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동물에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가까운 데 두고 살아본 적은 없었다. 집안 사정이 허락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또 그렇게 가까이에 두는 걸 크게 바랄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양이가 눈에 들어온 거다.
내가 흥미를 갖고 지켜보는 고양이는 집 안에서 사는 녀석들이 아니라(그 녀석들은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길고양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이다. 길에서 산다고 해서 길고양이, 도시화 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고양이들이다. 하지만 도시라는 공간은 사람도 살기가 어려운 곳이니, 고양이에게 편할 리 없다. 요새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고양이들에게 그곳은 위험하고, 비위생적이고, 배고픈 곳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건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고양이 몇 마리에게 아주 가끔 먹이캔을 따서 놓아주거나, 고양이 보호단체나 프로그램에 종종 후원을 하는 수준일 뿐이다. 다행이 동네 카페 주인이 테라스 한쪽에 언제나 먹이를 잔뜩 채워주시는 분이라서, 이 동네 고양이 몇 마리는 먹이의 부족함은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 영화는 한국, 대만, 일본의 길고양이들의 삶을 다룬다. 삶이라고 해서 생애를 추적하고 그런 건 아니고, 그 녀석들이 살아가는 모양을 스케치 하는 수준이다. 세 나라의 길고양이를 대하는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았던 것으로 보인다.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한 발을 들고 웃는 모양의 고양이상이 유명한 일본의 고양이들은 뭔가 유유자적해 보인다. 사람이 옆을 지나가도 그냥 그 자리에 누워서 상념에 잠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대만의 어느 동네의 고양이들도 비슷한 느낌. 열성적으로 길고양이들을 돕는 아주머니 덕분에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간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은 어딘가 주눅이 들어 보인다. 학대를 당해 죽은 고양이들을 화장해 묻어주는 모습에서는 살짝 찡하기도 하고. 사실 우리 동네 사는 길고양이들 가운데 앞서의 카페 고양이를 제외하면 옆에 사람이 조금만 다가가도 경계하고 도망치기 바쁘다. 워낙에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 녀석들이 그런 경계심을 조금쯤은 갖고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여유 있는 얼굴의 일본이나 대만의 길고양이들을 보고 나면 조금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만 학대를 당하는 건 아닐 거다. 일본에도, 대만에도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자란 인간들은 반드시 존재할 테니까. 뭐 대단한 일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작은 생명을 괴롭히지만 말아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동물을 함부로 하는 사회는 사람도 함부로 할 가능성이 높다. 역으로 동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은, 사람도 살길을 찾기가 조금 더 쉬워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길고양이들에게도, 길고양이처럼 눈칫밥을 먹으며 힘겹게 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