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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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의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뉴스를 통해 전달 되었을 때 과연 그 집단은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사실 어떤 곳이든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결국 그건 우리 사회의 기득권과 거기에 의지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 때문인 것이지 그것이 과연 간호사들 문제일까 싶었다.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의 저자는 전직 간호사다. 의료 현장이 어떤 곳인지 사실 일반인들은 경험하기 힘들다.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닌 경우에야 사람의 생명이 오고 가는 그 순간을 얼마나 많이 볼 수 있을까?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부제가 설명하는 것처럼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책의 표현대로 "저승사자와 싸워야 하는 전사"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간호사의 삶을 쉽게 공감하긴 어렵지만 인간의 감정이란 결국 나의 어머니가 나의 자녀가 나의 친구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되면 이 책은 간호사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저승사자와 싸워야 하는 전사인 간호사도 결국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 뿐이다. 사람이기에 감정이 있고 사람이기에 슬픔이 있고 사람이기에 기쁨도 있고 사람이기에 분노와 사랑의 감정도 있다. 사연 하나 하나를 읽어 내려가며 난 사람에 집중했고 사람 사는 이야기는 생과 사가 오고 가는 의료현장 뿐 아니라 모든 삶의 영역에서 동일한 문제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사회에서 한두 번의 실수는 용납될 수 있지만 의료사회의 실수는 때론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주기에 용납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 지는 그런 이야기는 모든 이야기가 참 안타깝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꿈을 펼쳐 보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이야기는 너무 가슴 아프다. 오늘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건강하게 지낸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임을 난 또 잊고 살아왔다. 어쩌면 이 책은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난 과연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주어진 하루 하루의 삶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천천히 돌아다보며 성찰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간호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나부터 간호사에게 수고하셨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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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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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울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무엇일까? 최근 생긴 롯데 타워나 청계천, 아니면 남산이나 한강, 이런 것도 아니라면 경복궁 정도? 만약 서울에서 조선의 역사를 둘러 본다고 하면 당연히 경복궁을 비롯하여 창경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나 사대문, 사소문 정도를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사대문을 안다고 해도 사소문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사소문을 돌아보며 기행을 해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책 제목이 도시를 걷는 시간이라 참 좋다고 감탄하면서 시간의 길을 거슬러 간다라는 부제를 보니 아마 도시 속에서 역사 탐험 같은데 나의 예상을 깨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역사의 흔적을 찾아나섰다. 김별아 작가는 표석을 통해 조선의 역사 그 현장을 한 걸음씩 옮겼다. 물론 서울의 도심 거리를 무심코 지나친 면도 없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표석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했다. 책을 읽으면서 표석이 자주 이동하긴 했어도 이렇게 많은 표석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나마 인문학을 좋아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난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도심은 무언가 목적지를 찾아 간다. 시골은 그저 목적지가 없이 이곳 저곳 둘러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하는데 도심은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사각형의 높은 빌딩이 많고 자동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 어쩐지 어지럽게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여유롭게 주변을 살필 겨를 없이 어떤 목적지를 정해 앞만 보고 갈 뿐이다. 굳이 찾지 않는 이상 표석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위치에 있어서 더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지명에서 소금을 알 수 있지만 염창동에 염창 터 표석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더 흥미로웠던 것은 염창동에 소금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다는 것이었다. 책엔 이런 구절도 있었다. “소금 다방은 염창동이 과거 조선시대에 서해안에서 가져온 소금을 저장해둔 소금 창고 터임을 착안하여 만들어졌습니다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이것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팔릴 수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블로그를 보니 좋은 소문이 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좋고 나쁨을 떠나 역사를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서울에 있는 조선의 역사를 이야기할 땐 늘 왕의 이야기나 대문의 이야기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조선의 한양도 사람들이 살던 동네였구나 싶었던 건 작가 김별아가 찾아다닌 표석 때문이었다. 표석 기행으로 알게 된 사실들에 감탄하면서 역사는 결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참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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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사이 -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 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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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의 섬 이란 시에 보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우리는 그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관계 맺기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 관계를 잘 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사회성이 결여되거나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여 소위 사회 생활을 못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김혜남의 당신과 나 사이란 책을 읽었다. 김혜남은 이미 다른 책으로 접한 정신과 의사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란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난 그의 책으로 심리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내겐 적어도 좋은 영향력을 끼친 저자다. 사회 생활을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강박관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는 싫은 사람 억지로 좋아하지 말란다.

 

사람은 너무 친해지기 보다 일종의 거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아무리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거리는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하는 저자는 가족과는 그 보다는 조금 더 떨어지라 하고 친구는 그 보다 조금 더 떨어지라고 한다. 그래야 상처를 덜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내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것도 가족이지만 가장 큰 위로를 주는 것 역시 가족이다. 아무리 친근하고 가까운 사이여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상처가 될 떄마다 그 관계에 적당한 거리를 둔다면 상처를 받지 않고 서로 존중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아무리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해도 그 모든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거리를 두는 것도 문제겠지만.......

 

요즘은 SNS로 인해 관계 맺기가 쉽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맺는 관계는 대략 150명 정도. SNS에서 맺는 수많은 관계는 사실 일회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관계를 일일히 신경쓰기보다 지금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관계를 위해 애쓰는 것이 좋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실 인간관계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며 서서히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며 내가 가진 마음의 가시가 상대를 찌르지 않게 상대가 가진 마음의 가시에 내가 찔리지 않게 살아가는 것 또한 아주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상처 받기를 너무 두려워 하기 보다 관계에 실수와 실패도 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암튼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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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고 싶다 -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미있게 나이 드는 인생의 기술
정태섭 지음, 오상준 엮음 / 걷는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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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론 전제조건은 월급을 받으면서 말이다.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서로 다르기에 현대인들은 5~6일 동안 해야 하는 일을 하고 하루 정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곤 한다.

 

정태섭의 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고 싶다란 책을 읽었다. 부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미있게 나이드는 인생의 기술이라고 한다. 저자는 영상의학과 의사로 일을 하면서 새로운 예술을 개척하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속에서 일종의 새로움을 발견한 것이다. 50대에 새로움의 눈을 뜨게 되어 엑스레이 아티스트란 것을 만들어 낸 것이 놀라웠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발견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로 읽혀진다. 그런데 놀라운 건 저자가 소개하는 쓰레기 기념품인데 뉴욕에 있는 어느 한 사람이 쓰레기를 모아 기념품으로 판다는 것은 너무 획기적이었다. 사실 엑스레이로 예술로 만든다는 것도 쉽게 하지 못할 생각이지만 아마 평소의 책 읽는 습관이 저자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도전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쓸모없는 인생이란 있을까? 잡초는 없다란 책을 읽으며 잡초란 것도 사실 알고 보면 꼭 필요한 생명체임을 알 수 있는데 하물며 인간은 더 말해 무엇하랴 어쩌다 보니 알바로 하게 되었던 일들도 인생의 한 궤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은 쓸 때가 있었다. 하나 같이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어서 한 편으로는 약간 식상하기도 했지만 뭔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리라고 생각된다.

 

가끔 삶을 돌아보고자 노력한다. 때론 이런 책이 그 지침이 될 수 있다. 김광석의 노래 가사처럼 청춘이 머물러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었다. 여전히 마음은 이십대인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어느새 인생 2장을 펼쳐야 하는 중년이 된 지금 책의 제목처럼 하루를 살아도 후회없이 살고 싶다는 바램 뿐이다.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 일쑤다. 사실 일이 힘들면 몸이 고되고 몸이 고되면 쉬고 싶지 어떤 일을 또 만들기 귀찮아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라면 달라질 것이다. 내가 찾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발견했으면 싶다. 어쩌면 이걸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인생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저자처럼 무언가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 나갈 수 없다고 해도 나만이 기념할 수 있는 예술 세계에 이제라도 흠뻑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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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DNA - 쓸모없는 줄 알았던 정크 DNA의 비밀
네사 캐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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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신체 중 항문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건 더러운 것으로 대표되는 배설물을 보내는 기관 쯤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잡초란 늘 없애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윤구병의 잡초는 없다란 책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건 잡초도 식물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네사 캐리의 정크 DNA란 책을 읽었다. 우리 몸의 세포 가운데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세포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도 몰랐거니와 실은 쓸모없는 세포란 것도 없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지만 호기심만 늘었을 뿐 인문학도가 읽기엔 다소 어려웠다. 생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세포에 대해 이해하기가 선뜻 힘들기 때문이었다.

 

정크란 건 아주 쓸모없는 쉽게 이야기하면 쓰레기 같은 것이다.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대부분의 DNA는 우리에게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책은 그렇지 않음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생각해보라 우리 몸 속에 길이로 따져 200킬로미터의 DNA가 있다고 해도 아주 놀라운 일인데 200억킬로미터라는 건 가히 상상도 하지 못할 길이이다. 더구나 이런 어마어마한 양의 DNA 가운데 불과 2%만이 자기 구실을 한다 하니 나머지 98%는 과연 무얼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 책은 98%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생물 지식이 있었다면 이런 설명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책도 훨씬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른다.

 

기존 가치에 대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만한 책이지만 안타깝게도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 이해가 쉽지 않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생물학을 접하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 보고 싶다. 원래 좋은 책은 곱씹어야 한다. 과학자라면 끝없이 현재의 가설에 의문을 품고 정말 이럴까? 질문을 던지며 탐구를 하다보면 기존의 가치에 혼란을 안겨주는 그러면서 우리의 편견을 과감하게 깰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오랜만에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참 많이 던질 수 있었다. 과연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란 존재할까 싶었다. 비록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다시 한 번 소중하게 생각하며 오래오래 관찰해야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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