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DNA - 쓸모없는 줄 알았던 정크 DNA의 비밀
네사 캐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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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신체 중 항문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건 더러운 것으로 대표되는 배설물을 보내는 기관 쯤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잡초란 늘 없애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윤구병의 잡초는 없다란 책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건 잡초도 식물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네사 캐리의 정크 DNA란 책을 읽었다. 우리 몸의 세포 가운데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세포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도 몰랐거니와 실은 쓸모없는 세포란 것도 없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지만 호기심만 늘었을 뿐 인문학도가 읽기엔 다소 어려웠다. 생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세포에 대해 이해하기가 선뜻 힘들기 때문이었다.

 

정크란 건 아주 쓸모없는 쉽게 이야기하면 쓰레기 같은 것이다.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대부분의 DNA는 우리에게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책은 그렇지 않음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생각해보라 우리 몸 속에 길이로 따져 200킬로미터의 DNA가 있다고 해도 아주 놀라운 일인데 200억킬로미터라는 건 가히 상상도 하지 못할 길이이다. 더구나 이런 어마어마한 양의 DNA 가운데 불과 2%만이 자기 구실을 한다 하니 나머지 98%는 과연 무얼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 책은 98%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생물 지식이 있었다면 이런 설명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책도 훨씬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른다.

 

기존 가치에 대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만한 책이지만 안타깝게도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 이해가 쉽지 않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생물학을 접하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 보고 싶다. 원래 좋은 책은 곱씹어야 한다. 과학자라면 끝없이 현재의 가설에 의문을 품고 정말 이럴까? 질문을 던지며 탐구를 하다보면 기존의 가치에 혼란을 안겨주는 그러면서 우리의 편견을 과감하게 깰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오랜만에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참 많이 던질 수 있었다. 과연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란 존재할까 싶었다. 비록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다시 한 번 소중하게 생각하며 오래오래 관찰해야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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