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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006/pimg_7559071951080456.jpg)
<꿈꾸는 하와이>는 하와이에서 보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삶과 사람들에 관한 여행 에세이이다.
훌라를 6년이나 배운 지금은 그 바람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말이 인상적이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훌라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읽고 있으면,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배우고 싶어진다.
"훌라는 수화 같은 것이다. 머리 위에다 빙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다른 팔을 쭉 뻗는 것이 '바람' 즉 카마카니의 손동작이다. 곡에 따라, 또 거기에 등장하는 바람의 모습에 따라 표현 방식이 미묘하게 다른데, 그날의 밤바람은 정말 부드럽고 천국 같았다. 이 바람이야말로 하와이구나, 하고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몸이 둥식 떠 있는 듯한, 딱 맞는 온도의 물에 언제까지나 포근히 잠겨 있는 느낌. 아무리 상상해 봐야 실제로 가 보지 않고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눈을 감고 있어도 언제나 바람이 나를 감싸고 있는 그 느낌. 그렇게 멋진 풍광을 안고 있는 지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006/pimg_7559071951080458.jpg)
요시모토 바나나는 훌라를 같이 배우던 친구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소설속의 상황이 자신의 상황과 똑같다는 말을 한다. '세상의 그 무한한 넓이에는 늘 현기증이 인다'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귀에 공감한다.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세상에는 매일 얼마나 많은 소설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소설에 썼다. 어머니가 여장한 남자인 이야기, 부모가 셋 있는 이야기, 남자 동기생이 의미도 없이 치마를 입고 있는 이야기, 그런데 언제 어떤 이야기를 쓰든, 반드시 "내 체험과 똑같은 얘기예요."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농담이겠죠, 하고 동그랗게 떠 봐도 상대는 다들 진지하다. 그래서 들어 보면 소설 이상으로 소설적인 설정이다. 세상의 그 무한한 넓이네는 늘 현기증이 인다. 이 실로 넓은 세계. 인간만이 좁은 공간에 꿈을 담아 이 세계를 만든 것이 아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매일 수도 없이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세계.
그리고 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공간을 뛰어넘어, 소설 속 주인공과 내 친구를 오타루의 추운 하늘 하래서 꼭 껴안게 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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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는 힐튼 와이콜로아 호텔 안에는 드넓은 인공 만이 있고, 그 만은 돌고래풀과 이어져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돌고래와 헤엄치기 같은 이벤트를 하는데, 요시모토 바나나는 돌고래를 바라보며 인간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참 모순된다고 생각한다. 이 모순이야말로 인간을 말해 주는 것이니, 나는 그저 바라보든가 내가 생각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귀여운 돌고래를 포획하는 것도, 사육하는 것도, 귀여워하는 것도 인간이다. 가령, 그 모든 것이 돌고래에게는 가혹한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무대에서 멋진 훌라춤을 추는 선생님들과 소설가인 자신의 삶에 공감하며 이야기한다. '소설과 훌라의 현장에서 각기 역할은 다르지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말이 인상적이다.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지만, 그건 따라오는 덤이다. 그녀들은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을 통제하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는 일도 절대 없고, 공연이 끝나면 자기 짐을 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밤길을 돌아간다. 아침에는 일찍부터 집합해서 분장을 하고, 종일 춥거나 더운 곳에서 대기하는가 하면 움츠리고 싶은 기분일 때도 자세를 꼿꼿하게 해야 하고, 합숙을 할 때면 바닥에서 자고, 밤새워 공부하고, 그러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동시에 내면까지 갈고닦으며 살아간다. 그러니 춤의 순발력이 그렇게 좋은 것이다."
"나도 소설 세계에서는 나름 전문가라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기에 잘 안다. 화려한 회식, 남의 돈으로 외국 여행, 수상식에서는 드레스를 입고 스피치,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주목을 모으고...... 하지만 그런 일은 정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은 아픈 허리를 주무르면서 내내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정신을 놓고 있다 보면 소설에 그 표시가 나기 때문에 늘 마음은 대기 상태, 언제든 쓸 수 있는 태세가 있어야 한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꼬맹이 도시락을 싸고, 밤에는 부모님을 문병하러 가고, 집안일을 다 끝낸 후에야 겨우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 나날의 반복으로 겨우 책이 나오니 톱 댄서의 생활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 속에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안에서 홀로, 늦은 걸음이나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나 자신으로 있을 뿐이라는 것, 그 이상의 행복이 있을까. 소설과 훌라의 현장에서 각기 역할을 다르지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누가 뭐라든, 이 세상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이름이 알려져 있든 그렇지 않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관철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삶에는 자신과 누군가를 비교해서 부러워하거나, 누군가가 자신을 제대로 알아만 주었다면 이런 상황에 있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보다 훨씬 가치 있는 작은 따스함이 있다. 끊임없이 샘솟는 동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