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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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정임) : 공부를 못했다는 게 어느 정도였나요? 그러다 언제부터 잘하게 됐는지요.

 

안(안철수) : 초등학교 내내 공부를 못했는데요, 성적표에 '수', '우'가 별로 없었어요. 옛날 MBC에서 <성공시대>를 찍을 때 PD분께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부산 가서 성적표를 직접 촬영해 와서 TV에 방영한 일이 있어요. 그때 보니 성적표에 '수'가 보이긴 하더군요. 제 이름 철수예요.(웃음) 중학교 때도 전교는 둘째치고 반에서 1등 한 번 못해봤고요. 성적이 조금씩 올라 중3 때 반에서 2, 3등 했던 것 같고, 고등학교 때 조금씩 나아지더니 고 3때 반에서 1등 하고 이과 전체 1등을 처음 해봤어요. 그때만 해도 부산고등학교에서 이과 1등 하면 서울의대를 갔죠. 

 

                            -  안철수의 생각 55쪽 중에서 -

제목처럼 안철수의 사회 전반에 걸친 생각을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꾸며 나간 책이다. 위에 제시한 것처럼 일상적인 웃음을 담은 편한 글도 있지만, 대선 출마, 통일, 교육 개혁, 신재생에너지 시대, 다문화 사회 등의 다소 무겁고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주제는 무겁지만 인터뷰 형식이어서 그런지 안철수와 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역시, 안철수였다.

그의 생각은 확고했고,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어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편집의 묘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그렇게 군더더기 없이 말씀을 잘하시는지, 정말 머릿속에 든(?)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늘 공부하는 자세를 보여주었기에, 늘 배우는 자세로 임했기에, 그리고 늘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사물을 대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정치적 리더십은 국민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의 과정, 공감의 과정이 핵심이죠.

보육 문제는 복지 지출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미래를위한 투자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폭넓은 소양을 키워지기보다 입시공부에 집중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문과와 이과를 나누어 배우는 과목도 차별화하고요. 가장 현실적인 것 중 하나로 문과와 이과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채 강행된 강정마을 공사는 무리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의 생각 중에서 -

 

안철수의 이 책에서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밝히고 있다.

그의 정치 행보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도 느꼈다.

물론 이론과 실제는 괴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의 생각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또 어떤 과정이 필요할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며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분명하다.

앞서갔던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말 못했던 사람이 없었듯이

그들은 모두 허울좋은 말과 공약으로 민심을 끌어 모았더랬다.

 

나는 바란다.

안철수의 이러한 생각과 마음이 단지 민심을 현혹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해 개혁의 당위성이 요구되는 사안임을 깨닫고

적재적소에 그의 신념을 하나씩 펼쳐내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한다.

 

말에서 행동..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을 안다.

그도 알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의 도전 정신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1인이다.

 

그가 맺는 글에서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한 말처럼

그 역시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을 시도해 보고 경험해 보았으면 한다. 

도전은 단지 힘들 뿐, 무서운 것이 아니라고 한 그의 말처럼

대한민국 국민 모두와 함께 행복한 길을 찾는 데

앞장서 주었으면 하는 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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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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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에쿠니 가오릴를 처음 만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리고 일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가 겪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녀만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어쩜 끄리

 인생을 느끼게 하는지, 삶의 순간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지..

 

  

"수박향기"는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1개 이야기 모두 어찌보면 단순한 일상의 일들이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소녀이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 같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열한 명 소녀들의 비밀 이야기..

비밀이라고 해서 무슨 대단한 것을 폭로한다는 느낌보다 그저 물흐르는 듯한 일상의 이야기를

그냥 차분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차분한 어조 속에는 소녀 감성 본연의 순수함도 있었지만

조금은 충격적이거나 놀랍거나 한 이야기들,

약간은 의외의 무겁고 잔인한 표현들 역시 심심찮게 등장했다.

 

죽은 사람을 덮어씌우듯 이불째 쓰러지며 즐겼던 장례식 놀이가 등장한 '남동생' 이야기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을 당하는 등딱지를 벗은 거북의 모습을 보고 싶어 부엌칼로 배에 금을 그어 죽게 만들고, 겨울잠놀이를 한다며 땅에 구덩이를 판 후 행방불명이 되어 버린대 '후키코씨' 이야기

그림자 극을 순회공연하고 있는 대학생과 헤어지는 날 주머니에서 면도칼을 꺼내 스즈키 진타의 손바닥을 그은 '소각로' 이야기

개미떼가 잔뜩 붙은 수박을 먹는 모습이 등장한 '수박향기' 이야기

 

무엇보다 타이틀인 '수박향기' 이야기는

휘리릭 읽어 내려간후 끝부분에서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엄마의 동생 출산으로 인해 당분간 숙모네서 지내게 된 나는 매을을 울며 지낸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이 가득한 서글픈 저녁때가 되면 그 마음은 더한다.

계획에도 없게 무작정 숙모집에서 도망쳐 나온 나는 밤이 되자 강 건너 조그만 불빛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간다. 남의 집을 엿보고 있는 순간, 뒤에서 커다란 수박을 껴안고 있는, 분노로 시퍼렇게 빛나는 눈을 가진 아줌마를 만난다.

아줌마를 따라 들어간 방에는 윗몸을 공유하고 있는 샴 쌍둥이이 남자아이 둘과 만난다.

등꼴이 오싹하도록 소름 끼친 나는 방으로 들어가자는 아줌마의 제안에 들어가 앉는다.

방에 들어가 싹둑싹둑 소리나게 자른 수박을 먹다가 잘라 놓은 수박에 잔뜩 꼬여 있는 새까만 개미를 목격한다. 무언가 불길하고 오싹한 집이다.

세 평짜리 방에서 잠을 잤다. 겁이 날 정도로 조용하고 후덥지근했지만 신기하게도 푹 자고 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덧문을 여니 경찰 아저씨와 숙모 부부, 할머니가 서 있다.

 

아침일찍 한 여자가 경찰서에 찾아와 이 집에서 여자아이 소리가 난다며 신고했다고 한다.

"어제는 어떤 여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자 경찰 아저씬 노숙자였겠지,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비어 있는 집이라면서.

 엄마가 동생을 낳은 것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날 밤의 일은 숙모에게도, 우리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수박향기' 22쪽 중에서

 

  

 

아홉살 여름, 주인공은 꿈을 꾼 것일까.

어쩌면 아홉살 숙모네집에서 지내는 몸서리치게 고독한 마음이 무언가 불안정한 가족의 모습으로 환상 속에 나타났을 수도 있고, 엄마가 있는 가족의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만들어 낸 따뜻한 환상의 품이 아니었을까...

아직까지도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다.

 

"수박향기"는 일상의 비밀스런 일들을 조심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뭐, 비밀이랄 것도 없는 이야기를 비밀스럽게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별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 아이러니함,

공감이 가면서도 공감할 수 없는 모호함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되었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억지로 꾸미는 화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수한 이야기..

읽는 내내 에쿠니 가오리, 그녀만의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시선에

폭염의 열기을 식힐 수 있는 시간 여행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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