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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은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여행에세이이다. 이 책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후의 우리가 사랑한 유럽의 두번째 이야기이다. 정여울은 여행이 저절로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서라도 내 삶을 바꾸겠다는 절실한 의지가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이 무엇을 수확했는가에 따라 하루하루를 판가름하지 말라.

당신이 어떤 씨앗을 심었는가에 따라 하루하루를 평가하라.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나는 이 문장을 참 좋아한다. 소중한 것은 내가 그 일을 하고 싶다는 것, 내가 그 꿈을 사랑한다는 것,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 그러니까 마음의 열매가 아니라 마음의 씨앗이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하나의 거대한 씨앗을 심는 느낌이었다. 그 열매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10년 전에 뿌린 내 여행의 씨앗이 10년 후에야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처럼, 이루지 못한 우리의 꿈도, 사랑도, 우정도 하나같이 소중한 씨앗이 되어 오늘 우리 마음밭에 무사히 잘 심어지기를."

 

 

 

정여울이 '런던의 뒷골목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글이 인상적이다. 여행을 떠날 때 가보고 싶은 장소보다는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한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을 쓰면서 평생 살아갈 용기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시절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에게 그런 고민에 빠져 낙담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너는 충분히 너 자신을 내던지지 않았다고. 버지니아 울프는 정여울에게 한발은 안전된 삶을 향해 뻗어 있고, 나머지 한 발만 꿈꾸는 삶을 향해 가까스로 걸치고 있는 위태로운 걸음마로 휘청거리는 삶에 따스한 위안이 되어준 사람이였다.

여성이 작가가 되기는커녕 어엿한 직업을 가지기도 힘들었덛 시대, 버지니아울프는 자유의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을 선언했다. ​

"그녀는 작가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즉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여성으로서 글을 쓰기. 동시에 남성처럼 쓰지 말고 오직 여성들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그 두 가지는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여성이기 때문에 힘겹고, 여성이기 때문에 더 아픈 그 무언가를 벗어던질 때 진정한 자아가 해방된다는 것. 나아가 그렇게 힘겨운 투쟁을 통해 얻은 자유야말로 진정으로 여성적인 글쓰기의 씨앗이 아닐까."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고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중에서 - " 

 

 

 

 

 

정여울이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융 연구소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가장 싫어하는 여행지가 가장 멋진 여행지로 탈바꿈했다고 말한다. 물가가 너무 비싸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었던 도시 스위스 취리히가 그녀의 오랜 멘토였던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의 흔적을 찾아 걸어가는 동안 꼭 한번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내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삶이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끝도 없이 토론하고 연구하는 삶을 함께할 친구를 찾는 것. 학위나 논문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열정적으로 인간의 마음, 상처, 꿈, 사랑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는 것이 소원이었다.

융은 지상에 살아있진 않지만, 막다른 골목에 부딪힐 때마다 내가 생명수를 찾듯 매번 의지하는 마음의 스승이다. 그의 넋과 손길, 친구들과 환자들의 숨결이 아직 남아 있는 융 연구소는 타인의 마음을 만지고 구슬리고 달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답게 무척이나 아늑하고 고즈넉했다. 취리히를 가로지르는 리마트강을 한가득 품어 안고 있는 융 연구소는 융 자신의 성격처럼 섬세하고 담대하며 인자했다."

 

 

 

 

사춘기 시절부터 가장 쓰고 싶었던 글이 여행기였다고 말하는 정여울. 그녀는 여행지에서 겪은 수많은 우여곡절이 지금의 자신을 다독이고, 일깨워주고, 쓰다듬어 준다고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은 우리의 잃어버린 신체성과 주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다.'라고 말하는 정여울의 글귀에 공감한다. 여행지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우연 속으로 나를 던질 수 있을때 폭넓은 나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을 읽으면서 유럽의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읽는 동안 유럽의 색다른 장소를 떠난 듯한 기분 좋은 여행 에세이로 추천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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