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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콘서트 - 건축으로 통하는 12가지 즐거운 상상
이영수 외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10월
평점 :
건축세계의 내부인이 바라 본 건축과 외부인이 바라본 건축에는 너무도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이것은 외부인으로서 한 분야를 잘 모를 수밖에 없는 당위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지난 역사 속에서 건축에 대한 시선을 왜곡시켜 온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을 무렵 우리는 국제양식(International Style)이라는 서구의 건축양식을 너무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값싼 시공비에 대량생산을 가능케했던 이 양식은 판자집 즐비한 가난한 나라가 우뚝 솟은 고층건물의 성과를 단기간 달성하는데 최대의 장점을 제공했으나 결국 '건축'하면 의례 획일적인 격자건물을 떠올리게 했고 이에 가세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내 집'에 대한 애착이 건축을 부동산의 일부로 여기게 하는데 한 몫했다.
최근들어 초고층에 펜트하우스까지 갖춘 고급 아파트들이 붐을 이루고, 해외 거장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건축물들을 우리 거리에 선사하는 현상도 건축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을 선뜻 보여주지 않는다. 너무 화려하고 눈부신 탓에 자칫 건축을 고급 예술로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건축 콘서트>는 외부요인에 의해 가려져왔던 건축의 본모습을 소개하는 건축세계 내부로의 초대이다. 현직 실무자와 학계의 12인이 모여 준비한 콘서트이기에 현재 건축계가 부르는 노래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으며, 저마다 개성있게 표현한 주제는 크게 '건축가와 공간', '건축의 현 이슈와 미래'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건축가와 공간'에서는 건축가들이 펼치는 상상의 세계와 디자인 과정을 소개하고, 공간의 의미와 경험, 공간과 인간, 공간에서의 빛과 색 등 건축가들이 고민하는 과제와 건축의 본질인 공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건축의 현 이슈와 미래'에 해당되는 부분은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했던 모더니즘에 대한 건축적 저항과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하는 자연과의 조우, 미래 지향적인 인터랙션 디자인과 디지털 건축까지 건축계의 실험정신과 더불어 친환경적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건축가들이 들려주는 공간이라는 것은 뜻밖의 개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공간을 벽면으로 둘러싸인 곳, 혹은 X,Y,Z로 구성된 3차원의 세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공간은 의외로 탄력적이고 유동적이며 인간의 경험, 때론 심리상태까지 포함하는 보다 고차원적 개념이다. 그렇기에 건축은 단지 물성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 아닌 인간과 교감하며 시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의 경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건축물이 가진 켜(Layer)와 켜 사이를 거닐며 시시각각 펼쳐지는 공간의 이야기를 듣는 것, 우연히 발생할 수 있는 사람들의 사건 혹은 시뮬라르크(존재하지 않는 실재, P.157)를 위해 여지를 남겨놓는 공간...일상에서 의식적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매우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인터랙션 디자인과 디지털 건축은 건축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매우 흥미진진한 측면이다.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이란 이미지, 사운드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건축을 포함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아직 공공건물이나 대기업에 속한 건물에서 일부 인터랙션 디자인을 맛볼 수 있지만 만일 이러한 디자인이 상용화된다면 화가 나 벽에 대고 소리를 질렀을 때 기분 좋은 색으로 벽면이 바뀌는 꿈같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컴퓨터를 활용해 실현하기 힘든 건축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자연 환경을 유지, 활용하는 첨단 디지털 건축의 모습에서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래도시를 예감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건축콘서트>는 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사색과 미래 건축을 향한 공학적 열정이 가득한 콘서트이다. 음악 감상평으로 표현하자면 전통 악기의 깊은 선율 속에 맛깔스러운 전자음향이 뭍어나는 콘서트라고나 할까? 콘서트를 준비한 사람들은 건축의 본 모습을 알리고 더불어 건축계가 지향하는 미래관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바라본 미래의 건축에서 긍정적인 마음과 더불어 자신감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