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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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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직하고 싶다>는 가수 2NE1 씨엘의 아버지인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쓴 책이다. 오래된 것에 탐닉하는 그의 삶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묻어난다. 이 책은 1장 물리학자의 연구실, 2장 만화가의 단골 카페, 3장 알리바바의 보물 창고, 4장 할머니의 골동 부엌이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직업이 물리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자주 오래를 받고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 일상은 오히려 지극히 게으르고 비과학적이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무엇이든 대충 하길 좋아하고, 공상에 자주 빠지고, 가끔 술 한 잔에 망가지기도 하고, 가장 비과학적인 것들을 상상하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머리에 쓰면 몸이 보이지 않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상상."

 

 

 

 

저자가 추억과 우정이 담긴 오래딘 물건들을 소개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기 때문에 오래된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의 철학에 공감한다.

"내가 오래된 물건을 단순한 물건 자체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야말로 곧 벼룩시장이 아닌가. 어떤 사람에게는 버려진 물건이나 쓰레기 정도로 치부되겠지만 그곳엔 분명 서로 다른 시간의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있다. 물리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적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저자는 남들과 다른 물리, 남들과 다른 연구를 하려면, 다른 전공에 관심을 가지고 남다른 자유스러운 생각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남을 의식하고 남과의 차이를 좁히려고 들 때 삶을 개성을 읽고 만다고 이야기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은, 세상과 다른 차이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다른 옷을 입고, 타인의 생각을 살짝 비틀어 다른 생각을 하고, 타인이 했던 방법을 발판으로 삼아 다른 필드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타인이 접근했던 길을 피해 다른 쪽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타인과 다른 방법으로 특별한 사랑에 접근하고, 결국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

"이 물건은 벼룩시장에서 다른 물건을 사는데 덤으로 그냥 가져가라고 준 물건이다. 물건의 가격, 그것도 상처 나고 버려지기 일보 직전의 오래된 물건의 값은 어떻게 매겨질까? 도자기의 경우 금이 가거나 주둥이가 깨진 경우는 값이 지수함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깨진 도자기의 경우엔 가격이 없다. 버려지는 것만을 피한다는 것 자체로 이 도자기는 존재 의미를 지닌다. 의미를 부여한 사람만이 그 값어치를 인정하여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난 이렇게 남다르고 상처 입은 포트가 좋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물리학 교수라는 직업 외에도 만화가가 되고 동화작가가 된 사연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딸들이 자기 전에 늘 즉흥적으로 들려 주던 이야기 내용을 가지고 만들어 낸 동화책이이 <박치기 깍까>다. 깍가와 꼭고라는 이름은 그의 딸인 채린이와 하린이를 모델로 한 것이다. 아이들이 제일 간단히 잘 그리는 것이 원이고, 머리의 왕관은 자존감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서 그린 것이 깍까다. 누구든 그리고 쉽고, 제일 심플한 모습의 주인고. 그는 채린이에게 물어보니 손은 그리기가 어렵다고 해서 그려 넣지 않았다고 말한다. 물리학자이면서 세상에 대한 시선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즐거워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가는 내용이 '취미 생활'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20대의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험난하고도 멀고 먼 길을 선택하는 대신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애정을 찾는 것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취미를 즐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림과 컬렉션에 관한 자신의 취미 이야기를 소개하며 취미를 갖는 것 만큼이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거창한 취미, 그림, 컬렉션보다 중요한 것은 취미를 공유해 줄 사람이 주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리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보는 사람의 시점이 본질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물리적 증거가 되기 때문에, 관찰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는 사실보다도 그 빅뱅을 보고 증거가 되어 준 사람이 더 중요한 것처럼."​

 

 

 

 

이 책을 읽고나니 나도 오래된 나의 물건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진다.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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