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테임드 - 나는 길들지 않겠다 뒤란에서 에세이 읽기 2
글레넌 도일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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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테임드’는 기억에 남는 문장들만 꼽아보아도 왜 수많은 셀럽들의 추천과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인지를 알 수 있는 에세이였다.

그리워할 야생을 알지 못한 채 길들여진 치타 이야기로 시작하며 이를 본인과 독자에게 빗대어 사회, 교육, 관념 속 길들여진 우리를 자유로 해방시켜주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폭식증과 알코올중독을 이겨내어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러나 외도를 하는 남편과 이를 극복하고자 찾아갔지만 가히 충격적인 심리치료의 최악의 상담이 이어졌던 그녀에게 새로운 빛인 애비가 나타났고, 그녀는 살아있음을 느끼며 변화한다.

어린 시절부터 차별을 주입식 교육으로 익숙하게 여기며 21세기에도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프레임 속 삶을 살던 우리에게 규정된 젠더관은 진실이 아닌 믿음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제시하는 그녀는 길들여지기 전까지 야생의 존재였던 우리가 케이지에 갇혀 스스로를 잃어감에 대해 복종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 자신의 ‘앎’이 필요하다 역설한다.

세 아이의 일상 속 깨달은 내용을 공유하는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아이들의 생각을 통해 우려와는 다르게 너무나 건강한 사고방식을 지니게 된 그녀의 가정교육에 놀라움도 느꼈고, 세 아이가 작가 본인을 뛰어넘는 아이들이 되어감을 보여주는듯했다.

‘언테임드’는 우리의 펼쳐진 자유를 향한 글이었고, 평범하고 쉬이 진행되는 고민 상담과는 판이하게 새로운 사고로 조언을 해주는 지침서였으며 저자는 남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오히려 가장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사료되었다.

제대로 된 사람은 실패했고, 다시 시도하는 사람, 상처받았던 사람이라는 말이 기억난다.
한국 정서로는 꽤나 받아들이기 힘든 가족 구성과 사고방식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나를 위한, 자녀를 위한, 우리 모두를 위한 나침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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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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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은 그야말로 잊지 않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경험담으로 구성된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이었다.

유려한 글 솜씨로 작품은 단숨에 읽게 되었지만, 가벼운 책의 무게와 분량에 비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들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확고한 신념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와는 다분히 상반되는 용기로 나의 의견을 쉬이 피력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잊지 않음’은 여러 가지 소재들을 정치적, 사상적 색이 매우 짙게, 호불호가 강할듯한 뚜렷한 자기주장으로 솔직하게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80년대에 태어나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동년배이기에 더욱 공감되는 소재들에 분노하며 답답하기도 하며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공감하며 감정을 함께 나누었고, 사촌 언니의 입양에 대해 윤리적인 딜레마 속의 현실이나, 2019년 여름의 불매운동에 따른 오류, 오늘날을 살아가며 뿌리 깊게 박힌 혐오 의식에 대해 고찰하는 여러 소재들이 눈길을 끌었다.

동생의 직업인 모델로 비어있기에 표현해 내는 것이라는 사고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다.

작가가 선호하는 새로운 작가들과 작품들을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으며, 정희기작가와의 대담이 인상적이라 전시도 꼭 감상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산문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졌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그녀의 소설이 가장 궁금하여 조만간 여러 문학상을 휩쓴 그녀의 멋진 작품들을 감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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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카페
모치즈키 마이 지음, 김난주 옮김, 사쿠라다 치히로 일러스트 / 멜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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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끝나 특히나 고되던 업무가 끝난 후 지친 오늘의 나는 보름달 카페를 만났다.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분위기에 사로잡혀 읽는 동안 동화 속 세계에 도착한 듯 황홀함이 함께 했는데, 신비로움을 잔뜩 머금은 이 카페는 정해진 장소 없이 불현듯 나타나 주문 없이 특별히 당신만을 위해 준비한 음식과 디저트 음료를 제공하는 신출귀몰함마저 갖추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며 당신의 나이대에 걸맞은 행성들에 붙여진 세계관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고 디저트를 맛보며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비단, 환상만으로 이루어지진 않았고, 고민과 걱정 없는 이는 없다는 말처럼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힘든 현실과 현대인의 고충마저 녹아있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보름달 카페로 위로받을 수있었기에 이 카페는 오늘의 나를 위한 힐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를 위로해 주어 가슴 한 쪽이 뭉클하기도 하며, 설렘이 퐁퐁 솟아오르는 느낌이었기에,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보름달 카페를 잠시나마 다녀와 치유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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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호세 홈스 그림, 김수진 옮김, 스티그 라르손 원작, 실뱅 룅베르그 각색 / 책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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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광기 어린, 흡입력 넘치는 이 밀레니엄 시리즈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었고, 작가의 사망을 뒤늦게 알게 되어 망연자실했었다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연재로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나의 애정 가득한 소설!

그래픽노블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렇게 감상 후 서평을 남기고 있다.

나의 상상 속 화면들이 그대로 시각화되어있어 너무나 신기하고도 반가웠고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빠른 전개와 단숨에 결말에 이르는 매력에 그래픽노블로서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매력 속에서도 유영하고 있는 중이다.

코믹북 특유의 거친 그림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일부 내용이 아주 살짝 변경된 것 이외에는 소설의 내용과 같아 친근했기에 다음 시리즈인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도 정말 기대가 된다.

평소 밀레니엄 시리즈의 팬으로서 많은 분들이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밀레니엄 시리즈는 독서 깨나 하는 이들이 흔히들 말하는 벽돌 책이기에, 방대한 분량의 압박으로 쉽사리 추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그래픽노블로는 부담 없는 두께에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기에 앞으로는 많은 이들에게 감상하기를 추천하길 주저하지 않을듯하다.

스티그 라르손의 신작은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지만,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들로 새로운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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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 번 - 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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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꿀벌은 날 수 없는 선천적 구조로 인해 노력파로 한계를 뛰어넘어왔던 곤충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장영희 교수는 5세까지 누워만 있었으며, 소아마비라는 장애와 암을 겪어내고도 그녀의 짧은 생애 동안 힘이 되는 글을 써 내려간 이 시대의 꿀벌과 같은 분이셨다.

못한다고,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느냐고 시작하는 그녀의 에세이는 우리가 흔히 한탄을 할 때 사용하는 “하필이면”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주제를 전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딸을 위해 눈길을 치우며 두 시간마다 찾아가는 어머니의 희생에, 미안한 마음은 체면치레 없이 표현하며 딸을 위해 헌신하시던 아버지.
함께 작업하던 교과서 집필 작업을 부친 사후에도 이어가는 부분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런 훌륭하신 부모님 슬하에 자란 그녀이기에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 속에서도 굳건하고 강인하며, 소탈하며 좋은 것이 좋은 거다 하는 마인드로 ’교수’라는 직함에 비해 겸손하며 학생들을 생각하는 이해심이 바다와 같이 넓은 것 같았다.

그녀의 짧은 생각과 글 조각들은 독자의 가슴을 후벼파고 눈물짓게 해 가슴이 울컥하며 먹먹했고 반성하게 하여 후폭풍 또한 너무나 크게 작용했다.
한 편 한 편 곱씹어 읽으며 가슴속에 담아두느라 얼마나 한참 동안이나 읽고 또 읽었는지, 또한 읽을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나이가 들어감에도 방황하는 나에게 이미 가진 것의 소중함과 현재, 청춘을 감사하며 살게 하였고, 사랑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글이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가 병마와 싸우며 써 내려갔던 글이기에 더욱 자주 등장했고, 천국에 대해, 유언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된다.
그녀의 생애를 찾아보고 에세이를 읽으며 느낀 생각은 역시 하늘은 좋은 사람을 먼저 데려가는구나 하는 탄식이었다.

박지리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와 동일한 감정이 든다.
그건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삶을 더욱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다는 안타까운 바로 그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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