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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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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남자를 위하여>는 소설가 김형경이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리 에세이이다. 소설가 김형경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라는 소설이었다. 그녀만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책으로, 내게 김형경이라는 이름을 관심있게 보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책 <남자를 위해서>는 한 여성으로서,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 책이다.

 

이 책은 네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장 '남자의 관계 맺기'는 남자들의 어린 시절 부모 환경에서 만들어 가지는 성격과 성향에 대한 내용이다. 그들이 가족과의 관계에서 형성해온 생존법이 성인이 된 후 친밀한 관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남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경쟁심의 근원에 대해 알아보았다. 저자는 남자의 여자, 남자의 책임감, 남자의 남자, 남자의 경쟁심, 남자의 결혼, 남자의 생존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책임감 그 자체가 아니다.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연인이나 아내가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남자에게 경쟁은 삶의 기본 속성이며, 유희이며, 일종의 의식이다. 그들의 놀이나 대화는 경쟁 요소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경쟁을 통해 조직의 위계질서를 정립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인한다. 친구조차 자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할 만해야 친구로 삼는다. 경쟁이 너무나 중요한 아버지들은 아들이 친구에게 맞고 들어오면 달래주는 게 아니라 불같이 화를 낸다. 마치 자기가 패배한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아들이 삶의 어느 시기에 패배나 절망을 경험할 때도 아버지들은 위로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아들은 여전히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결혼 방식이 다양해지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독신 또는 결혼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삼촌에서 조카에게로 이어지고, 생태계 건강은 돌연변이가 지키듯이,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다양한 결혼 방식이 등장하는 사회가 좋아 보인다. 변종, 다양성, 유연함은 건강의 표식일 것이다. 물론 이혼율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다. 부부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터득해서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회피하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남자는 자기가 하는 역할을 통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자기 역할을 정해 놓고 그것에 부합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가 그의 정체성이 되고, 직장에서 하는 일이 그를 정의하는 언어가 된다. 결혼하면 가장 역할을 한다.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직장에 나가고, 전구를 갈아끼우거나 막힌 하수구를 뚫고, 자동차를 정비소에 갖다 맡기고 찾아오는 일들을 한다. 그 역할을 잘해내는 것을 통해 가족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가끔은 명품 가방 사주는 것을 남자의 역할이라고 여기는 연인도 있다."

 

둘째 장 '남자의 열정 사용법'은 말 그대로 남자들이 생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이다. 남녀가 관계를 맺을 때 여자는 자기 리비도의 대부분을 남자에게 투자하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의 그런 태도를 숨 막혀한다. 그들은 친밀한 관계로부터 벗어나 여러가지 다양한 대상에 리비도를 분산 투자하기를 즐긴다. 저자는 남자의 감정 표현, 남자의 사물, 남자의 시선, 남자의 성적 관계, 남자의 폭력성, 남자의 친밀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술자리는 그 자체로 남자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슬프다고 말하는 대신 술을 마시고, 기쁘다고 말하는 대신 노래방에 가서 큰 소리로 노래부른다.

 

"한 남자가 아버지를 잃은 친구를 위로하는 광경을 목격한 일이 있다. 그 남자는 친구를 찾아가서 침묵 속에 잠시 앉아 있다가, "술이나 하자"면서 그를 술집으로 데려가서는, "한잔해라"면서 술잔 가득 술을 부어주었다. 그러고는 정치와 스포츠 이야기로 술자리를 채워나갔다. 장례는 잘 치렀는지, 마음은 어떤지 따위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남자들은 그것으로 모든 대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술을 따라주는 것이 안부를 묻는 일이고, 술잔을 서로 부딪히면서 상대를 위로하고, 각자 자기 잔의 술을 마시면서 슬픔을 느낀다. 술자리에 마주 앉기, 함께 술 마시기, 함께 취하기,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남자는 위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는 말을 할 줄 모르고, 상대방을 감싸안아 편안하게 해주는 행동을 할 줄 모른다."

 

셋째 장 '남자의 위험한 감정'은 남자들이 내면에 억압해둔 부정적 감정 영역들에 대한 내용이다. 그 감정이 위험한 이유는 억압해 두었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폭발하며, 높아진 압력으로 인해 분출 시 재앙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재앙이다. 저자는 남자의 의존성, 남자의 나르시시즘, 남자의 불안, 남자의 방어기제, 남자의 질투, 남자의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남자는 여자의 유혹에 약하게 진화되어왔다. 여자들은 생존을 보장해주는 한 남자와 안정된 관계 속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남자는 되도록 많은 정자를 많은 곳에 뿌리는 일에 관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여자는 난자를 아껴두었다가 되도록 비싼 값에 교환하고 싶어하고, 남자는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도록 신체적, 정서적으로 진화되어왔다. 실제로 남자들은 여자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자기를 향해 웃기만 해도 벌써 그녀를 상대로 성적 판타지를 펼쳐나간다."

 

"투시는 남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어기제이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을 보는 대신 늘 가족, 회사, 국가, 민족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내면에 억압해둔 것이 타인에게서 보일 때 가차없이 그들을 공격한다. 약하거나 슬픈 모습을 보이는 이를 경멸하고, 타인의 잘못해 대해 냉혹하게 비난한다."

 

넷째, '남자의 삶과 변화'는 앞의 세장에서 제안한 남자들의 심리에 대한 질문이자 해답 같은 내용을 담아보았다. 남자로서 자기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이들과 함께 고민해보았다. 특히 여성이 주도해나가는 남녀 관계 변화에 대해 남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저자는 남자의 정체성, 남자의 통과의혜, 남자의 중년 위기, 남자의 여성성, 남자의 모임, 남자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신분석에 '고통받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신경증은 고통을 회피한 결과이며, 치유란 외면해둔 고통을 다시 체험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독서 모임을 하는 여성들은 내면을 알아가면서 변화해가는 도중에 힘들어 죽을 것 같다고 느끼는 고비를 몇차례 경험한다. 첫번째 고비는 나르시시즘적 자기 이미지가 깨어지는 고통이다. 자기가 꽤 잘해왔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깨뜨려야 할 때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고통스러워한다. 다음으로는 억압해둔 내면 감정이 휘몰아치듯 터져나올 때 고통을 느낀다. 자기 내면의 괴물 같은 분노,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의 시기심, 세상을 한입에 삼키고 싶은 탐욕 등의 감정을 세밀하게 느끼는 것 자체가 온몸을 탈진하게 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 된다."

 

인간 발달단계를 나눌 때, 심리적으로는 중년을 35세부터 55세나 60세까지로 본다. 그 중 중년의 위기, 혹은 중년의 전환기라 불리는 심리적 격변을 경험하는 나이는 대체로 38세부터 43세 정도라고 한다. 그 시기에는 쉽게 우울해 보이거나 병든 듯 무력해 보인다. 자기 삶에 의문을 갖고, 삶을 수정하고 싶어한다. 저자는 중년의 찾아오는 위기는 사춘기에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내면 문제의 폭발이라고 말한다. 중년기에 폭발하는 유아 신경증은 그때라도 내면을 돌보면서 성장하라는 신호이다. 특히 내면을 억압, 회피한 채 살아온 남자들에게 중년의 위기는 더욱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중년의 위기라면 나도 꽤나 혹독하게 치러낸 편이다. 서른일곱, 서른여덟살 무렵에 무력감이 찾아왔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문득 막다른 곳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더이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인생을 다 산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살지 않은 듯도 했다. 글쓰기에서도 저항감이 일면서 글을 쓸 때마다 답답함을 느꼈다. 솔직한 속맘은 이랬다. '왜 글을 이렇게밖에 못쓰지? 틀림없이 이보다는 더 잘 쓸 수 있을 텐데......' 그게 어디서 오는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내면에서는 틀림없이 그런 생각이 올라왔다. 생의 여러 가능성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공부를 더 할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까, 멀리 조용한 곳으로 떠날까? 그런 일들 중 한가지를 섣불리 선택하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대신 정신분석을 받았고, 그것은 두고두고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억압해둔 반대 감정 꺼내기, 내면 갈등 견뎌내기, 고통 경험하기 등을 지나왔다.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이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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