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흔히 시대를 반영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이 쓰인 당시 미국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작품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1920년대의 미국 사회를 흔히 '재즈 시대'라 부른다고 한다.
이는 흑인의 빅밴드가 울리는 재즈 연주에 맞춰서 백인들이 향락과 소비를 일삼았던 시대를 이르는 말이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의 승리 이후 과도한 경제적 부흥기를 맞이하여 흥청망청 소비의 시대로 들어섰다. 경제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이 한창 꽃피었던 시대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윌리엄 포크너, 엘리엇 같은 시인들의 활동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였다. 이 가운데에서도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의 활동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160편에 이르는 단편 소설을 썼지만 그의 작품 가운데 이 소설처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 온 작품은 없다. 아마도 이 작품을 통해 어느 누구보다도 1920년대의 미국 사회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였다는 점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개츠비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테일러 기지에 주둔하던 중 상류층 여인 데이지와 사랑에 빠지지만, 개츠비의 가난을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던 부모의 강요로 데이지는 부유한 톰과 결혼을 하고 만다. 하지만 정비소의 아내와 은밀한 교제를 하는 톰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던 차에 얼마 후 부자가 된 개츠비가 데이지 앞에 나타난다.
개츠비에 대한 데이지의 사랑의 감정은 없어졌던 것이 아니라, 잠시 사그라들어 있었던 것일 뿐..개츠비가 참전하기 위해 떠나기 전날 밤 서로 껴안고 오랫동안 말없이 앉아 서로의 마음을 깊이 새겼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개츠비를 수상쩍게 여기던 톰은 데이지와의 관계 또한 못마땅히 여긴다.
어느 날 개츠비의 차를 빌려 운전하던 데이지가 (톰과 은밀한 교제중이던) 정비소 윌슨의 아내를 치는 교통사고를 낸다. 하지만 톰은 윌슨에게 개츠비의 차임을 근거로 하여 피의자가 개츠비임을 말한다. 이말을 믿은 윌슨은 제정신이 아닌 채 개츠비를 찾아가고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살한다. 이 모든 사실을 직감한 닉은 톰을 찾아가지만 톰은 데이지와 짐을 챙겨 벌써 여행을 떠난 후였다. 개츠비는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살인 사건으로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개츠비는 자아 성취와 사랑이라는 면에서 성공의 파괴적인 대가를 죽음으로 치르게 된다.
비가 내리는 장례식.. 개츠비가 살아 있을 때 그의 집에 드나들던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은 어디가고 아무도 찾아온 사람이 없는 쓸쓸한 장례식..
파란만장한 삶을 산 개츠비는 그렇게 멀리 떠났다.
개츠비가 데이지와 사랑에 빠지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후
다시 부의 성공을 이루어 데이지를 찾아가는 상황은 마치 작가 피츠제럴드의 인생과 어딘가 닮았다. 피츠제럴드 역시 미군에 입대한 후 자신의 근무지인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근처에 사는 부유한 미모의 여인 젤다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피츠제럴드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젤다는 약혼을 파기했다. 이후 피츠제럴드는 전쟁이 끝나 제대하고 나서 다시 젤다와 결혼하기 위해 뉴욕으로 간다. 문학적 성공을 꿈꾼 그의 첫 번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들은 결혼했지만, 둘 다 성공과 명성으로부터 온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피츠제럴드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영화 각본을 쓰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결국 막대한 부자가 된 이유로 죽음까지 이어진 개츠비의 운명과 작가의 운명이 비슷하다.
이 작품에서 나타난 도덕적 타락은 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물에게서 나타나고
작품의 화자이자 작중 인물로 등장하는 닉 캐러웨이만이 정직하고 도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어쩌면 작가는 닉이라는 인물을 닮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닉의 행동과 생각, 그의 정의 그리고 이상..작가는 닉을 통해 개츠비의 허황된 꿈과 잘못된 방법, 그리고 도덕적 타락 등을 이야기하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아니 현실에서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 버린 그 진정한 꿈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인생무상이라고 했던가..
'일장춘몽', '공수레공수거'...
이 작품을 읽고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인생에 대한 말들이 떠오르는 건
부귀영화가 덧없이 사라진 작가와 개츠비의 삶이 너무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 영화로도 개봉했던데, 짬을 내어 영상으로 만들어진 개츠비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