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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똑똑하다 - 오스본의 만화 미술론 ㅣ 카툰 클래식 13
댄 스터지스.리차드 오스본 지음, 나탈리 터너 그림, 신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미술, 특히 현대미술을 감상하는데 있어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도대체 이것도 미술이 될 수 있을까'라든지 '이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와 같은 생각이 앞서 흡족하고 여유롭게 감상하기란 수월치 않다. 그래서 흔히 전문가들은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는 거예요."라고 격려해 주기도 하지만 실상 이것은 어느정도 미술에 대한 식견이 있을 때에나 해당될 법한 조언이지 순전히 개인적 감흥이나 연상작용에만 의존해 감상할 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작품 하나 감상하는 것에 식견의 유무차이로 '마음에 달려있는' 해석을 차별받는다면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해 준다.
미술은 당신이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p.12)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미술이론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기호나 주관, 미적으로 아름다와야 한다는 선입견, 상업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에 대한 혼돈을 지양해야 할 대표적인 미술이론으로 꼽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빈번한 미술이론에 대한 오해는 바로 '자신의 기호나 주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쉽게 자신의 기호와 주관으로 미술을 감상하게 된 까닭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미술을 접하는 동기가 여가생활의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에 있다는 것이고, 넓게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미술에 대한 관념과 급격하게 보급된 현대 미술의 실상에서 빚어지는 격차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술은 역사상 인류와 함께 성장해 온 가장 큰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알타미라나 라코스 동굴벽화로부터 시작해 고대 그리스 시대, 르네상스를 거쳐 번성하고 이후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에 이르러 한층 더 심화된 미술은 한 두권의 책이나 주말의 갤러리 관람으로 쉽게 이해될만한 만만한 학문은 아닌 것이다.
물론 미술이 처음부터 이렇게 대단한 지식을 요구하는 학문은 아니였다. 미술가의 사회적 지위에 비춰볼 때 기술자나 장인정도였던 시절을 거쳐 점차 노하우에 따른 문서가 생겼고 아카데믹한 요소들을 인정받아 학교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이에 가세해 모더니즘 속에서 추상화가 탄생하고 점점 철학적 요소와 실험성이 강해지면서 점차 수반된 이론들이 다양해지고 견고해진 것이다. 그래서 미술에 '이론'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어쩐지 유화물감 뭍은 허름한 작업복 보다는 말쑥한 양복처럼 격식있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미술은 똑똑하다>는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는 미술이론이 양복을 벗어버리고 '만화'라는 요소를 통해 보다 친근한 청바지 차림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미술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미술이론에 이르는 길로 이끌어간다. 시대에 따른 미술과 미(美)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고 그러한 생각을 유발시킨 철학자나 다른 분야의 학자들을 꼼꼼히 챙긴 것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여기에는 개념어 사전을 떠올리게 할만큼 상당히 많은 현대 학자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포함되는데, 아마도 입문서를 통해 이렇게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미술이론이 진화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미술가들의 능력란 단지 자유로운 발상이나 순간적인 영감과 관계된 창의력만이 아닌듯 하다. 이론이란 자신의 이상와 신념을 반영하는 것인만큼 그것을 발전시키고 또다시 그 틀을 깨는 과정은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아우르는 부단한 지적 노력의 결과였다. 이제 미술은 눈에 들어온대로 보는 것이 아닌 생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날 아름답게 봐주세요'라는 수동적인 미술이 아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어?'라는 도발적인 미술과 함께 하려면 미술만큼 똑똑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