 그녀에게 그저 빛과 같은 존재 운의 알 수 없는 미래가 엮여 마치 부자연스러운듯 하면서도 조화롭게 그들을 유려하게 그려냈고, 냉혹하고 가혹한 현실 앞, 밑바닥까지 추락한 삶들을 어찌나 현실적으로 그렸는지, 단번에 가슴이 아려 먹먹하게 만드는 화제 전환의 면모까지 갖춘 필력에 또 한 번 감탄해 저자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

충격적이면서도 설레고, 가슴 시린 우여곡절 끝의 다사다난한 400여 페이지의 결코 짧지 않은 작품이었음에도 나는 설휘와 운을 보내기 아쉬워 저자의 차기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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