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존중하는 삶의 시작
원은수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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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은수 원장은 자신의 잘못이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탓하며 노력하고 애쓰는 이들에게 우리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음을 명확하게 짚어준다. 또한 타인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존재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풍성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은 지금 당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의 중심에 나르시시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일이야말로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삶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심리 기저와 그들이 관계 가운데서 주로 보이는 반응과 행동 패턴, 그리고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타인을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여러 기수까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나르시시스트의 다양한 면면을 탐구하여 보여준다. 나아가 가족과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등 타인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거리 두기 방법과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현시적인 심리적 대응 밑 행동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진정한 나로 새로운 인생을 여는 길로 안내한다.

이 책은 '1장 그 사람은 왜 자기밖에 모를까?, 2장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 3장 당신이 몰랐던 나르시시스트의 다양한 얼굴들, 4장 어떻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었는가, 5장 그들의 가족을 들여다보면, 6장 나를 조종했던 것들과 헤어지기, 7장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8장 또다시 상처받지 않는다'라는 8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는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인해 수치심으로 파생되는 불편한 감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폭발적인 분노감으로 변형시켜 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여 수치심을 자극시키는 상대에게 엄청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그들은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통해 내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통해 외부로부터만 자신의 행동을 조절받는 것이 가능한 유형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여 타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알라차리는 경우가 드문데, 유일하게 예민하게 감지하는 경우가 바로 자신과 관련된 상대방의 감정 및 행동의 변화라고 말한다. 상대는 별 의도 없이 그냥 한 말과 행동을 왜곡하여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경우도 많다.

"나르시시스트는 누군가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아닌지, 조롱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주위를 살핀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해올 대상이라고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자기와 가장 가까운 애인이나 가족도 그렇게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진심 어린 태도로 자신에게 찬사를 표현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즉, 항상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남들에게 크나큰 피해를 줄 때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던 나르시시스트가, 누군가가 자신에게 솜방망이 같은 피해만 입혀도 복수를 부르짖는 왜곡된 심리는 무엇일까?

나르시시스트는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인해 외부에 비춰지는 자신의 이미지가 무척 중요하다. 외적으로 보이는 자신의 이미지가 내적 자존감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보기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 행위는 크나큰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향한 가벼운 농담이나,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는 사소한 행동, 자신을 조금이라도 깍아내리는 언행은 나르시시스트에게는 자존감의 근간을 뒤흔드는 큰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반복하는 이유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줫다는 것 자체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대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고 죄책감도 잘 느끼지 않으니 상대가 자신으로 인해 어떤 심정인지 신경 쓸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를 받는 상황이라면 그에게 의도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그가 매번 내가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도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며, 그런 상황으로부터 내가 나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가 피상적으로 관계를 맺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주된 목적인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상대방을 향한 관심을 토대로 교감을 하고 싶어서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것을 공급받기 위해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을 돋보이게 할 외적인 조건들을 갖춘 대상을 선택하고, 자신의 필요가 충족되는 선에서만 얄팍하게 관계를 유지한다고 이야기한다.

"왜 그들은 보여지는 조건만을 그리도 중요하게 여기는 걸까? 그들은 어린 시절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과 정서적 교류의 결핍에서 오는 공허감을 외적인 조건으로 채우며 성장해 왔다. 자신이 외적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는 상태여도 아무 문제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지녀온 것이다. 만약 사랑이나 공감, 유대감 등을 중요시할 경우, 자신에게는 그런 요소가 부재하기에 그만큼 더 결핍감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런 것보다 돈과 명예, 권력, 외적 아름다움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 여기는 것이다. 또 당장 눈에 띄는 이러한 외적인 조건들이 자신의 과대성과 특권 의식을 유지하는 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가 중독에 취약한 이유는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해서가 절대로 아니라고 말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다른 사람들보다 공허함과 무료함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한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 자신의 흥미를 돋우고 유지시킬 만한 자극들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갖가지 중독에 빠리기 쉽고, 성적으로 문란할 수 있으며, 스릴 넘치는 위험한 행위들을 무모하게 추구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보통 사람들은 엄두조차 못 내는 고위험 스포츠나 레저를 즐기기도 하고, 또다른 경우에는 자신이 성장한 곳과는 전혀 다른 지역을 탐험하고 싶은 욕구를 끊임없이 느끼며 해외의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기도 한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는 이런 행위들을 통해서 흥미진진함을 경험하면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나르시시스트는 이런 자극이 없으면 극심한 공허함과 지루함이 느껴져 힘들기 때문에 그로 인해 더 자극적인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나르시시스트가 다른 사람들보다 공허함과 무료함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하는 이유는, 뒤틀린 심리로 인해 의미 있는 대인 관계를 맺지 못했다 보니 내면 세계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양육자를 시작으로 점차 성장하면서 나에게 중요한 대상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으며, 그 대상을 마음속에 내면화시킨다. 그래서 힘든 시기에 직접 만나거나 대화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중요한 대상들과의 관계를 떠올리며, 위안을 얻고 지지를 ㅂ다는다. 그리고 이런 내면화된 중요한 대상들로 인해 나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충만함을 느낀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들은 어렸을 대부터 이러한 내면화 과정에 문제가 있다. 자신을 진정으로 위한다고 느끼는 대상이나 그 대상과 맺은 관계 양상들이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지 않기에 공허하고 삶에 대한 진정한 원동력이 없이 무료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내면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러한 자극을 외부의 자극 추구 행위를 통해 얻는 것이다."

저자는 내면의 근원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정한 정체성 및 자존감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공감 능력의 손상과 과대성, 우월감, 특권 의식, 자기중심성, 피상적 관계 양상, 관심과 찬사 추구, 과한 질투심, 분노감 등 감정 조절 어려움, 무능감과 수치심을 쉽게 경험하는 등의 특성들을 나르시시스트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반면, 그 외의 나르시시스트적 특성들은 존재하는 여부와 강도에 따라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나는 근본적인 주요 심리적 특성이 매우 유사한 나르시시스트라고 해도 기타 나르시시스트적 특성 중 어떤 것을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서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매우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특성을 바탕으로 나르시시스트는 크게 과대형 나르시시스트,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악성 나르시시스트, 공동체적 나르시시스트, 독선적 나르시시스트 등의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당신이 현재 나르시시스트와 가까운 관계 안에 놓여 있다면,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먼저 상대가 나르시시스트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나르시시스트가 변화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 번째,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 최대한 끌려들어 가지 않으려면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이 원하는 서플라이를 하게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이를 무시하고 잘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회색돌 기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서플라이 역할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주는 나르시시스트에게 감정의 동요 없이 무미건조한 무반응으로 일관되게 대처하는 기술이다. 즉, 정말 그 사람에게 하나의 돌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주양육자에게 미러링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르시시스트는 성인이 되어서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자신의 과대한 모습을 그대로 비춰서 반사해주는 대상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보고, 만지고, 던져도 반응이 없으며, 상대의 모습이 비춰지지도 않는 돌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공급원 역할을 해줄 것을 압박하지 않을 수 있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가 나를 부당하게 비난하는 상황에서는 나르시시스트가 교묘하게 비틀어서 사용하수 있는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기 방어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필요하다면 객관적으로 일어난 사실만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되, 내 의견이나 감정 상태는 공유하지 않는 것이, 아무런 이득도 없는 나르시시스트와의 피 말리는 공방으로 이러지는 상황으로부터 어느 정도 나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나르시시스트가 대면이 아닌 문자나 이메일로 나를 부당하게 비난하는 경우에도 감정이 실린 긴 답글로 나의 결백을 주장하려고 애쓰지 말자. 나르시시스트는 두고두고 그 글을 인용하며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 기록이 남는 상황에서는 더욱 "예", "아니요", "알았어요", "이해했습니다" 등의 단답형으로 말할 것을 권유한다. 덧붙여 나르시시스트에게 불필요하게 자기 방어하는 데 사용되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의 발전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관계들에 사용하길 바란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와 물리적인 거리 두기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 중요한 대처 방법은 정신적 거리 두기라고 말한다. 정신적 거리 두기란 내가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깨달은 것, 원하는 것, 그리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들에 대해 상대에게 일절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는 주로 상대방을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고 이야기한다.

"물리적으로 완벽한 거리 두기를 할 수 없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정신적 거리 두기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소에 깊이 있는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대상들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의 중요한 대상이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인지한 분들께 내가 가장 강조하는 조언 중 하나가, 바로 나르시시스트를 제외한 자신만의 삶의 영역을 반드시 만들라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와는 전혀 관계되지 않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사귀기 시작하고, 꼭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위해서 더 배우거나 공부하고 싶은 것들을 찾을 것을 권유한다. 그동안 나르시시스트 때문에 지쳐서 자기 자신에게 사용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면, 나르시시스트와 정신적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조금씩 생기는 에너지를 나 자신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며, 취미를 갖는 등 스스로를 건강하게 가꾸는 데 사용하도록 하자."

저자는 많은 경우 피해자가 자신이 상대 나르시시스트와 트라우마 본딩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트라우마 본딩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를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상대가 나에게 하는 행동이 정서적인 학대라는 사실, 그리고 관계 안에서 이미 상대 나르시시스트는 막강한 힘을 쥐고 있고 나에게 처벌적인 행동과 약간의 보상을 반복하면서 나로 하여금 관계 안에서 머물러 있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저자는 누군가와의 관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갈등이 생기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는데, 상대방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 혼자만 일방적으로 끊임없이 반추하고 있다면, 일단 생각을 멈추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를 향한 생각들이 내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영향을 줄 정도로 지나치지는 않은지 살펴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이런 반추와 집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상대방의 좋은 면을 바라보려고 하는 만큼 좋지 않은 면도 동시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상대방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모두 인지한 상태에서 상대의 행동에 대한 잘잘못 또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유지한 채, 나와 가까운 사람은 무조건 좋은 사람이며, 다 용서해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가까운 관계라고 해서 상대의 잘못된 행동들을 모두 합리화하며 용서하는 것 또한 건강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약 상대가 반복저긍로 잘못을 저지른다면 이를 용서해줄지 말지는 매우 싱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무조건적인 용서가 항상 정답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는 자신의 인생의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자유해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함과 동시에, 자신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건강하지 않은 심리들을 자각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상대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는 상황이 자신의 탓이 아님을 깨닫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스스로의 가치를 자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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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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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미친 사회가 되어 가는 현실에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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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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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고다!", "경제적 자유만이 살길이다"라고 외치며 부동산과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일이 당연시된, 노동의 가치를 상실해 버린 사회가 도래했다. 이제 자산을 불리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하면 바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지경에 이른 것이 바로 한국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 우리는 숫자로 검증되는 돈의 양의 사활을 걸게 되었는가.

비교에 민감한 한국 사람들은 신뢰가 사라진 사회에서 남보다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하는 데서 만족을 찾게 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외적 가치를 손에 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들보다 뒤쳐지는 삶은 용서할 수 없는, '중간은 해야 한다', '최소한 평균은 넘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돈에 목숨 거는 삶으로 몰아세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좇는 것은 바람직한 상이지만 돈에 눈이 멀어 불공정한 상황을 공정하다고 착각하며 사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책 <숫자 사회>에서 여러 나라의 빈곤과 불평등 등 사회 문제를 다룬 ODA 전문가 임의진 저자는 믿을 구석이 돈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린 한국의 '숫자 사회'에서 우리가 얻을 상실값이란 무엇인지를 논한다. 또한 자산 축적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 현시대의 모습은 어디서 왔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자산에 대한 목마름은 헛된 욕심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왜 우리가 전과 달리 추구하는 바가 달라졌는지는 짚고 가야 한다. 이 책은 현 세태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준다. 강박적 숫자 사회는 우리를 더 절망으로 밀어 넣고 개인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이는 우리가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 책은 '1장 돈에 미친 사람들은 누구인가, 2장 숫자 이면에 숨겨진 생존 투쟁, 3장 한국형 성공에 얽힌 욕망, 잠복기는 끝났다, 4장 숫자 너머 새로운 도약'이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욕망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어떻게 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확실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러한 현상이 매우 심화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던 사람들마저 이 방향으로 확 쏠렸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불안과 두려움, 비교와 질시, 소외감과 패배감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개인의 진정한 '자유'를 억압하는 부정적 감정들로 가득한 억압 속에서 경제적 자유는 삶의 목적 그 자체이자 인생의 맹목적 목표가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 신뢰가 사라지고 숫자로 표현되는 물질적, 외형적 가치만 남은 현실에서는 오직 경제적 자유만이 나와 내 가족을 살리는 확실한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돈이 가장 중요할지언정 다른 가치들 역시 존중 받아야 마땅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너 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래야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를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는 각자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서툴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분명히 독창적인 내면이 실재함에도 물질적이고 외형적인 가치 외에는 자신의 삶에서 그 어떤 의미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면 계좌에 얼마가 있는가, 자산은 얼마가 되는가, 어디에 혹은 어느 아파트에 사는가, 어떤 차를 모는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 등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점점 심화하는 결과 중심 사회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경제적 자유를 향한 맹목적 욕망이 분출하는 데는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크겠지만, '다른' 가치가 없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돈으로 환산 가능한 숫자 이외에는 행복이나 만족을 찾기 어려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돈을 더 버는 데 있지 않으며, 삶에서 어떤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결핍에서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극한 경쟁과 부족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피폐해지며 외로워진다. 믿음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숫자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는 사회의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러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구성원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인들은 평범을 선망하면서도 싫어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위 '튀지 않는' 선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남들과 다른 점을 발견하고 개성을 추구하며 존재감을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욕구이자 보편적 욕망이라고 한다면, 아무 특색 없는 '다수 중 하나'로 남기보다 자신만의 무언가를 부각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저자는 우리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점은 튀는 것을 싫어하고 지양하는 성향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남과 달라서는 안 된다.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중간과 평균(이상)에 집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튀고 싶지 않아서, 남과 다르고 싶지 않아서다. 그랬다가는 공동체에서 배척당하기 십상인 까닭이다.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상황은 주변 사람이 나만 빼고 모이는 것이 아니던가. 괜히 나대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나 혼자 배제당한다. 특히 예전의 농촌 마을 공동체에서 소외는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저자는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는 필수 요건을 뒤집어 말하자면, 한국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시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은 중간보다 못하는 것 또는 평균에 미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에게 뒤처지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기준은 '남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았는가'이며, 중산층은 그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이들이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란 굉장히 어렵다. 중산층의 기준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어려서부터 학습되어 뼛속까지 내재화된 계급의식이 반사적이고 자동적으로 평생 등급과 계층을 나누고 우월감과 자격지심의 진자 운동을 계속한다고 이야기한다.

"차별화는 무의식적인 집단화와 편 가르기를 동반한다. 사회적으로 합의되었다고 여기는 일정 평균 범위에 속하는 사람보다 뒤처지지 않았으며, 특히 중간도 못 가는 '그런' 사람과 나는 다르다는 인식에 기반해 우리는 항상 나와 너를 나누고 '우리'에 집착한다. 울타리를 친 뒤 밖에 있는 사람을 타자화하고 때로는 비인간화하며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냉혹한 비판과 비난을 가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감은 피곤하고 불필요하며 '비효율적인' 일일 뿐이다. 그저 나와는 다른, 이상하고 비상식적이며 개념 없는 사람 혹은 집단으로 몰아붙이면 그만이다."

저자는 자산과 소비 수준으로 계급이 형성되고 오직 눈에 보이는 가치를 바탕으로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지위를 확인하는 사회, 나와 타인을 비롯한 세상 모든 것을 가르는 기준이 숫자로 일원화되는 사회에서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그 행동이 돈이 되는지' 여부라고 말한다. 돈 안 되고 성적에 중요하지 않은, 대입과 취업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삶의 요소가 경시되는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를 뿌리 깊이 체득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숫자로 환산 가능한 외적 조건으로 구분하는 데 익숙해지고, 그럴수록 돈을 제외한 무언가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기고 힘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공정에 대한 요구는 '내가' 성공할 기회,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을 기회를 보장하는 의미, 즉 생존 투쟁이라고 말한다.

"신뢰할 수 있는 영역이 일부 주변인에 한정되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존재에 대한 믿음은 부족한 사람들에게 돈은 신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며,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항상 가진 것들을 비교하고 질시하며 불행해진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과시적 소비와 그것을 통한 정체성 확인, 그리고 인정욕구 충족은 저신뢰 성과 중심 사회의 단상이다."

저자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위기는 선조들이 국가를 대신해 기대고 의지하 수 있었던 지역, 마을 공동체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사회 안정망의 부재와 더불어 사람들은 각자 마음속에 불신을 품은 채 고립되어 '섬'이 되었고, 이 섬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가족에게만 주어진다. 저자는 이것이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불신 사회의 본질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낮은 수준의 신뢰는 필연적으로 불안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이전보다 더 돈과 자산에 탐닉하는 한편 각자도생에 내몰리며 생존 투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변화의 이유는 결국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실제적 변화, 즉 '사실'보다 '인식'이 더 큰 폭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로는 아파트를 비롯한 자산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사회적 신분과 '어디에 사는지'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의식적, 무의식적 서열화를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2020년대 2030세대의 관점이 10년 전 2030 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무엇보다 극적으로 달라졌지만 주목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간과되고 있는 세 번째 인식 변화는 바로 현재 젊은 세대가 지각하는 '삶의 기본값'이 이전 세대와 상당한 사이를 보인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현재의 20대와 30대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에 있던 시기의 성장한 윗세대와 달리,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이후 태어나 상대적으로 훨씬 풍족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이전의 한국 사회를 알고는 있지만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이다. 이들은 삶의 디폴트값이 이전 세대와 다르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만한 최소한의 조건, 다시 말하면 가정을 꾸리는 시작점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현재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어릴 때부터 누렸던 '삶의 기본값'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있다. 결혼과 육아 기피 역시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의 연장 선상에 놓여 있다. 결혼하고서도 내가 원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리를 낳는다면 그러한 삶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집값 안정은 물론 각종 육아 수당 제공, 육아휴직 활성화, 경력 단절 대책 등 여러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나 이 모든 것에 앞서 기저에 깔린 심리를 읽어내야 한다. 부동산 대책은 출산율 제고 역시 이러한 인식 변화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주변에 의미 있는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가 복원하려는 공동체가 무엇인지에 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 형성이 잘되지 않았던 여러 이유가 존재하고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많았으나, 가장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않은 공동체를 회복하려 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추구하려던 노력과 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국형 공동체의 핵심 가치는 넓은 범위의 구성원 간 신뢰에 기반한 다양성 확장이다. 현대적 마을 공동체는 우선 불안과 불신의 완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은 사람들이 각자 사회로 나가 다양한 사람과 더 건강한 소통과 교류를 하도록 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역할은 그러한 소통과 교류를 바타응로 더 나은 사회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토대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전 방식을 따르는 공동체 구현만으로는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니즈를 맞출 수 없다.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 신뢰와 관용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가진 사회경제적 욕망의 강도를 줄이려면 굳이 자산을 늘리지 않아도, 돈을 더 벌지 않아도 괜찮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숫자' 외에도 삶의 충만한 기운을 전해주고 의미를 찾아줄 매개체들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욕망을 완화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돈과 자산을 기준으로 나와 남을 가르고 그들과 비교해 더 많은 외적 가치를 확보하는 데서만 만족을 얻는 '만족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가진 결핍 혹은 인정욕구를 채울 수 있는 다른 방도를 확립해 가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기득권층이 감히 기어오를 생각을 하냐며 자신들의 계급을 고착화하는 사이, 못 가진 자들 역시 우리가 어떻게 저기까지 가냐며 '감히' 넘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점점 경계가 선명해지는 사회적 신분과 그에 기반한 차별에 분노하면서도 이미 기존의 구조를 깊이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전제를 바꿔서, 경력 초반에 남들 다 알아주는 간판을 달지 못하면 점점 삶이 어려워지고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나와 다른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여러 형태의 성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한국 사회라는 배를 틀어야 한다고 말한다. 간판 취득과 유지 방법에 변화를 주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삶의 다양성을 보장함으로써 좁고 제한적인 기회에 모두가 매달려 다수의 실패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탈피해야 하며, 나아가 삶의 '만족'을 가능케 하는 루트를 폵넙게 열어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 시작하더라도 충분한 시회가 주어져야 한다. 예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 해도 나이나 출신에 따른 차별은 여전히 시재한다. 당장 간판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 인식을 허물기는 어렵다. 신입으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여러 방면으로 정규직이 되어 공평한 승진 기회를 보장받고, 동시에 자격과 간판을 획득하는 문호 역시 개방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떼도 좋을 것이다. 즉 성안에 들어가 내부자가 될 수 있는 문 자체를 활짝 열어야 한다."

저자는 '인간다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직종 간 격차를 줄여서 사회가 제시하는 정답을 좆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먹고사도록,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삶에 만족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하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우회로가 불러온 다채로운 성공의 모습은 직접적인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산 외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복구해 계급과 계층성을 약하화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처럼 특정 직업군에 사람이 몰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현태의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하도록 만들어간다면 그러한 직업적 다양성이 사람들에게 미래를 꿈꾸도록 해줄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성공의 다양화를 넘어, 근본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하지만 실상 모두가 동시에 누릴 수는 없는 경제적 성공을 꼭 이루지 않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그쯤 되면 돈과 자산 이외에도 만족을 주는 다른 요소들을 삶에 추가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키워질 테고, 그 요소들이 풍성해질 때 굳건한 기존 만족 매커니즘에도 서서히 균열을 내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결과 중심 사회에서 탈피해 인생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늘려갈 수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교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단절이 아닌 연결 가능한 거주, 생활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한다. 주거 공간의 다양화는 사람들 사이 접촉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이는 신뢰 회복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현대적 공동체와 다채로운 성공의 모습을 가져가려는 노력은 모두 주거 공간의 다양화와도 연결되오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접촉을 늘려 사회적 신뢰를 조성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사람들이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근육을 키우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높은 신뢰 수준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배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등 사회적 포용성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포용은 상대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관용 등을 두루 포함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안정된 소속감을 갖도록 한다.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기꺼이 끌어안음으로써 갈등을 해소하는 신뢰와 포용은 다양성의 존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저자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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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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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쓴 앨리스 피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고, 15년간 BBC에서 기자, 리포터, 뉴스 에디터, 예술 오락 프로듀서, 1시 뉴스 담당 프로듀서로 일했다. 2017년에 출간한 데뷔작 <Sometimes I Lie>가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사라 미셸 겔로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했다. 현재 여섯 권의 소설을 집필했고, '뉴욕타임스' 1백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30여 개국에서 책이 출간되고 있다. 2021년 작인 소설 <가위바위보>는 넷플릭스 TV 시리즈 제작이 결정되었다. 앨리스 피니는 '트위스트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변화무쌍한 전개와 놀라운 반전이 있는 스릴러로 유명하다.

소설 <가위바위보>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의 평온한 일상 속에 깃든 놀라운 비밀을 밝혀내며 독자들을 서늘한 공포의 세계로 데려한다. 작가 앨리스 피니는 이 소설에서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 형제 사이가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힌 계획적인 사건에 이용될 경우 어떤 비극이 초래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소설 <가위바위보>의 주인공 애점은 안면실인증이 있어 친구, 가족, 심지어 아내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인물이다. 애덤은 젊은 시절 노팅힐의 극장에서 영화 티켓과 팝콘을 팔다가 스물한 살에 처음 시나리오를 썼고, 그가 쓴 <가위바위보>는 제작 단계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계약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붙게 되었고,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각색하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애덤이 처음 각색한 시나리오는 저예산 영국 영화로 만들어져 바프타상(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그 결과 더는 극장에서 팝콘을 팔지 않고 전업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무명 시절을 보내던 애덤은 유명 작가 헨리 윈터의 소설을 각색해 대박을 터뜨리며 일약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 대열에 합류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는 아내를 만나 단칸방에서 경제적으로는 힘겨운 날들을 보내지만 서로 사랑하기에 훈훈하고 행복했던 신혼을 보내다가 시나리오의 성공과 더불어 수입이 늘어나면서 런던의 부촌으로 이름난 햄스테드에 저택을 마련한다. 애덤은 비록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각색하는 작업을 하지만 영화판에서 명성을 얻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은 외도로 미래가 알 수 없는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하필이면 애덤의 외도 상대는 아내의 친구이자 유기견 보호소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어밀리아다.

소설 <가위바위보>는 이번 주말여행이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어밀리아, 안면실어증으로 아내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애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부치지 않는 비밀 편지를 보내는 애덤의 아내, 예배당 밖에서 은밀하게 어밀리아와 애덤 부부를 지켜보는 로빈이라는 네 명의 화자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책은 이들의 각자의 시점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들어다보는 동시에 긴장감과 몰입력, 그리고 반전 스릴러의 묘미를 선보이는 소설로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회복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애덤과 어밀리아 부부가 산간벽지 예배당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일들을 마주하는 장면들은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을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여기에 더해 이 책은 안면실인증이 있는 남자 애덤 뿐만 아니라 진실을 바라보려고 애쓰기 보다는 각자의 눈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 주변의 관계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안에 숨겨진 다양하고 비밀스런 욕구를 파헤치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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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콘텐츠로 만나는 다양한 세계사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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