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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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도시에서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건 도시는 어쩐지 바쁘고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기에 어딘가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휴식을 늘 가질 수 없기에 일탈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주변에 나를 따스하게 만들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어딘가 혼자 가는 것보다 그 사람을 만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정희재의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정말 일상의 소소한 느낌을 적은 글인데 이게 이렇게 위안이 될 줄은 몰랐다. 특히나 제목 앞에 작은 글씨로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란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 이런 순간에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의 이야기 가운데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명절 연휴에 기숙사에 있었던 D의 이야기였는데 D는 명절 연휴에 기숙사에 남아 있게 된다. 기숙사 문은 닫히고 어쩌면 몰래 숨어 있는 것이기에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한다고 해도 어찌되었든 한때는 수십 명이 머물렀던 공간에 혼자 남겨진 것이다. 하지만 혼자라고 생각했던 때 우연히 화장실에서 자기처럼 숨어 지내던 한 사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휴게실에서 한 번 더 마주치지만 별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자신의 방 문 앞에서 서성거리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D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죄란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뭔가 깊은 여운이 남았다.

 

정희재란 작가가 유명 작가는 아닌데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별 기대 없이 읽었다가 소소한 일상을 아주 담백하게 쓴 것이 이렇게 오랜 여운을 주는 건 어쩌면 작가의 글이 그만큼 진솔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원래 수필이란 것이 그런 것이지만 작가의 경험이 마치 나의 경험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늘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바삐 움직인다. 과도한 경쟁 사회 속에 그렇게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 비록 어딘가를 갈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카페에 앉아 이런 책을 들고 있는 것도 좋다. 이 책이 바로 나와 당신에게 공감과 위로와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덮으면 사알짝 행복한 미소 한 모금 지을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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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주원규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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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역사적 인물을 소설로 쓴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그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명 받지 못한 역사적 인물을 부각하는 것이다. 5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인 사임당은 그 자신의 이야기보다 사실 율곡의 어머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막상 사람들에게 사임당의 훌륭한 점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원규의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란 소설을 읽었다. 주원규란 작가는 그간 그 자신만의 상상력 세계를 펼쳐 보였다. 다른 작가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를 끌어다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비록 접근이 어려운 소재지만 우리 새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 그리 큰 거부 반응은 없다. 다른 사람이 소설을 썼다면 사임당의 평범한 이야기를 예상했겠지만 이 소설은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평범했다. 자신만의 특이한 상상력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임당 본연의 모습을 충실히 그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땐 조금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소설은 마치 생크림처럼 부드러워 술술 읽힌다. 사임당이 처음 이름조차 가질 수 없는 여자로서 살아갈 때 아버지 신명화가 여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예술가이자 선비로서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모습과 그 아버지의 뜻대로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사임당을 잘 그렸다. 그러면서 한 남자의 여자로 시어머니의 며느리로 살아가면서 고뇌할 수밖에 없는 내면의 갈등과 남편을 닮은 아들과 자신을 닮은 아들 사이에서의 갈등 역시 잘 그려주었다.

 

최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배제한 채 사임당이란 인물의 내면적 고뇌를 주로 그렸다는 점은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소설은 그것이 아무리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관해 쓴다고 해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작가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역사 소설의 딜레마는 이것인데 객관적 사실로 써버리면 작가의 상상력이 죽어버리고 주관적 느낌으로 쓰면 역사적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찌되었든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로서의 사임당을 서술했고 특히 그 내면의 고뇌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누구의 어머니가 아니라 한 예술가로 한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시대적 고민과 아픔을 잘 그렸기에 이 소설과 함께 평전도 참고한다면 5만원권 지폐 속에서 볼 수 있는 한 여자가 아닌 사임당의 진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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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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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을 하며 사는 존재다. 그런데 생각이란 것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창의적인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철학이다. 우리가 흔히 너 철학적이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란 책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깊이 있는 즉 탁월한 사고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철학을 한다는 것 자체를 어느 철학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며 그 철학자의 생각을 우리 시대 어떻게 적용하고 사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철학하기라고 한다. 즉 저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철학인 것이다물론 생각할 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의 결과를 알아야 한다. 그 시대 왜 이런 생각의 결과가 탄생하였는지 이 결과가 우리 시대에는 어떤 사유를 낳을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정보가 많다. 인터넷만 뒤져도 여러 가지 지식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보다 유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진정한 철학을 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함이 필요하다고 책은 지적한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를 보면 주로 곡선의 디자인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직선의 디자인이었는데 이것이 곡선의 디자인으로 바뀐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건 곡선의 디자인으로 선도한 사람이다. 곡선의 디자인으로 바꾸기 시작하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행의 흐름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곡선의 디자인을 선도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철학함이라고 할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란 베이컨의 이야기대로 지식이 필요하다. 많은 지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철학함 즉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익숙한 것을 버리고 낯선 것의 탐험을 시작하는 행동이야말로 철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탁월한 사유란 건 알고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사실 이대로 사고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일방적 지식만을 암기하고 배우는 우리 교육 방식에서 질문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은 참 어렵기만 하다. 진정한 철학을 위해선 아마 근본적인 것부터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본적인 변화라 함은 아이들이 질문할 수 있게 만드는 것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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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인문학 - 아는 만큼 꼬신다
김갑수 지음 / 살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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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의 새 책이 나왔다. 그런데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작업 인문학. 부제가 더 재미있다. 아는 만큼 꼬신다. 과연 정말일까? 물론 아는 것이 많으면 그만큼 대화를 끊이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테니 좋을듯 하지만 너무 아는 척 많이 하는 사람도 매력이 떨어진다. 사실 이게 묘한 경계인데 상대로 하여금 아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것과 아는 척을 한다는 느낌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점이란 없지만 그래도 과유불급이란 말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작업 인문학이란 책은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커피와 음악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어쩌면 이것도 작업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여기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보니 읽어서 뭐할까 싶었다.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어쩌면 아예 마시지 않는다란 표현을 써도 좋을 정도다. 그러니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있겠는가?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음악을 듣곤 했지만 지금은 음악을 듣지 않는다. 김갑수가 아니라면 그냥 책을 덮었을 것이다. 일단 김갑수이기에 책을 읽었다.

 

저자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커피와 음악 이야기가 아니라 이 속에 담긴 인문학적 성찰을 끄집어 낼 수 있기에 그렇다. 커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가 아니라 적당한(?) 이야기를 꺼내 단순한 커피 이야기가 아닌 인문학적 성찰을 이끌어 내고 음악 또한 각 장르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에 대한 배경과 그 시대의 문화를 잘 설명해준다. 역시 김갑수다. 독서를 많이 하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음악과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평소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의 글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글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책의 삼분의 이를 커피와 음악 이야기를 하였다면 나머지 삼분의 일은 어찌보면 정말 연애 이야기다. 이 부분이 재미있다. 서평 쓴답시고 다 이야기하면 이 글을 보고 혹시라고 책을 읽어보려는 독자들의 흥미가 반감되기에 그저 재미있다란 말로 끝맺는다.

 

교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책 읽기다. 무엇이든 이걸 기본 바탕으로 두고 취미 생활 하나쯤 가지는 것이 좋으리라. 이미 책에서 저자가 했던 이야기를 반복한다. 아마 다른 저자의 책이라면 들추어 보지도 않았을 책이지만 믿고 보는 저자라 읽어 보았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이 책이 커피와 음악 이야기인지 작업 인문학인지 아리쏭하다. 물론 저자는 작업의 성공을 위해선 이 정도의 준비가 필요함을 이야기할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론 다른 책에 비해선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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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사용설명서
이영진 지음 / 샘솟는기쁨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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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흔히들 육체와 영혼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육체야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영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혼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존재한다면 영혼을 우리가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영혼을 사용한다? 이 말 자체가 생소하다. 그런데 이영진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 사용 설명서라는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책은 우리가 흔히 살아가는 것에 있어 기본적인 것들이 바로 영혼의 능력이라고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것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과 감각을 통해 느끼는 것, 운동하는 것, 감정을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 등을 통해 영혼의 능력을 소개한다.

 

책 내용은 철학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으면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저자는 최대한 쉽고 간결한 설명과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러나 저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독자도 평소에 생각을 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책이 철학이고 특히 영혼에 관한 생각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원래 아리스토텔레스의 데 아니마(영혼에 관하여)라는 원전을 발췌해서 그나마 독자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예를 들어 현실태, 잠재태란 용어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여 이해를 돕는다는 측면이 돋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에 관하여란 책이 있는지 모르고 읽었기에 어느 부분을 발췌하여 해석하고 이야기를 덧붙이는 방식이 뭔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는데 그래서 영혼에 관하여란 책이 더 궁금해진다. 영혼사용설명서에서 담지 못한 어떤 내용이 있을지 말이다. 이 책 자체만으로도 좋은 책이긴 하나 이해를 하든 못하든 조금은 더 욕심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이 책도 쉽지 않아 아마 어려운 여정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란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 나는 영혼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로 바꾸어서 영혼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기에 좋은 지침서는 바로 영혼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이란 말이 거창하게 들린다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바로 영혼이 존재하는 곳이며 살아 숨을 쉬고 있는 이 땅에서 7가지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며 살까를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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