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으로 보나, 표지의 그림으로 보나 책의 내용을 조선조 풍류가객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던 나는 막상 책을 열어보곤 그 내용의 무게감과 아름다움에 놀라움과 함께 기쁨이 교차했다.

좋은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서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마음에 쏘옥 드는 책을 만나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런 내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사실 나는 김려나 이옥이란 인물이 무척이나 낯설다. 그나마 김려의 이름 두자는 들어본 듯도 하지만, 이옥의 이름 두자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내 무식함을 자랑하자고 한 것은 아니나, 이제야 이들을 알게 된 것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문체반정으로 고초를 겪은 이옥과 김려의 역사적 사건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그들의 우정과 글쓰기를 주 내용으로 하여 풀어낸 이야기다.

글쓰기를 통해 우정을 논하고, 우정을 통해 글쓰기를 말하고자 한 것이 본래 이 글을 쓰게 된 취지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조선조 1792년에 일어난 문체반정의 실상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문체반정은 정조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의 보수 세력과 정조의 연합 아래 이루어진 보수 반동적 문화정책이었다.

이옥과 김려는 바로 이러한 정책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영조의 뒤를 이어 조선의 문화 부흥기를 이끌었던 왕이라고만 생각했던 정조가 이토록이나 깐깐하고 고집스런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었다.

소품체로 재기발랄하고 살아있는 글을 썼던 이옥은 크게 처벌받게 되고, 친구의 사정을 보면서 눈치껏 몸을 사렸으나, 김려 또한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된다.

이후, 또다른 친구이자 실세인 김조순의 도움으로 논산의 현감으로 가게 되고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던 중, 이옥의 아들 우태가 방문하게 된다.

한편 이옥은 왕의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서체를 바꾸지 않아 충군의 처벌을 받게 되고, 과거에도 응시하지 못하게 되어 평생을 길에서 보내게 된다. 아들 또한 바로 그 길 한가운데서 얻었다.

김려는 우태와의 만남을 통해서 잊고자  했던 유배지 부령과 진해에서의 시간을 떠올리게 되고, 그곳에서 사귀었던 사람들과의 진솔함이 담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옥과의 우정과 그와 함께  했던 글쓰기가 곧 삶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지방의 세력가인 노론 최수용의 손아귀로부터 우태를 구하고자 현감자리를 내놓은 김려. 그는 이옥의 글을 정리하고, 살아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던 부령으로 하인이자 평생지기인 위서방과 함께  떠난다.

성균관 유생으로 앞날이 촉망받았던 두 사람이 이렇듯 정책의 희생양의 되어버렸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들이 결코 자신들의 창작 지향을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옥이 그랬듯 이들 하나하나를 가슴속에 새기면서 살아가야 할 터였다.그게 바로 글이 되어야 할 터였다. 방 안에 틀어박혀 음풍농월하는 거짓된 글 따위는 결코 짓지 않을 터였다.(p168)

 

무조건 글짓는 것은 경계해야 하네. 남들이 짓는 글이나 지어서는 안 되고 글 속의 사람이 되어야 하네.(p191)

 

조선 최고의 천재적 문장가인 이옥, 아무리 빈궁하고 어려워도 자기의 마음이 거절하는 일은 도무지 하지 못하는 사람, 그에게는 글이 공기요, 물이요, 밥이었던 것, 그의 삶 전체가 바로 글쓰기였던 것이다. 그런 이옥의 글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도 알아주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려였던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참된 우정을 나눈다는 것. 이것만큼이나 지난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개인적으로 평생을 두고 꿈꾸었던 것이었지만.....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나의 마음이 부족했던 것일까. 우리의 서 있던 자리가 허망했던 것일까. 혹시 헛된 공명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책에서는 이옥의 글의 아름다움을 김려의 입을 통해 드러내주고 있지만, 평범하다고 스스로 자평하는 김려의 글, 또한 나의 눈으로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글이었다.

조선의 문장가인 두 사람의 글을 만나는 즐거움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덧붙여, 조선의 문장가라고 하니 이덕무의 그의 벗들 이야기를 담은 <책만 보는 바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늘 차 안에 가지고 다니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에, 이동하는 짬짬이 읽다가 던져두곤 했었는데, 어느 한 날을 잡아서 정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와 비교해서 읽으면 또 다른 재미가 남다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반양장)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마해송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으로 빛나는 작가, 김려령의 <완득이>,<우아한 거짓말>은 이미 널리 읽히고 있는 청소년문학이다.

청소년문학이 단지 청소년들에게만 읽힌다고 생각하면 오산인 것이, <완득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절대적인 환호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완득이>로 강렬하게 독자들의 뇌리에 박힌 이름 김려령은 그 후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깊이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실망시키지 않는 감동을 주었다.

김려령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번 책<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는 이번에는 청소년 문학이 아닌 아이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우리곁에 다가왔다.

 

이 동화에는 아름다운 삶을 완성한 사람이 하나 나온다. 이미 그는 삶을 완성했고, 그 삶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명 건널목 아저씨로 불리는 사람. 그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쌍둥이 아들을 낳다가 죽게 되었고, 혼자서 형제를 지극정성으로 키웠는데 어느 날, 건널목 표시가 없는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쌍둥이 아들 또한, 아내의 뒤를 따라 하늘나라로 가버리게 된다. 이후, 이 아저씨는 건널목 무늬가 있는 카페트를 들고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그 카페트를 깔아 무사히 등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시작한다. 이 아저씨의 묻지마 선행은 건널목이 생길 때까지 이어지고, 일이 성사되면 또 다른 건널목이 필요한 곳으로 떠난다.

의지가지 없어보이는 아저씨를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신뢰하여 경비실을 쓰게 하였고, 부모님의 불화로 늘 밖으로 떠도는 아이 '도희'와 건널목 아저씨의 인연이 시작된다.

자신의 불행으로 늘 어두웠던 도희는 건널목 아저씨로 인해 부모없는 불쌍한 남매 태석, 태희를 알게 되었고, 건널목 아저씨처럼 이 남매를 위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엄마가 돌아온 태석남매, 시골 할아버지댁으로 떠난 도희를 보면서 건널목 아저씨도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 동화속 주인공인 동화작가 오명랑이 동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듣기 교실'속 교재도구이다.

오명랑은 멋지게 등단하여 가문의 영광이 되었으나, 이후 뚜렷한 후속작을 내지 못해 별다른 수입이 없는 작가로서, 가족의 성화로 '이야기 듣기 교실'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속 태희는 바로 오명랑 작가, 자신이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족과의 진정한 화해를 하는 계기가 되었고, 다시 멋진 동화를 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테지요. 어른들도 부족한 게 많아 번쩍 안고 원하는 곳으로 옮겨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덜 힘들게 덜 아프게 덜 무섭게 그 시기를 건널 수 있도록 건널목이 되어 줄 수는 있습니다. 친구라도 좋고 이웃이라도 좋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도 괜찮고, 누군가 먼저 내민 손을 잡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그렇게 살았으면 합니다._김려령


 

세상으로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우리는 겪게 된다. 작은 어려움이야 곧 잊혀지지만, 큰 어려움이나 고통은 그 흔적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어떤 사람은 더 큰 사람이 되어 넓은 가슴으로 삶을 이해하며 아와 타의 경계가 없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지만, 또다른 사람들은 극도로 외곬이 되어 이기적인 삶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한다. 삶의 상처가 그대로 상처로 끝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표지를 두른 분홍빛 띠지에 있던 문구 '한 편의 동화가 세상을 바꿉니다'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사람의 세상까지는 몰라도 오늘 한 명의 세상은 분명히 바뀌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동화가 주는 감동은 순수하고 맑아서, 불순물이 없는 말간 느낌은 삶을 그대로 정화시켜 주는 힘이 있어서 좋다.

거짓이 아닌 진짜 감정은 그 어떤 미사여구가 아닌 단순한 느낌 그대로를 담은 것으로 동화를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가슴으로 순식간에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동화를 좋아하고 즐겨 읽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이와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
김선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심리치료 관련 서적들을 몇 몇 만나보고선 그 기억이 좋아서 이번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에 대한 기대가 내심 컸다.

영화를 통해서 무의식속에 숨겨진 상처나 억눌린 기억들을 치유하는 경험, 혹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해서 자신의 아픔을 승화시키는 힘, 이런 것들이 바로 예술에 비추어 심리치료를 하게 되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사진..등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세계는 인간의 마음 상태를 가장 정확하고 솔직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미술치료하는 분야가 어린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지는 꽤 오래다.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이 그려낸 그림을 통해서 아이의 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이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책을 통해서 마음을 위로받고, 이해받는 느낌은 경이로우면서도 특별한 경험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슴 가득 따뜻함과 후련함이 차오르는 기분은 바로 이것이 마음을 치유하는 테라피 치료라고 믿게 한다.

 

고갱, 클림트, 샤갈, 뭉크, 달리 등 불멸의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테라피 노하우를 담아냈다는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은 바로 너무도 유명하고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들을 통해 말 그래도 마음을 치유하는 여행을 떠나보자는 기획하에 쓰여진 책이다.

 

언급된 화가들은 각자 화풍이 고유한 개성이 있어, 그 그림은 화가의 감정을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가는 그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고통, 어둠과 욕망을 표현하고 해소함으로써 심리적인 치유의 과정을 밟게 되며, 그 그림을 감상하는 우리들은 화가의 감정에 공감을 함으로써 자신 안에 감추어진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바로,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명화의 치유력이라고 한다.

명화를 통해 얻게 되는 치유력은 미술치료 과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미술치료 과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법들은 명화 속의 표현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고갱의 붉은 색채, 클림트의 황금빛 색채, 샤갈의 몽화적 색채에서 기쁨과 환희를 발견함으로써 마음이 치유를 얻는 과정을 1부에서는 담아내고 있으며, 로트렉의 그림의 통해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고, 뭉크의 음울함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고 회복을 길을 물음으로써 우울함과 상처를 직시하는 것의 중요성과 상처입은 마음을 회복하는 용기는 얻게 되는 과정이 2부에 소개되어 있으며, 3부에서는 고흐의 화려한 색채, 달리의 무의식, 마그리트, 초현실의 세계를 통해서 치유의 마음을 더는 과정을 말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명화를 통해 치유의 길을 얻은 사례를 다양한 실예와 그림을 통해서 소개해놓고 있어, 명화의 치유력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준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이책의 기획의도는 몹시 유용하며 좋았으나, 얇은 책 한권에 담기에는 너무도 많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어 편집에 있어서 산만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명화를 함께 하는 마음여행을 통해서 어지러운 내면을 정리해보고자 했으나, 자꾸만 뇌와 마음이 분리는 바람에 흩어져버리곤 하여 속상했다.

실려있는 그림들이 작은 것도 아쉽다. 화면 가득 명화들을 응시하며 치유의 과정을 함께 했더라면, 더 많은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나, 여전히 명화가 주는 여러가지 의미와 담긴 가치를 알 수 있는 시간은 유용했고 즐거웠다.

이와 비슷한 책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 나온 책이 분명함에도 제목이 매우 익숙하다 싶었더니, 일전에 최도성님의 <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다>를 그야말로 만난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이번의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는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중의 한 권인 셈이었던 것이다.

이 시리즈 물은 도쿄, 동유럽, 스페인, 파리를 특별한 감성으로 우리에게 소개해 주더니, 이번에는 그 형식을 살짝 달리하여 우리를 찾아왔다.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이라는 컨셉으로 기획되어 단순히 지리적인 여행이 아닌, 음악과 관련이 있는 장소에 집중, 선택하여 유럽 10개국, 20개 도시, 30개 명소와 음악을 소개해놓고 있다. 우리는 그의 안내를 따라 위대한 예술가들의 숨결이 지금도 유럽 곳곳에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현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의 해외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유럽에 대한 동경과 열망으로 30년 이상 이탈리아 로마에서 살고 있으며, 2007년에는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기도 한 유럽마니아라고 한다.

그는 건축 분야 외에도 역사, 음악, 미술, 언어 등 여러 분야에 조예가 깊어 음악전문 월간지<음악동아>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으며, 스페인에서 클래식기타 독주회를 가졌고, 로마에서는 독일,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합창단에서 활동했다. 이 외에는 다양한 분야의 다채로운 활동은 그의 역량을 짐작케 하는데. 이렇듯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저자의 이력을 구구절절히 언급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전문적인 지식과 감수성이 담겨있는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덧붙여, 첼리스트 정명화님과 소프라노 조수미님의 추천의 글은 유럽과 클래식을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에 이 책만큼 적합한 책이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와 예술을 학창시절에 배워온 우리로서는 언제나 유럽이라는 곳이 동경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영화나 소설속에서 그려지는 유럽은 동양의 문화와는 사뭇 다른 그러면서도 그만의 독창성과 역사적 숨결이 담겨 있는 매혹적인 곳이다.

해서, 사람들은 언젠가는 유럽을 여행하고야 말리라는 소망을 가슴에 품게 되었고, 유럽 관련 여행서들은 때마다 컨셉을 달리하여 출간되지만  늘 인기가 많다.

책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인 체험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지만, 주제에 따라 골라서 담아 놓은 유럽여행서는 때로는 실제 여행보다 더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끼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 또한, 그 전제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저자의 깊이있으면서 폭넓은  지식이 유럽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게 하고, 머리로 들었던 음악 또한 가슴으로 들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유럽을 오랫 동안 사랑해온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저자가 느꼈던 감동, 여행과 음악이 주는 삶의 기쁨, 새롭게 안다는 것의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곳은 몇 몇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다.

 

이탈리아 -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스페인 - 마드리드, 그라나다, 팔마 데 마요르카
프랑스 - 파리, 베르사유, 생장드뤼즈
오스트리아 - 빈, 힌터브륄, 오번도르프
독일 - 뤼벡, 슈반가우
영국 - 런던
스위스 - 루체른
체코 - 프라하
헝가리 - 부다페스트
핀란드 - 헬싱키


20개 도시에서 30개의 특정한 장소를 골라, 그 곳과 직접 연관된 음악 또는 그곳에서 연상해보고 싶은 명곡을 선정하고, 다시 주제에 따라 6부(유럽의 궁전과 성에서, 유럽의 다리 위에서, 유럽의 정원과 공원에서, 유럽의 안식의 집에서, 유럽의 길에서, 유럽의 성전에서)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글뿐만 아니라 실린 사진도 직접 찍은 저자는 유럽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과 역사를 깊게 꿰뚫고 있어 놀라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 동안 클래식 음악을 쉽게 가까이 하지 못했던 나는 몇 권의 서적을 통해 이해와 사랑을 해보고자 노력해봤으나, 여행과 장소와 이야기를 접목시킨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만큼 클래식에 대한 이해를 높인 책이 없었으며, 유럽여행기를 이토록이나 다채롭고 깊이있으며 격조있게 들려주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 

유럽을 더 깊이 알고자 한다면, 사랑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의미있는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보라고 권한다. 강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계신 분들이 연달아 하늘여행을 떠나시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머리속을 교차했지만,

무엇보다 상실감이 커서 늘 마음 한 켠이 허전했던 차, 이번에 새로 출간된 이해인님의 산문집<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가 무척 반가웠다.

꿈많고 감수성 풍부했던 중고시절에 애송했던 시의 대부분은 이해인수녀님의 시였다.

쉽고도 단순한 언어의 조합만으로 맑고 밝고 순수했던 시세계를 보여줬던 수녀님의 시는 사춘기여학생의 섬세한 시심을 적셔주기에 더할나위 없었던 것이다.

<민들레의 영토>,<내 혼에 불을 놓아>,<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지금도 책장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시집 목록이다.

클라우디아 이해인 수녀님께서 암투병중이시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아!, 그 분마저도...하는 안타까움에 탄식을 흘렸을 뿐, 이내 바쁜 일상에 쫓겨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법정스님이나 박완서님을 먼저 하늘여행 보내시면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수도자로서 승화된 모습을 보이는 이해인수녀님을 보면서 갑자기 왈칵 그리워졌다.

그 숨결을, 자취를 가까이 느끼고 싶어졌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는 암투병을 하면서 지난 5년 동안 가까운 이들과의 이별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속에서 위로받기도 하는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수녀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성직자로서 절대자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정갈한 마음을 닦는 과정속에서  얻게 된 다양한 단상들을 풀어놓고 있다. 특히, 내 마음을 울린 부분은 수도자로서 이미 아름다운 수녀님이 너무도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낼 때였다.

 

마음으로, 언어로, 행동으로 다른 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기를!

다른 이를 함부로 비난하고 싶을 때마다 자신의 못난 점에 대해 먼저 반성하며 겸손할 수 있기를!(p231)

 

스스로를 자주 경계하는 짤막한 화살기도를 자주 드린다는 수녀님. 어쩜, 이리도 솔직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일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내 못난 모습과도 겹쳐져서 빙긋 웃음이 나오며 위로가 되어주었다.

 

오래전에 만났었던수녀님의 글에서는 단순한 희망, 기쁨,  아름다움만을 노래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한 동안 책을 가슴에 껴안고 가만히 숨을 골랐었다.  수녀님의 글은 그야말로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은 구절'이 참 많았다.

손 가까이 두고 자주 들여다볼 수 있게, 그 때마다 눈에 잘 띄라고 노오란 형광펜으로 긋다 보니 글의 향기가 가슴으로 번져온다.

 

사춘기 시절 심취했던 그 시들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

당연히 시인의 감수성은 세월의 무늬와 무게와 더해졌을 것임에....비록 쉬운 듯한 간결한 표현일지라도 그 안에는 더 깊어진 사유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산문도 운율을 지니고, 운문 또한 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인생에 있어서 꽃처럼 찬란한 시간이 저문다 하여도 그 자리에는 영원히 지지 않는 푸른 미래가, 꿈이 자리하고 있다고, 그러니 부디 각박한 세상살이일지라도 어딘가에서 푸른잎이 무성해지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주문한다.

글이 맑아서 밝아서 마치 종달새처럼, 수녀처럼 다가오는 수녀님, 그리고 그 글을 생명력있게 해주는 황규백님의 그림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수녀님처럼 살고 싶어졌다. 단순하게, 순수하게, 맑게, 천진하게, 기쁘게, 그렇게 말이다. 쉬우면서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말.

수녀님의 글은 이른 새벽 아침, 감로수 한 사발을 마신 것처럼, 그렇게 세상보는 눈을 일깨워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