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공작소 - 다짜고짜 펜들기
김정희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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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만 봐도 나도 먹고 싶을 만큼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다. 요리하는 것만 봐도 따라 만들고 싶을 만큼 쉽게 요리하는 사람도 있다. 먹방, 쿡방을 보면 자꾸만 냉장고에 손이 가서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바로 "그림"이다. 잘 그리진 못해도 잘 그리고 싶은 욕망은 여전하니까.

표지에서 '쉬운 드로잉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쉽게 따라 그릴 수 없는 푸드트럭 펜이 그림을 보여주면서 쉽다고 말하다니, 밥 아저씨인가 싶었다. 언제나 척척 슥슥 바르고 "참 쉽죠?"를 남발하시던 밥 아저씨. 그 아저씨를 보며 나도 그림의 꿈을 키웠던 적도 있었지.

다행인지 <드로잉 공작소>는 참 쉽죠 로우 꼬드기진 않는다. 하나하나 단계별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느샌가 복잡한 그림으로 넘어가지만, 기초부터 탄탄히 따라 그리면 어려워도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건 아마 김정희 작가의 힘나는 격려와 응원 때문일 것이다.

"나는 성인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르치고,

책을 쓰며, 그림(개인 작업)도 그리는 시간을

참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김정희 작가님은 그림을 그리고, 그리는 것을 가르치는 일을 즐기고 좋아하셨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 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 보다 못하다'라는 말처럼 그림 작업을 좋아하시는 분이 쓴 책이라 그림 그릴 때의 즐거운 에너지가 풍겨났다. 잘하든 못하든 누가 보든 뭐라 하든 상관없이 그림 그리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드로잉 공작소>를 읽으며 배운 드로잉 기법은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다. 내가 볼 때는 '이쯤 하면 됐다.'라고 생각되는데, 작가님은 그 단계에서 한 가지씩 더 그리셨다. 명암을 넣거나 주름을 넣거나 질감을 표현하는 등 디테일을 살리셨다. 시간을 들여 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천천히 부담 갖지 않고 드로잉 취미를 즐기시고 싶은 분들께, 그 시작을 <드로잉 공작소>와 함께 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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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미술관 - 캔버스에 투영된 과학의 뮤즈
전창림 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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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일 것 같은 과학자가 감성적인 미술을 좋아하고 찾아본다니, 어딘지 어색하다. 과학과 예술의 관계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데. 과학자의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면 미술가가 발견하지 못하는 새로운 점을 발견한다고 한다. 미술 작품 감상을 좋아해서 해설집도 여러 권 읽다 보니 다른 각도에서 그림을 보는 방법도 궁금해졌다. 널리 알려진 모나리자, 자주 보는 고흐의 해바라기, 누구나 아는 뭉크의 절규를 과학의 지식으로 바라보면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 그래서 <과학자의 미술관>을 읽게 되었다. 

<과학자의 미술관>은 화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의학자가 예술을 찾아 떠나는 책이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미술관에 간 지식인>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던 내용을 뽑아 한 권으로 엮었다고 한다. 6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몰랐던 지식을 얻는 즐거움과 미술 작품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유익함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화학자의 미술관에서는 미술 재료에 초점을 맞췄다. 물감 성분이 무엇이고, 유화는 언제 만들어졌으며, 세월이 지날수록 그림이 변색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화학자를 그린 그림 등에 대해 설명한다. 미술 재료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표현된다는 점이 새로웠다.

물리학자의 미술관에서는 빛을 이야기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이유, 파동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물결, 반사와 투사의 차이를 담은 그림, 차원을 이해한 그림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심하게 빛을 관찰하고 표현한 작품을 보니 미술가에서 물리학자의 면모가 엿보였다.

수학자의 미술관에서는 거리에 대해 말한다. 착시, 황금 비율, 점선면으로 보면 다르게 보이는 미술 작품이 나온다. 8등신의 이상적인 신체를 그린 뒤러는 수를 가지고 남자와 여자를 그렸다고 한다. 비율이 맞는 인체화를 그리려면 수학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또한 황금비율이 사용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관람 지점을 알아낼 때도 수학은 필요하다. 

의학자의 미술관에서는 미술 작품에서 전염병, 의사, 병 등을 읽어낸다. 전 세계를 강타했던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당시 상황을 그린 미술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 초상화에서는 인물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과학자의 미술관>은 미술에서 시작해서 과학으로 갔다가 다시 미술로 돌아오는 경험을 제공한다.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분들께는 미술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고, 미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미술 작품에 담긴 과학적 지식을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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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동차 캠핑 가이드 - 캠핑카부터 차박까지 차에서 먹고 자고 머무는 여행의 모든 것 대한민국 가이드 시리즈 5
허준성.여미현.표영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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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던 겨울이 가고 꽃 피는 봄이 왔다. 칼처럼 파고드는 바람이 사라지고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는 따스한 바람이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삼삼오오 모여 여행 가고 나들이 갈 텐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붐비는 관광지는 가기 어렵다. 그러나 콧바람은 쐬고 싶으니 다들 산 찾아, 물 찾아 떠난다. 자동차에 캠핑 장비 잔뜩 싣고 힐링의 장소로.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차박이나 캠핑에 대해 무지했으며 관심도 없었다. 굳이 고생하며 불편한 장소로 여행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코로나가 계속되고 신랑이 차박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도 덩달아 '차박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자동차 캠핑 가이드>는 캠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었고, 간단하고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노하우와 캠핑장과 여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유튜브를 통해 어렵게 찾아봐야 하는 캠핑장 장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를 보니, 캠핑장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고 잊고 있었던 캠핑에 대한 로망이 살아났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신랑이랑 커피 한 잔 마시는 장면, 눈부신 해가 떠오르는 바다를 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 도시의 소음이 아닌 빗소리나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하는 장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대한민국 자동차 캠핑 가이드>에는 캠핑카부터 차박까지 차에서 먹고 자고 머무는 여행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역별 여행 정보가 마음에 들었다. 계절별, 테마별로 캠핑장을 추천해 주고, 지역별로 나누어 캠핑장과 주변 여행지를 소개한다. 꼼꼼하고 세세한 캠핑장 정보뿐 아니라 같이 둘러보면 좋을 관광지 정보, 추천 맛집도 알려준다. 한마디로 이 책 한 권이면 따로 인터넷 검색하느라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올해 여름에는 산에 가려고 마음먹었다. 멋진 산을 즐기는데 <대한민국 자동차 캠핑 가이드>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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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 식탁 위에 놓인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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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식탁에 올라온 식재료에 어떤 역사가 담겨 있는지 아는가? 어떠한 과정과 시간이 들여서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역사 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감자, 고구마 등 구황 작물과 고추 같은 향신료를 만드는 재료가 들어온 지 그리 오래지 않다는 말을 듣고 놀랬다. '감자 먹으며 보릿 고개를 넘었다'라는 말도 그리 오래지 않는 것이고, 감자가 없었던 시절에는 보릿 고개를 어찌 보냈나 알아보고 싶어졌다.

 

감자, 고구마, 고추 때문이다. 그것들 때문에 음식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를 읽게 되었다. 작물의 세계화가 이루어진 경로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인데, 세계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음식 정보가 담겨 있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식재료인 쌀과 밀을 시작으로 고기, 향신료, 식문화, 설탕, 가공식품 그리고 냉동식품과 인스턴트식품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식탁이 다양하고 화려하게 채워지는 과정을 세세하게 읽었다. 식재료 단어의 어원이 되는 지명이 나오고,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아 음식을 오래 보존하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이주와 교역을 통한 식문화 교류가 나오며, 돈이 되는 희귀한 작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던 사실도 나온다.

 

이런 과정을 읽다 보면, 사람은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맛있는 음식을 오래 먹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데에 열심이다. 삶의 기본이 '의식주'이듯, 먹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다.

 

안타까운 점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노력하는 작업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량 생산을 위해 화학 비료를 사용하고, 양식으로 인해 발생한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약품을 투여한다. 제철을 넘어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도록 식재료 생산 기술이 발전했지만 오히려 정성과 시간을 들인 자연 그대로의 재료는 잃어버리게 되었다. 음식의 발전에 대한 이면을 생각하게 된다.

 

식탁에 올려진 음식의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되니 음식 맛이 더 다채롭게 느껴진다. 음식을 통해 세계의 역사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다. 역시 음식과 사람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고, 음식은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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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ful 트립풀 홍대.연남.망원 - 합정, 연희, 상암 트립풀 Tripful 19
이지앤북스 편집부 지음 / 이지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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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도 여행 책은 잘 안 보는 스타일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모아 여행 가는 편이었다. 여행 가이드북의 존재는 여행을 가봐야 제대로 느끼게 된다. 변수로 인해 내가 찾아온 플랜 A를 할 수 없을 때 자연스럽게 다른 관광지를 찾거나 음식점을 찾을 정보가 있다는 것! 그래서 다들 가이드북 하나씩은 들고 여행 가는 것이었다. 나만 빼고.

가장 길었고 변수도 많았던 독일 여행에서 돌아와서 여행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다음 여행지를 찾기 위해, 실패하지 않을 보험으로 가져가기 위해, 내가 다녀온 여행지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행지에서의 기분을 되새기기 위해. 여러 여행 책을 찾아보다 꾸준히 찾아보는 여행 책이 생겼다. 이지앤북스 출판사에서 나오는 <Tripful 트립풀> 시리즈이다. 내가 여행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여행책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얇아서 언제든 여행 갈 때 부담 없이 가져갈 수 있는 사이즈이다. 

트립풀 시리즈는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프라하, 베를린 등 해외 도시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감각적인 여행책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닫히자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는 걸로 방향을 바꾸었고, 이번에 홍대, 연남, 망원을 소개하는 Issue No.19이 발간되었다.


늘 바라만 보던 트립풀 시리즈였다. 언젠가 갈 곳을 눈여겨보고 못 가는 마음을 책으로 대리만족했는데, 평소에도 종종 가는 지역을 소개하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트립풀 홍대, 망원, 연남>을 읽었다. 트립풀 시리즈만의 감각적인 사진과 핫플레이스 소개는 언제 봐도 여행자의 마음이 들게 했다. 가까운 곳이지만 여행 가는 기분이 들게 했고,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했다.

내가 가장 눈여겨봤던 페이지는 책방길과 먹거리이다. 홍대, 연남, 망원 지역에 책방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지도에 책방을 그린 일러스트가 각각의 책방을 잘 표현해놨다.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는 책방길이라고 하니 맑은 날 천천히 돌아봐야겠다. 책방길을 돌며 책방 투어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홍대, 망원, 합정, 연남, 연희는 맛집과 카페가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정리된 맛집 리스트가 없어서 맛집을 찾는데 몇 번 실패했다. SNS에 맛있다고 소개하는 집이 다 맛집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맛집 찾기의 달인이 나에게 추천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참에 <트립풀 홍대, 망원, 연남>에서 깔끔하게 정리된 음식점 소개 글을 보게 되었다. 세상은 넓고 나만 몰랐던 숨은 맛집이 여기 다 있구나 싶었다. 이제 음식점 선택에 실패하지 않을 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여행이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가끔 스트레스가 가득 차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맛집 찾고, 관광지 찾고, 핫플레이스 찾는 수고를 하는 대신 <트립풀> 시리즈 들고 마실 나가는 건 어떨까. 얇지만 알찬 여행책, 트립풀이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앞으로 '트립풀'에서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더 많이 소개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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