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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살판 - 놀이꾼 ㅣ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2
선자은 글, 이수진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흥하면 우리민족을 빼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 힘든 노동에 농악이 빠질 수 없고, 흥겨운 잔치에 풍물이 빠지지 않을만큼 우리 민족은 흥을 아는 민족이다. 표지의 풍물놀이를 보며 <잘하면 살판>이라는 표제와 더불어 흥이 나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름이와 다움이 할머니의 놀이꾼 얘기로 나도 몰랐던 놀이꿈들의 삶의 애환속으로 어느새 빠져들어간다. 어느새 나도 함께 놀이판의 일원이 된 듯 그렇게 신명이 난다.
"곰뱅이 텄다!"
앞으로 넘어 앞곤두, 뒤로 넘어 뒷 곤두, 번개처럼 날쌔게 번개곤두, 배배 꼬아 자반 뒤집기...., 마지막 열두 번째 재주는 화로살판.
재주꾼들이 사용하는 말을 처음 들으며 많이 낯설지만 뒤에 설명으로 아! 만일 재주꾼들의 놀이를 보게 된다면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마음 한 쪽이 흡족함을 담고 읽어나갔다.
누구보다 열심히 재주를 연습하는 땅쇠. 두고 온 아내와 아기를 생각하며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아내는 재주꾼들을 쫓아간 땅쇠를 동네 어귀로 나가 기다리고...
최대감의 생일날, 놀이판이 벌어진다. 얼마나 신명이 날까? 잔치날의 놀이판 흥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 하다. 땅쇠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앞곤두부터 뒷곤두, 번개처럼 번개곤두에 능청스러운 자반뒤집기까지... 마지막 하이라이트. 관객들의 모습처럼 손에 땀을 쥐고... 숨죽여 구경하는 모습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이윽고.... "잘하면 재주가 되고 못하면 메주가 되는 화로살판이렷다."
긴장감은 어느새 환호성으로 바뀌고.. 숨죽여 구경하던 가슴은 통쾌하다.
아내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타나 둘은 재회를 한다. 바로 그때, "불이야! 불" . 땅쇠의 집에 불이 난 것이다. 아기를 구하러 땅쇠는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간다.
"내가 누구요? 바로 살판쇠요! 잘하면 살판이고 못하면 죽을 판이지!"
땅쇠는 아기를 안고 재주를 넘는다. 아기를 구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정말 여태 본 적 없는 훌륭한 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땅쇠의 마지막 땅재주였다. 화상을 심하게 입어 다시는 재주를 넘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아이들은 땅쇠가 할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흥겨운 놀이판이 보고 싶다.
재주꾼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재주꾼들의 삶을 엿보았다. 신명나고 흥겨운 재주판에 묻혀있었던 할아버지의 아픈 과거를 통해 <잘하면 살판>이라고 하는 놀이판이 더 마음에 와 닿았고...또한 내가 알지 못했던 놀이꾼들의 용어나 인물들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언제 신명나는 놀이꾼들의 재주를 보고 싶다. 땅쇠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가 펼쳤을 열두 가지 땅재주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