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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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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처 다 하지 못한>은 20여 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김광석의 67개의 육필 원고와 64곡의 미완의 노래를 담은 에세이이다. 33세라는 짧은 생을 살고 간 가수 김광석은 그가 고인이 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1부의 기록들은 김광석이 아직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 전의 생활과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음악에 대한 꿈, 곤궁한 일상에 대한 걱정 등이 핍진하게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돈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아버지의 기록에선 ‘신화’에 가린 한 생활인으로서 김광석은 어떠했는지 진솔하게 기억하게끔 한다. 이 파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인간은 늘 기대했다 후회하면서 살아가지.

지나는 사람 사람들마다 자신의 하루를 애써 돌아보며 쳇바퀴 돌 듯 똑같은 날에 길어진 그림자 고개를 들지 않고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뒤엉킨 생활은 돌이킬 수 없는.

많고 많은 사람들의 문제, 그 모두가

자신의 눈, 자신의 마음, 자신의 행동에 달려 있는 걸.

좀 편하게 살기 위해 저리도 괴로울까."

 

'세상에 밤뿐이라도 나는 사랑을 택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김광석, 가슴이 파이고 흐느끼는 밤이 있더라고 사랑하는 쪽을 택하겠다는 그의 말은 사랑을 두려워만 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일반적 사랑의 결론은?

스스로 선택한 사랑의 방법이 어렵더라고, 그 누군가 만든 기준에 의해 우리 사랑의 방법을 평가할 것인가? 가장 솔직해야 할 사랑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힘들어하는가. 사랑함, 주저함이 없는 것, 사랑함에 떳떳할 수 있는 것,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사랑하는 것을. 마음의 평안이나 그저 안일한 평화가 주는 심심함보다, 가슴이 파이고 흐느끼는 밤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쪽을 택하리라. 적어도 내 자신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솔직한 사랑을 위해 요구하지 않으며, 내 스스로 사랑함을 그 누가 모르겠는가."

 

김광석은 자신의 예민함을 스스로 말한다. 제자리 걸음을 하고 특별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컴플렉스가 많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컴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회의해보며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그대한다. 주관적 기대. 하지만 난, 늘 그자리인걸. 별로 특별한 게 없는 거야. 뭘 바랄까 고민하기 전에 내가 고민하는 것에 충실함이 중요하다. 나더러 뭔가 하길 바라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그저 그 자리일 뿐. 별로 특별하지 않은 내 모습."

 

김광석의 '문(門)'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익숙해지고 싫증난다는 것, 나눌 대화나 함께할 관심사가 없어서 지루해하며 답답해하는 것. 인간이라면 이런 순간을 맞이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결국 자신이 그 문을 열어야 할 일이다.

 

"참 쉽지 않은 만남이다.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나눌 대화나 함께할 관심사가 없어서 지루해하며 답답해하는 것. 당분간 잊고 살련다. 사람이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것만큼 징그러운 것이 있을까? 싫증난다는 말은, 아니 느낌은 별 새로움이나 재미가 없다는 아주 자명한 이치다.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시각이 고정되어가고,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은 닫혀 있을 뿐. 그로 인해 답답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서부터 추스를지도 모르게 되는 것. 끊임 없이 버리고, 깨고, 질타하여야 되는 것.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닫혀 있을 뿐. 지독히도 답답하다. 나는 지금 답답하다. 누군가가 아니다. 내가 가서 열어야 한다."

 

'안개 방향'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뉴욕 피가로 카페 한구석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쓴 김광석의 글이 공감갔다. '삶의 터전과 인생의 본질보다 주변이 더 중요해져버린 사회에서 스스로의 무게는 외적 상황에 따라 오히려 가감되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그의 생각을 나누어본다.

 

"어쩌면 인생이란 것이 새벽과 아침 사이에 잠시 암울과 침묵의 세계를 만들고 늦은 아침 햇살로 사라져버리는 안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우연과 우연 속에 벌어지는 필연들은 마치 한 밤의 꿈처럼 허망한 것일지로 모른다. 뉴욕 피가로 카페 한구석에서 마셔본 카푸치노를 마시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삶의 터전과 인생의 본질보다 주변이 더 중요해져버린 사회에서 스스로의 무게는 외적 상황에 따라 오히려 가감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익숙해져버린 순간 우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궁금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익숙함을 버리고 어색함을 찾으려는 김광석의 말이 인상적이다.

 

"요즈음엔 내가 자꾸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세상 일을 모두 인정해버리고, 단순히 느낌이 없고 감동이 없고 모든 일들이 그저 그러니 말이야.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생기질 않으니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술안주는 어색함이라던 친구의 말처럼 내 삶 속에 남아 있는 모든 익숙함을 버리고 어색함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일들을 새롭게 세상 모든 일들을 신비롭게 살아가는 법. 내겐 어색함이 필요하다.

익숙해진 것 쉬운 것은 나를 잃게 하고 규정짓는 것 구분하는 것은 주위를 잃게 한다. 나로 인해 시작된 세상 모든 것, 그 모든 것들이 쉽지만은 않은 것은 나 자신도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일까. 좀 더 쉽게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때로 나태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리 어렵게 살아가고 쉽진 않다. 새상 모든 것 새롭게 세상 모든 것 신비롭게 살아가는 법. 어색함을 찾아야지. 내 삶 속에 남아 있을 익숙함을 버리자."

 

 

2부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김광석의 뒷모습이 때로 가슴 아리게 드러난다. 세상에 눈뜬 대학 시절, 큰형님의 죽음, 딸을 의사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받아내게 된 사연, [사랑했지만]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이등병의 편지] 등의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 등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그의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큼 화려하진 않다. 그는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행복했지만 그만큼 쉼을 갈구했다.

 

'젊음의 특권'이라는 글을 보며 사랑과 이별, 방황과 고민은 젊음의 특권이라는 김광석의 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청춘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 방송 녹화에 나가 청소년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단 자신이 선택했으면 끝짱을 봐라.'는 요지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침 입시를 눈앞에 둔 시점이어서 그랬는지 그 얘기는 방송에서 잘렸습니다. 공부는 못했지만 흔히 하는 말로 모범생이었던 내 십 대 시절을 후회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때 내가 좀 더 많은 생각과 경험을 했더라면 지금 내 음악이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젊었을 때 많이 사랑하고 많이 이별하세요. 방황과 고민은 젊음의 특권이니까요."

 

김광석이 자신의 노래인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나른한 오후', '외사랑'을 부르는 까닭을 각각 이야기한다.

 

"나도 서른을 넘어설 무렵 심한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이십 대에 가졌던 기대나 가능성이나 이런 것들이 많이 없어지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허무가 몰려왔습니다.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서른은 인생의 전환점이자 처음으로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는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적으로 늘 서른 즈음인 것처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며 살아야지 다독이면서도, 스스로 가진 한계들을 느끼면 다시 답답해집니다. 답답한 느낌이 들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마지막 3부는 그런 김광석이 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들을 모은 것이다. 기타를 몸의 일부처럼 여긴 싱어 송 라이터였던 만큼 그는 60곡이 넘는 미완성곡의 음표와 가사들을 악보와 노트, 메모지 할 것 없이 곳곳에 남겨놓았다. 아마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기록이 아닌 아름다운 노래로 듣고 있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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