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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홀가분>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쓴 심리처방 에세이이다.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하라, 내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고, 언제나 당신이 옳습니다, 때로는 서로 어꺠를 맞대어라,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라는 다섯가지 처방전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동안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전해주는 위로와 치유의 이야기들을 따뜻하게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홀가분하다라는 말이 사람들이 최고라고 꼽은 쾌(긍정)을 표현하는 상태라는 것에 공감이 간다.
"사람들이 쾌[긍정'의 최고 상태로 꼽은 단더는, 다시 말해쾌를 표현하는 단어 중 그 정도가 최고라고 꼽은 것은 '홀가분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의미 있는 성취나 물질적 획득 혹은 짜릿한 자극에서 비롯하는 '죽인다, 황홀해, 앗싸' 같은 단어가 쾌의 최고 경지일 듯 싶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이란 그와 달리 무엇이 보태진 상태가 아닌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에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는 거지요."
다음은 책 <홀가분>을 읽으면서 인상깊게 느꼈던 글귀이다. 생을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는 지혜의 말, 치유의 말, 위로의 말이었다.
"가장 깊고 절박한 것들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삶의 갈림길에서 꼭꼭 봉인되어 있던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존재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털어놓을 마음이 생겼다는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를 가지니까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홀가분하게 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을 훌훌 털어놓을 누군가를 만드는 일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내담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침묵을 하면 침묵 직전의 이야기에 그 사람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합니다. 침묵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일종의 심리적 능력입니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침묵이 없는 이야기는 무의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 베란다를 터서 거실을 넗힌 이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비오는 날 창문을 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완충지대가 없어 비가 바로 들이치니까요. 살다 보면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운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수면이란 낮 동안 입력된 정보들이 정리되고 저장되는, 인간의 두뇌에서 정보처리 과정의 마지막 순서가 진행되는 필수적인 시간입니다. 삶의 순환을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지요. 마음의 영역에서도 이런 순환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한옥의 광 같은 허드레 공간이 있어야 인간의 마음은 정상적으로 순환됩니다. 그런 때의 허드레 공간이란 가장 요긴한 공간의 또다른 이름이겠지요. 여백이란 그런 것입니다."
"인간의 독점 욕구는 본능에 가까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른 욕망을 일거에 잠재울 만큼 강렬합니다. 그것은 마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자기 안방에 걸어놓고 혼자서만 감상하려는 것과 비슷하다는 거지요. 그러나 '공개'는 독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독점은 유혹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독점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일은, 해보면, 훨씬 섹시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끕니다. 확실합니다."
"사람이 온전히 혼자 서게 된다는 것의 의미를 섬세하게 정의한 한 베테랑 심리치료사의 육성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왜곡하는 일을 멈출 때, 그리고 실패를 경험한 후에도 자신을 탓하지 않을 때, 그럴 때, 인간은 비로소 온전히 혼자 서게 된다는 것이지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자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집중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게 진짜배기 독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