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27
"저울이 삶과 죽음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작은 낟알 하나이다." 라는 다윈의 말을 상기하라. ‘남가새 열매를 깨뜨릴 수 있는 부리‘와 ‘그럴 수 없는 부리‘의 차이는 겨우 0.5밀리미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78
다윈은 선택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비둘기 사육을 시작했다. 1856년 4월 다윈은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에게
" 이 비둘기들은 너무 다르게 생겨서 만약 생물학자들이 야생에서 발견했다면 별개의 종으로 분류할 겁니다. 어쩌면 아예 별개의 속으로 분류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이 품종들은 모두 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창조된 것이며, 신비로운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닙니다. 선택의 힘은 이렇게 대단합니다. 하물며 수백만 년이 수백만 번 지나고 산맥이 이동하는 동안 자연계에서는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겠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32
언젠가 아이작 뉴턴은 이렇게 겸손히 말한 걸로 유명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멀리 볼 수 있었던 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다윈이 올라선 거인의 어깨는 바로 갈라파고스의 시커먼 화산섬들이었다. 5년간 비글호를 타고 전 세계를 향해하는 동안 이 섬들은 다윈에게 가장 의미있는 곳이었다. 다윈은 언젠가 갈라파고스 제도가 <종의 기원>의 밑거름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랜트 부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윈이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매년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하여 다윈이 볼 수 있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현상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움베르토 에코 <제0호>


‘‘내 소설에서 문체는 언제나 주제를 따라 간다.‘‘

저널리즘의 세계와 문제를 풍자한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역시 ,
만만한 문체는 아니었다.

매일같이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기란 싶지가 않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은 ‘사실‘이다.
주변을 흐릿하게 만드는 허상들을 걸러낼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통찰력일 것이다.
그리고 ‘본질‘을 흐리는 누군가의 사견과 왜곡들 속에서 진실을 지켜내고 말한다는 것에는 분명, 소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애써 말하지 않는, 지금의 신문
‘가짜뉴스‘가 즐비한 현대 사회에
<제0호>는 그가 죽기전 세상을 향해 던진 묵직한 질문이다.

‘‘기사를 쓸때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신문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사실과 진실을 말해야 하는 중립적 언론들이
이미 외압에 신경 써왔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공정성을 잃은 보도와 음모론적 역설, 그렇게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는 가짜뉴스에 동요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제0호>는 애초에 발행되지 않을 신문이었다.
미스터리한 신문의 배후와 연결된 거대한 조직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일간지 <제0호>창간을 준비하기 위해 어떻게 모인 기자들과
그 과정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 위한 콜론나, 하지만 그는 거금을 받고 글을 쓰고 사라져야 하는 대필작가이다.
그들이 준비하는 <제0호>는
여느 신문과는 다른, 어떠한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모범적인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증거물이자 거론된 진실에서 예민할 거물들을 압박할 수 있는 협박용이다. 그로인해 누군가는 어느 권력 세계에 입성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는 수단이다.

소설의 배경인 1992년은 실제 이탈리아에서 어마어마하게 얽힌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마니 풀리테(Mani Pulite)‘ 이탈리아어로 ‘깨끗한 손‘ 이라는 부정부패 척결운동이 있었다.
소설은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 같다.

<제0호>를 준비하면서 무솔리니의 죽음에 관해 파헤치던 기자(브라가도초)가 살해된다. 신문사는 해체되고 브라가도초의 조사 과정을 알고 있는 콜론나와 제0호를 처음부터 준비한 시메이는 몸을 숨긴다.
브라가도초가 제기한 ‘미스터리한 비밀‘이 결코 거짓이 아닐 수 있다는 것에 콜론나는 혼란스러워 한다. 그때 BBC에서 뉴스가 공개된다.
마치 브라가도초가 대본을 써서 만든 영화 같은 기록들이 폭로 된다. 이탈리아 글라디오에 관한 이야기 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파시스트였던 사람들만을 끌어모을 수 밖에 없다고, 이는 브라가조초가 가진 무솔리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프리메이슨 비밀 회당, CIA, 정치계, 테러리스트, 마피아 심지어 교황까지 얽혀 있는 음모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브라가도초가 살해되기 전 콜론나에게 강조한

‘‘연결하기만 하라‘‘

‘‘그 모든 뉴스는 오래전부터 유포되고 있었고, 다만 집단의 기억에서 뉴스들이 지워졌던 것이다. 누군가가 모자이크의 조각들을 한데 모으면 된다. 하지만 새로운 폭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이전의 뉴스를 지워버린다. 그 모든 것을 끌어내어 다시 죽 늘어놓기만 하면 된다. ‘‘

브라가도초가 그 일을 했고 BBC도 그 일을 한 것이다.
각자의 재료를 혼합해서 저마다 칵테일을 만들어 낸 것이지만 두잔의 칵테일에서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정보들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수백만 명으로 늘었고 브라가도초가 의문을 가진 무솔리니와 요한 바오로1세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우리는 부정부패로 인해 단련이 되어있는 국민, 누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면 그보다 더 나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그 얘기는 가짜일 거라고 ..
절대 바뀌질 않을 것 같은 나라 그리고 사람들의 무관심
BBC가 폭로한 사실 또한 결국엔 사람들에게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고요하게 불신하도록 만들어 준 것은 분명하다.‘‘

‘‘삶은 견딜만하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면 된다.‘‘

‘‘남의 말을 인용하는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나는 1인칭으로 말하는 것을 포기했고 이제는 남들이 말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자 한다.‘‘

콜론나가 결국 선택한 삶은 끼어들지 않는 것이다.
그냥 내식대로 사는 것,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 일상이 예전과 같을지는 의문이다.

잘못된 세상을 향해 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소신과 용기만으로 될 수 있는게 아니다.
<제0호> 움베르토 에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조작된 사실과 부패한 정부를 향해 마지막 자신의 목소리를 남겼다. 그가 남긴 숙제같은 질문,
보이지 않는 진실은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도 넘쳐나고 온갖 불신으로 진실 또한 거짓으로 만드는 세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노리는 가짜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나기라는 갑작스런 자연의 변화, 징검다리라는 가변적인 건축 공간이 합쳐져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이야기가 황순원 의 ‘소나기」다. 이 소설에서 징검다리는 중요 배역이다. 소설의 첫 장면이 바로 소녀가 징검다리에 앉아서 물장난을 하는 모습이다.
주변의물에 둘러싸인 돌 위에 홀로 앉은 소녀처럼 집중되는 무대 배치는 없 다. <소나기>를 보면 소설가 황순원이 건축 공간을 깊은 수준으로 이 해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p3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