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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평점 :
우리가 서울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무엇일까? 최근 생긴 롯데 타워나 청계천, 아니면 남산이나 한강, 이런 것도 아니라면 경복궁 정도? 만약 서울에서 조선의 역사를 둘러 본다고 하면 당연히 경복궁을 비롯하여 창경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나 사대문, 사소문 정도를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사대문을 안다고 해도 사소문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사소문을 돌아보며 기행을 해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책 제목이 도시를 걷는 시간이라 참 좋다고 감탄하면서 시간의 길을 거슬러 간다라는 부제를 보니 아마 도시 속에서 역사 탐험 같은데 나의 예상을 깨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역사의 흔적을 찾아나섰다. 김별아 작가는 표석을 통해 조선의 역사 그 현장을 한 걸음씩 옮겼다. 물론 서울의 도심 거리를 무심코 지나친 면도 없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표석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했다. 책을 읽으면서 표석이 자주 이동하긴 했어도 이렇게 많은 표석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나마 인문학을 좋아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난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도심은 무언가 목적지를 찾아 간다. 시골은 그저 목적지가 없이 이곳 저곳 둘러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하는데 도심은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사각형의 높은 빌딩이 많고 자동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 어쩐지 어지럽게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여유롭게 주변을 살필 겨를 없이 어떤 목적지를 정해 앞만 보고 갈 뿐이다. 굳이 찾지 않는 이상 표석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위치에 있어서 더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지명에서 소금을 알 수 있지만 염창동에 염창 터 표석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더 흥미로웠던 것은 염창동에 소금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다는 것이었다. 책엔 이런 구절도 있었다. “소금 다방은 염창동이 과거 조선시대에 서해안에서 가져온 소금을 저장해둔 소금 창고 터임을 착안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이것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팔릴 수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블로그를 보니 좋은 소문이 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좋고 나쁨을 떠나 역사를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서울에 있는 조선의 역사를 이야기할 땐 늘 왕의 이야기나 대문의 이야기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조선의 한양도 사람들이 살던 동네였구나 싶었던 건 작가 김별아가 찾아다닌 표석 때문이었다. 표석 기행으로 알게 된 사실들에 감탄하면서 역사는 결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참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