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주원규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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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역사적 인물을 소설로 쓴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그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명 받지 못한 역사적 인물을 부각하는 것이다. 5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인 사임당은 그 자신의 이야기보다 사실 율곡의 어머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막상 사람들에게 사임당의 훌륭한 점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원규의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란 소설을 읽었다. 주원규란 작가는 그간 그 자신만의 상상력 세계를 펼쳐 보였다. 다른 작가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를 끌어다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비록 접근이 어려운 소재지만 우리 새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 그리 큰 거부 반응은 없다. 다른 사람이 소설을 썼다면 사임당의 평범한 이야기를 예상했겠지만 이 소설은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평범했다. 자신만의 특이한 상상력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임당 본연의 모습을 충실히 그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땐 조금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소설은 마치 생크림처럼 부드러워 술술 읽힌다. 사임당이 처음 이름조차 가질 수 없는 여자로서 살아갈 때 아버지 신명화가 여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예술가이자 선비로서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모습과 그 아버지의 뜻대로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사임당을 잘 그렸다. 그러면서 한 남자의 여자로 시어머니의 며느리로 살아가면서 고뇌할 수밖에 없는 내면의 갈등과 남편을 닮은 아들과 자신을 닮은 아들 사이에서의 갈등 역시 잘 그려주었다.

 

최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배제한 채 사임당이란 인물의 내면적 고뇌를 주로 그렸다는 점은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소설은 그것이 아무리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관해 쓴다고 해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작가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역사 소설의 딜레마는 이것인데 객관적 사실로 써버리면 작가의 상상력이 죽어버리고 주관적 느낌으로 쓰면 역사적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찌되었든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로서의 사임당을 서술했고 특히 그 내면의 고뇌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누구의 어머니가 아니라 한 예술가로 한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시대적 고민과 아픔을 잘 그렸기에 이 소설과 함께 평전도 참고한다면 5만원권 지폐 속에서 볼 수 있는 한 여자가 아닌 사임당의 진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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