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해즈 폴른
릭 로먼 워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출연 / 아라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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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새 대통령 트럼불(이름 참... 모건 프리먼이 연기했다)을 겨냥한 드론 테러가 발생하고현장에 있던 비밀경호국 요원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용의자로 지목된다당연히 그는 누명을 쓰고 있었고이제 배닝은 수사기관은 물론 그를 모함한 세력들의 추격을 받으면서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시원하게 쏘고터뜨리고깨부수는 액션영화다온갖 중화기가 등장하고건물이 폭발한다별 생각 없이 멍 때리며 봐도 꽤나 흡입력 있게 진행되는 킬링 타임 영화영화 속 드론을 이용한 요인 암살은 미국이 중동에서 벌이던 실제 전투 방식 중 하나고군사작전에 무분별하게 동원되던 민간군사기업의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니 나름 현실성도 반영한 듯하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중심 소재가 되는 민간군사기업은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에서 이름을 크게 알린 바가 있다군법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군인들과 달리 민간계약업자들의 경우 그런 법적 한계가 없기에(애초 계약 당시부터 면책을 보장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훨씬 더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도 최악의 경우 그저 처벌이 아닌 계약해지만 되는 식이다물론 그 이후에는 회사를 해산하고 다른 이름으로 새로 차려 다시 계약을 받고... 악순환이다.


     영화는 그렇게 세금으로 키워놓은 용병회사가 새 대통령의 정책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게 되자 대규모 음모를 꾸민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한 번 폭력에 돈을 쓰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준달까전쟁은 분명 악이다어쩔 수 없이 그것을 수행한다면가능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이런 식으로는 안 되는 거다.


     꼭 이런 군사기업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서 돈으로 폭력을 사는 일들은 쉽게 볼 수 있다대표적으로 용역업체들인데용산참사로 많은 철거민들이 불에 타 죽은 이후에도 여전히 경찰과 손발을 맞춰가며 현장에 나타나는 게 다반사어쩔 수 없이 폭력이 존재해야 하다면그건 가능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통제되는 게 맞다한 번두 번 그들이 폭력으로 돈을 버는 맛을 보게 되면이후엔 쉽게 없애기 어렵다그 자체가 하나의 힘이 되어 버릴 테니까.

 





     영화의 제목인 엔젤 해즈 폴른이 무슨 뜻일까. ‘추락한 천사’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일단은 백악관 비밀경호국의 영웅이었던 주인공 배닝이 배신자로 몰리는 상황을 반영한 제목으로 보이기도 한다하지만 또 이 제목을 타락한 천사로 읽을 수도 있는데이렇게 되면 사탄을 가리키는 표현이 된다한 때는 신을 섬겼지만 타락해 적대자가 되어버린 존재영화 속에서는 한 때 정부와 함께 군사작전에 투입되었지만이제 대통령 암살까지 시도하며 빌런이 되어버린 민간군사업체의 대표 제닝스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폭력은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을 타락하게 만든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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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동물에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가까운 데 두고 살아본 적은 없었다집안 사정이 허락하지도 않았을 뿐더러또 그렇게 가까이에 두는 걸 크게 바랄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그런데 어느 순간 고양이가 눈에 들어온 거다.


     내가 흥미를 갖고 지켜보는 고양이는 집 안에서 사는 녀석들이 아니라(그 녀석들은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길고양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이다길에서 산다고 해서 길고양이도시화 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고양이들이다하지만 도시라는 공간은 사람도 살기가 어려운 곳이니고양이에게 편할 리 없다요새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생기긴 했지만여전히 고양이들에게 그곳은 위험하고비위생적이고배고픈 곳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건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고양이 몇 마리에게 아주 가끔 먹이캔을 따서 놓아주거나고양이 보호단체나 프로그램에 종종 후원을 하는 수준일 뿐이다다행이 동네 카페 주인이 테라스 한쪽에 언제나 먹이를 잔뜩 채워주시는 분이라서이 동네 고양이 몇 마리는 먹이의 부족함은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 영화는 한국대만일본의 길고양이들의 삶을 다룬다삶이라고 해서 생애를 추적하고 그런 건 아니고그 녀석들이 살아가는 모양을 스케치 하는 수준이다세 나라의 길고양이를 대하는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았던 것으로 보인다.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한 발을 들고 웃는 모양의 고양이상이 유명한 일본의 고양이들은 뭔가 유유자적해 보인다사람이 옆을 지나가도 그냥 그 자리에 누워서 상념에 잠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대만의 어느 동네의 고양이들도 비슷한 느낌열성적으로 길고양이들을 돕는 아주머니 덕분에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간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은 어딘가 주눅이 들어 보인다학대를 당해 죽은 고양이들을 화장해 묻어주는 모습에서는 살짝 찡하기도 하고사실 우리 동네 사는 길고양이들 가운데 앞서의 카페 고양이를 제외하면 옆에 사람이 조금만 다가가도 경계하고 도망치기 바쁘다워낙에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 녀석들이 그런 경계심을 조금쯤은 갖고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그래도 여유 있는 얼굴의 일본이나 대만의 길고양이들을 보고 나면 조금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만 학대를 당하는 건 아닐 거다일본에도대만에도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자란 인간들은 반드시 존재할 테니까뭐 대단한 일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그냥 작은 생명을 괴롭히지만 말아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동물을 함부로 하는 사회는 사람도 함부로 할 가능성이 높다역으로 동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은사람도 살길을 찾기가 조금 더 쉬워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길고양이들에게도길고양이처럼 눈칫밥을 먹으며 힘겹게 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에게도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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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멤버들로만 구성된 중국음식 동아리에 속해 있던 은영(최지헌)은 어느 날 자신의 주관으로 요리를 주문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울렁증 때문에 실패하고는 대책 없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기로 한다하지만 엄마 카드를 훔쳐 몰래 예약한 호텔은 다음 날로 예약되어 있었고하룻밤 잘 곳을 찾던 은영은 우연히 동환(방주환)을 만나게 된다.


     요리를 공부하러 왔던 동환은 넉넉지 못한 상황으로 학교에서 나온 뒤 북경의 식당에서 일하며 요리를 배우고 있던 차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회의감에 빠진 상태에서좋게 말하면 순진한(사실 눈치 없고대책 없이 행동부터 앞서지만 좀처럼 혼자 뭘 해 본적이 없는은영을 만나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물론 은영 역시 동환과 며칠간의 동행을 통해 뭔가를 깨닫는 것 같기고 하고.

 





     한 시간 여 되는그리 길지 않았던 영화다원작은 나도 몇 편인가 봤지만 내용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 웹툰이다영화 전체에 다양한 중국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이제는 조금 진부하게 느껴지는 먹방 콘셉트랄까물론 뭔가를 먹는다는 건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나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우리 삶엔 더 중요한 일들도 많지 않은가.


     뭔가를 먹으며 그 음식에 담긴혹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음미하며 자신의 삶까지 돌아본다는 모습을 보며이제 먹는 일이 마치 뭔가를 묵상하는 것처럼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근대 이후 세상은 신의 자리에 온갖 것들을 대신 세워두었는데이젠 음식도 그 중 끝자락쯤에는 올랐나 보다.

 





     영화는 요리를 즐기는데 무슨 격식이나 절차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을 대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준다이것 다음에 저것이라는 공식에 따라 음식을 먹는 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그런 것들로부터 조금은 벗어나 하나하나를 마음껏 음미하며 즐기는 것도 썩 괜찮은 일남들 모두가 사는 대로 가야만 잘 사는 건 아니다중요한 건 우리가 마주하는 일들로부터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이고그 의미라는 게 누군가를 괴롭히는 덜 떨어진 일이 아니라면 충분히 멋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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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도
채여준 감독, 오승훈 외 출연 / 미디어룩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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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봐도 20대인 듯한 배우들이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것까지야 이해할 만했다연기 경력이 그리 많지 않았던 배우들이 조금은 어색한 연기를 하는 것도 그러려니 했다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진행되면서 점점 규모를 키워가는 학교 내 폭력조직이 벌이는 한심한 조폭 코스프레는 좀처럼 견디기 힘들다.(약물에납치에집단폭행..;)


     가장 큰 문제는 개연성의 부족인데일단 고등학생들이 저렇게 일찍 끝나는지 모르겠다뭐 일찍 끝나는 학교도 있다고 치자하지만 학교 안에서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대규모 폭력사고가 일어나는데 교사나 관리원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하고(사실 이 정도면 교사가 아니라 경찰이 출동해야 할 일), 정작 바람만 잡던 깡패들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한 건주연인 채영 역을 맡은 정다은 배우 때문예쁘지만 시종일관 어딘가 뾰루퉁한 표정에연기도 살짝 어색하지만캐릭터 자체가 유쾌하다어려서부터 체육관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공수도를 배워서학교 내 일진 흉내를 내는 어떤 놈들과 일대일로 붙어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일부러 힘을 쓰지는 않지만나쁜 놈들이 나쁜 짓을 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개입해서 한 방 먹여주는 사이다 캐릭터다그래서 일단 채영이 나타나면 뭔가 시원하게 일을 처리하겠구나 싶은 안도감이 드는 수준.


     그런 채영의 주변을 받쳐주는 두 명의 남학생은 상대적으로 허약해 보이는 게 또 다른 포인트다일반적인 힘의 우열 관계를 뒤집는 신선함이 있달까이 셋이 살짝 삼각관계 비슷한 분위기도 자아내지만 감독은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고그냥 건전한 우정’(?)으로 급히 마무리한다.(좋은 결말이다)

 




     영화 전체에 걸쳐 폭력성이 두드러졌던 작품심지어 전개도 부자연스러운폭력을 위한 폭력이라는 느낌그냥 건강해 보이는 배우들이 유일한 관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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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왕가흔
베니 라우 감독, 우첸위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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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제작한 홍콩영화다우연히 만난 영화관 매표소 여직원에게 한눈에 반한 주인공 천인(황우남)이 유일한 단서인 왕가흔이라는 이름만을 들고 상대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이 과정에서 우연히 사연을 듣고 장난을 친 또 다른 왕가흔(우첸위)이 이 왕가흔 찾기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다젊은 남녀가 함께 어울려 같은 목적을 위해 어울리는 과정에서 정이 생기는데시종일관 나의 왕가흔만을 찾는 눈치 없는 천인은 그런 왕가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곳만 바라본다.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먼저 든 생각은 도저히 천인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것우연히 만난 예쁜 아가씨에게 혼자 반해서사랑 노래까지 만들어 부르며 몇 달이고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찾아다닌다는 게 아무리 낭만적으로 포장해도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 일이니까.(영화 말미 무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는 멘트가 나온다)


     뭐 사랑을 하게 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그리고 그 중에는 한 번 본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라는 이유도 들어가 있을 게다문제는 연애라는 게 일방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과(상대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시종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는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다는 부분.


     그런데 또 이게 90년 대 감성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겨우 삐삐 정도나 사용할 수 있었던 (그것도 매우 비싸게당시는 요새처럼 휴대전화로 편리하게 사람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약속 장소를 잡고 나가면상대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이와 연결해 영화는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강조한다영화 속 대사에도 몇 번 나왔듯이우리는 기다리는 사람을 미련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뭐든 즉각적으로 성과가 보여야 하고한두 번의 시도 후에는 금세 잊어버리고 마는물론 그렇게 하는 게 경제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그런 빠름이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빠른 자동차를 타고는 주변의 풍경을 볼 수 없는 것처럼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가고자 하는 동안 하나하나를 깊이 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의 온갖 소식들을 간단히 접할 수 있지만그만큼 우리의 감수성이 더 많은 영역과 사람들에게로 뻗어나가고 있지는 않으니까대개 그 많은 이야기들은 그저 우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날 뿐이다.


     때로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게 귀하다모두가 빨리 지나다니다가도 그 사람을 보면 자신이 어디에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면 참 안심이 되지 않을까물론 그래도 영화 속 천인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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