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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으리라, 법률가여. 너희는 지식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너희 자신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는 사람들까지 막았다 - 예수(누가복음 11장 52절)
좋은 법률가는 나쁜 이웃 - 루터


법률가에 대한 비판은 역사적으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것은 법이 정의와 진실보다는 권력과 이익을 편에 붙어서 날파리같은 행태를 할 때가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권력과 이익에 붙어먹으면서 말로는 정의와 진실을 외치니 지식인들이 보기에 법률가들이 얼마나 위선적으로 보였겠습니까?



▲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법률가에 대해서 가장 강력한 비난을 한 사람은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아닌가 합니다.

『헨리 6세Henry IV』제2부 제4막 제2장에서 농민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우리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법률가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일이다"

어떻게 이 말을 하게 되었는지 전후 사정을 살펴본다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농민들이 무기를 들고 광장에 나와 혁명을 선언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기득권에 복무했던 인사를 하나씩 잡아들여 즉석에서 재판을 벌이기에 이릅니다.

케이드 : "자, 모두들 용감하여라. 용감한 그대들의 대장은 혁명을 일으킬 걸 선언한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에서 한푼에 하나 살 수 있던 빵을 세 개 이상 살 수 있게 되고, 서말들이 술동이가 아홉말들이 술도이가 될 것이다. 집에서 만든 묽은 술을 마시는 자는, 중죄로써 처단할 것이며, 나라의 토지는 공유지로 할 것이다. 칩사이드 홍등가에서는 내 말이 풀을 먹을 것이다. 왕이 된다면, 물론 왕이 되지마는..."
- 일동 : 왕 만세!
- 셰익스피어 전집2(사극편,정음사) 중에서


이 와중에 차탐이라는 자의 서기를 엠마뉴엘을 끌고 옵니다. 서기는 증서도 작성하고 법정 양식대로 글도 쓰는데, 농민들은 "놈들은 항상 서류 꼭대기에다 이렇게 쓴다. 그건 당신에게 불리하오"라고 한껏 조롱합니다. 결국 서기는 붓과 먹통을 목에 달아 죽게 되는데, 법률가를 죽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붓과 먹통을 함께 죽인다는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를 쓴 장화식 씨는 한 강연회에서 김앤장의 변호사들에 대해서 소개를 했는데, 그렇게 신사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깍듯이 대하고 말투 역시 교양이 넘친다고 합니다. 그렇게 표정 하나 안 바뀌며 사람들의 생계를 간단히 끊어버리는 것이 그들의 실체입니다.

예컨대 핸드폰 문자 해고로 유명한 2004년 외환카드 노동자 정리해고 사건에서 휴대폰 문자해고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법적 효력이 있음을 자문해준 것이 이 변호사들이었습니다. 흥국생명 역시 2년 동안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1년 만에 400명을 정리해고하도록 부추긴 것은 김앤장이었습니다. 협약을 어길 경우 벌칙이나 금정 배상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 역시 김앤장의 교양 넘치는 변호사들이었습니다.
폐암 환자들이 마지막 생명줄로 인식돼 온 아스트라제네카의 독점적 특허권을 완화해달라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복지부가 약가 조정을 단행하려 하자 이것을 할 수 없게 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아스트라제네카의 소송을 맡은 것도 김앤장이었습니다.

고객의, 아니 고객이 지불하는 수임료를 위해서라면 공공성이나 정당성은 헌신짝처럼 팽개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들인데, 때문에 저자는 이들을 '악마의 변호사'라고 불렀습니다.



오늘 경향신문 오피니언 면을 살펴보다가 제가 법관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분노를 가장 잘 표현한 칼럼이 있어서 좀더 취재를 더 해본 것입니다. <
법치의 종말>이라는 글입니다.


법치의 본질은 법을 통해 정부권력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함에 있다. 실제 ‘법치의 확립’이란 말은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아니다. 문명사회에서의 그것은 국민에게 준법정신을 강요하는 것과는 관련이 별로 없다. 오히려 그것은 국민이 정부에 대하여 내리는 엄중한 명령이다.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법률을 만들고 이 법률로써 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하는 것이 바로 법치의 실체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런 법치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들의 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뜻대로 휘두르는 통로이자 수단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법전에는 오로지 권한의 법만이 담겨져 있다. 농식품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검역조건을 정할 권한이 있고, 경찰청장은 시위자들을 연행할 권한이 있고, 대통령은 KBS 사장을 해임하고 부정한 경제인들을 사면할 권한이 있다. 그 권한의 상층에 존재하는 헌법가치나 인권이념, 민주주의 혹은 정의의 원칙들은 하나같이 뒷전으로 밀려난다.
- 법치의 종말

 
   리어왕           폭풍우             햄릿               멕베스              오셀로  


네덜란드 수입지로 만든 <셰익스피어> 시리즈인데, 법관들이 무서워한다는 <헨리 6세>도 출간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1차분 5권에 이어 올해 연말께 2차분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 등 7편이 출간될 예정이며 영국 사극 11편, 로마 사극 9편, 나머지 희극과 소네트가 차례로 출간돼 내년말까지 총 40권으로 완간될 계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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