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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최재천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2년의 <청춘 페스티벌>이라는 한 강연회 형식의 축제 때였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의도 플로팅 무대를 빌려 하루 반나절 동안 진행되는 강연회 및 행사가 마음에 들어서 거의 매년 참석하고 있었는데, 그 해에는 최재천 씨가 초청 연사 중 한 분으로 나왔던 것이다.

 

 ( 청춘페스티벌 홈페이지: http://bluespringfestival.com/ 참고 )

 

 

부족한 상식이 들키는 것 같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당시 나는 통섭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었다. 강연회의 주제도 직접적인 통섭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말이 있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던 것 같다. <청춘 페스티벌>이라는 기획 취지에 맞게 젊을 때 이것저것 경험하고 느끼라는 취지에서 ‘방황하라’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다양한 경험이라는 것이 결국 통섭적 삶을 사는데 필요한 전제가 아닌가 싶다.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르면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내는 것조차 힘들다. 좋은 경험이었건 나쁜 경험이었건 간에, 무언가를 느껴본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시각과 생각의 바구니는 이미 넓어진 것이다. 그러고보면 젊은 시절의 방황은 낭비가 아니라 탐구 과정인 셈. 어찌되었건 그 당시 과학자라는 명함으로 인문학적 강의를 한다는 점이 참 인상깊었다. 특히 화려하진 않지만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묵직한 아우라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첫 인상이 대단히 좋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통섭’에 대해 관심이 생기면서 최재천 씨의 저서들을 하나씩 탐독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쨘'하고 바로 통섭에 대한 관심이 생긴건 아니고, 여러 요인에 의해, 긴 시간의 생각 끝에 점점 끌리게 되었다. 나는 그 동안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억제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전문직 종사자들이 쉽게 빠지기 쉬운 오만인 것을 나도 안다. 무튼 여러 분야에 대한 지적호기심에 투자할 시간과 열정을 나의 분야라고 생각되는 한 분야에 집중하면 분명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기존에 하던 일을 쉬게 되었고, 요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공부를 해가면서 억제했던 지적호기심이 살아나고 있다고 해야하나... 이 분야, 저 분야 연관된 분야들을 하나씩 간을 보다보니 이것들을 통합할 수 있는 공통적인 가치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다른 포스팅에서도 종종 말했지만) 나는 새로운 가치는 천재들에 의해서 한 순간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 간의 비교과 재정립에 의해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들과 내가 처해있는 상황, 그리고 융합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나다보니 ‘통섭’이라는 가치에 저절로 끌리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손에 쥐게 된 것은, 통섭에 대한 저자의 '태도'를 배우고 싶어서였다. 이름이 걸린 스타일이라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제목. 게다가 스타일이라고 내세우기에는 그다지 특별함을 찾기 힘든 일상적인 내용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통해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받았다. 다시 말하지만 제목서 말하는 최재천씨의 스타일은 그의 지식과 주장에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식과 세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적생활인이라는 그의 별명은 부럽다. 일상에서 겪는 상황과 생각과 순간들 전부를 관점에 따라서 탐구하는 자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니까. 사실 통섭은 자신이 가진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에서 일관되게 느꼈던 것이 바로, 최재천 씨는 결코 자기 위주의 사고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물 연구라는 그의 연구분야로 인한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견지한다. 대상을 설득과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탐구의 대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참 부럽기도 하고 또 동시에 배우고 싶은 자세다.

 

이 책을 통한 수확 중에는, 내가 가졌던 생각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도 있다. (엄밀하게는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부족했음에도) 전문가라는 변명으로 안주하고 있었음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을 물리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통섭이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체계적인 세분화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전문분야에 대한 깊고 세분화 된 탐구가 전제될 때 비로소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의 통합이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너지 역시 더 클 것이고. T자형 인간에서 가로축과 세로축, 깊이와 넓이는 결국 상충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행동과 태도의 문제였던 것이다. 결국 나는 전문가가 될 것이고, 마음의 문도 열어둘 것이다.

 

때론 하나의 경험이 낚시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의도치 않은 하나의 경험이 수많은 다른 경험의 첫 실마리가 되는 경우를 수두룩하게 봐왔기 때문.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저자가 작은 주제를 설명함에 있어서 대부분 특정 저서를 먼저 제시하며 본인의 생각을 서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책 한 권을 읽고 났더니, 여러 추천 도서 목록을 받은 느낌이다. 이 책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데 하나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이클 폴란 <욕망의 식물학>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 <통섭 : 지식의 대통합>

레슬리 스티븐슨 <인간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

김영하 <보물선>

폴 에크만 <텔링 라이즈>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정진아 <스무 살, 모든 것을 걸어라>

김수종 <고마워라 인생아!>

데이비드 마호니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

안젤라 로이스턴 <미래를 여는 소비>

아트 마크먼 <스마트 싱킹> 

 

이상은 이 책에서 보았던 관심이 가는 저서들의 목록이다.

 

 

 

 

 

 

 파스칼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보면 상당히 놀라고 반가워한다. 왜냐하면 작가를 만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인간을 만나기 때문이다.” - p.11

 

 과학적 글쓰기와 시적인 글쓰기는 다를 게 없다. 시인의 마음과 과학자의 마음은 하나이다. 성공한 과학자가 되려면 시인 같은 문학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 p.22

 

 그동안 강산이 세 번씩이나 변했어도 우리 둘 사이에 절대로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때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졌더라도 끊임없이 대화하며 살아왔다는 점. 우리들의 대화는 거의 언제나 상반된 시각에서 출발한다 ...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대화를 그쳐본 적은 없다. 어쩌면 둘이 많이 다르기에 서로 자극이 되는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적절한 자극을 주며 열띤 논쟁을 벌이고 나면 언제나 함께 같은 언덕에 올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 p.36

 

 모르는 게 약인 시절은 지났다. 당연히 아는 것이 힘이다. 그리고 알아야 사랑도 할 수 있다. - p.42

 

 나는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마치 좌우명처럼 여기저기 떠들며 산다. 미국 유학 시절 대학원생들이 모여 사는 학교 기숙촌 뜰에서 각 나라의 아이들이 함께 뛰노는 걸 지켜본 적이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온종일 함께 노는 걸 보면서, 그들은 장애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 생각났다. 얻기는 쉬우나 버리기는 어려운 것이 편견이다. - p.48

 

 나는 우리 인간이 참 똑똑한 동물임에는 틀림없으나 결코 현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지구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생물 집단은 식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 이 세상 모든 동물의 무게를 합쳐도 현화식물에게는 새 발의 피다. 그렇다면 숫자로 가장 성공한 생물 집단은? 두말할 나위없이 곤충이다. 이 두 생물 집단의 성공비결은 ‘너 죽고 나 살자’식의 방법이 아니다. 꽃가루받이를 통해 서로 손을 잡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공생이 경쟁을 이기는 가장 현명한 길이라는 걸 우리는 이제 다 안다. - p.55

 

 자연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늘 벌어지는 이야기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조상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현대인들은 마치 자연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간다. 생태계는 늘 저만큼 멀리 떨어져있고, 우리는 좋은 것을 다 빼먹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 64

 

 지구 역사를 팔을 벌린 길이라고 가정하면, 사람의 역사는 손톱을 갈면 손톱 끝에서 떨어져 나오는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역사 속의 우리 존재를 알고 나면 스스로 겸허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 p.68

 

 우리 사회는 방식이 어떻든 일단 움켜쥐는 데까지는 문제삼지 않는다. 그렇게 거머쥔 자더라 뒤늦게 남과 나누라고 조를 뿐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나눠 가지면 안 되는 건가? 그러다 얼마 전 지금은 대학생인 아들의 에세이를 보다가 놀랐다. 본인이 나고 자라면서 가진 게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덜 가지는 편을 택해왔다는 아이의 자기 고백.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 세대의 아이들이 공생이나 소통, 공감에 우리보다 훨씬 탁월한 감이 있다. - p.74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과 필연의 열매들이다 - 데모크리투스” 우연과 필연! 이 세상을 설명하는 데 이 두 마디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나는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 이 책을 1944년에 출간된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1976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로 이어지는 생물철학의 전통의 맥을 살려낸 책으로 평가한다. - p.79

 

 나는 그가 객관성이라는 구더기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무척 고마웠다. 침팬지와 하나가 되는 그 나름의 과학 덕분에 우리는 ‘인간만이 개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어느 종교의 가르침이 이보다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제인 구달은 인간이 고도로 발달한 지성을 특권으로 누리는 만큼, 우리가 생각 없는 행동으로 존속에 위협을 가하는 다른 모든 생명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 p.83

 

 조지아 오키프의 꽃 그림처럼 야한 그림이 있을까? 그 노골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의 은밀함에 똑바로 쳐다보기 민망할 지경이다. 하지만 과학을 떠나 오키프의 감성만 보더라도 꽃이란 꽃이란 다름 아닌 식물의 성기다. 사실 동물 중에 섹스를 숨어서 하는 건 우리 인간밖에 없지만, 식물은 어쩌다 대낮에 자신의 성기를 온 세상에 활짝 펼쳐 보이며 사는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 움직여 사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들은 그 은밀한 곳을 풀어헤치고 ‘날아다니는 음경’을 부른다. - p.110

 

 귀한 자식일수록 멀리 보내라 했던가. 부모 곁은 결코 좋은 자리가 못 된다. 부모 발밑에 떨어진 씨앗은 부모 그늘에 가려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부모 역시 자식이 바로 코밑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경쟁해야 한다. 이 무슨 애꿎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래서 식물은 자식을 떠나보내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개발했다. - p.112

 

 자연계에는 우리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많은 맹수들이 있지만, 실제로 그들 간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상대를 죽이기까지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맹수 대부분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무서운 소리를 지르는 것은 치명적인 싸움을 피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 p.132

 

 개미는 인간 외에 노예를 부리는 유일한 동물이다 ... 노예개미들은 원수의 나라가 자기 나라인 줄로 알고 평생 충성을 다한다. 우리 인간이 대단히 시각적인 동물임과는 달리, 개미를 비롯한 지구의 수많은 동물들은 대부분 후각에 의존하여 산다. 그래서 화학적으로 세뇌를 당하고 나면 아무리 겉모습이 달라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시각에 넋을 빼앗기듯 말이다. 관점이 다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 p.159

 

 사람들은 신, 생명, 우주의 근원이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은 물론 자연의 모든 일은 다 상대적이다. - p.160

 

 “선의의 투자라고요? 그런 이가 어디있습니까? 오직 정보에 어두운 투자자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 p.173

 

 사회생물학의 개념을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청바지의 유행’이나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 결정’ 등을 진화론적 또는 사회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본성이라는 유전자형과 행동이라는 표현형 간에는 엄연한 간격이 있다는 것은, 몇 주만 수업을 들은 학생도 안다. - p.178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거짓말은 하지 않은 거짓말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기란 확실하게 불가능하다. ‘화가와 시인은 거짓말을 허가 받았다.’라는 스코틀랜드 속담이 있지만, 나는 오히려 ‘거짓말이 없다면 인류는 절망과 권태로 멸종할 것.’이라 했던 아나톨 프랑스의 예언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아이가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며 걱정하는 부모에게 오히려 기뻐하라고 말하는 심리학자가 있다. 어린 나이에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능이 뛰어나다는 말이란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일단 상황 파악이 끝났음은 물론, 그런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시도인 만큼의 상당한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나온 가설이 바로 유명한 사회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즈의 ‘자기기만 이론’이다. 우리는 남을 속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 p.192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지식인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 p.196

 

 “학문이란 한마디로 비교하는 것이란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선비이자 국악학자 이혜구 선생님, 그 어른께서 언젠가 막 학문의 길에 들어선 손녀 따님에게 해주시던 말씀을 운 좋게 귀동냥한 말이다. - p.208

 

 경영학의 세계적 대가 피터 드러커는 ‘21세는 지식의 시대가 될 것이며, 지식의 시대에서는 배움의 끝은 없다’라 했다.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우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시대에 가장 훌륭하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어떤 새로운 지식이라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고 어떤 분야의 지식이든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는 융통성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 p.231

 

 나는 대학생들에게 종종 “방황하라!”고 주문한다. “방탕하라!”고는 하지 않는다. 방황은 젊음의 특권이다. 이 담에 가족을 부양하면서 방황하면 그것은 죄악이다. - p.241

 

 2006년 3월 16일자 특집기사에서 시사평론지 <Time>은 우리 시대를 인류 역사상 가장 대단한 창의와 혁신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 이유는 혁신의 주체가 소수에서 다수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제는 누구라도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스마트 함이란, “내가 우리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라”는 전제를 지키는 선에서의 창의력이다. 조직 사회의 스마트 싱킹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이제 조직의 성공은 성원들이 자유롭게 스마트 싱킹을 하고 그 결과들을 거리낌 없이 공유할 수 있도록 얼마나 유연한 소통과 통섭의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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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숨이 차오를만큼 열심히 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지지 않는 다는 말.

 

반드시 누구에게 이기고 싶은 마음, 혹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기는 삶을 살기위한 스스로의 채찍질을 위해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받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지지 않았다라는 말은 아직은 괜찮다라는 말과 동의어였으니까.

 

책에서 말하는 지지 않음의 핵심은 자신의 현재 모습과 생각, 그리고 꿈꾸는 미래와 그에 대한 염원 등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것이다. , 본인의 내면에 충실할 수 있고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바로 핵심이라 하겠다.

 

김연수 작가는 이처럼 경쟁에서도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로 달리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 달리기라는 소재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엮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달리기는 달리는 만큼의 고통과 보람이 몸으로 체득된다. 바꾸어 말하면 본인의 내면의 메시지와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한 목적 설정을 순위다툼이 아닌 자기 페이스 유지와 완주로 설정하게 되는 순간 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달리는 시간, 즉 계절의 변화와 달리는 시간대 차이와 같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직접적으로 느낌으로 해서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 말한다. 작가에게 달리기, 그리고 마라톤은 마치 그의 인생이다.

 

중학생 시절의 은사께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시곤 했다. “사람에게는 그 순간에 어울리는 일이 있다. 그 일들은 때론 그 순간에만 할 수 있고, 또 그 순간에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놓치게 되면 다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자기의 것으로 온전히 살아낸다는 것은, 그 시기에 맞는 적합한 일을 놓치지 않고 해내는 것이다.” 라고. 어쩐지 이 책의 내용과 은사의 말씀이 겹친다. 그리고 삶을 충분히 이해하게 하고, 그렇게 살게끔 유도하는 작가의 달리기라는 훌륭한 도구가 내심 부러워진다.

 

본문에서는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글라써의 긍정적 중독이라는 말을 빌려, ‘달리기와 같은 자신만의 훌륭한 삶의 취미를 선택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중독의 대상의 요건인 1) 자발적으로 매일 1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경쟁적이지 않은일 2)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숙달을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 3) 혼자서든 여럿이든 상관없지만, 혼자하더라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일 4) 행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일 5) 스스로만이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일 6) 스스로 비판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일. 이렇게 6가지를 만족한다면 자기만의 훌륭한 취미이자 삶을 충실히 살게 하는 척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내게도 이런 삶의 척도가 되어준 취미는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있다. ‘독서자전거 라이딩’. 하지만 독서는 정신적인 노력을 요할 때도 있고, 또 작가에게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외하게 된다. 그러면 남은 것은 한 가지. 자전거 타기. 그렇다. 비교적 잦은 횟수로 나는 자전거를 탄다. 저녁을 먹고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나, 혹은 소화가 안 된다거나, 또는 몸이 찌뿌둥 하다거나, 이유가 어찌되었건 가까운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주말에도 여의도나 비교적 먼 코스로 자전거를 자주 타고 나가는 편이다. 보여지는 이유란 만들어 합리화하기 나름이니까, 정말 내가 자전거를 타는 진짜 이유 하나만을 꼽으라면 타는 동안은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지나는 공기, 풍경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도 큰 몫을 한다.

 

작가가 달리기에 대해서 예찬했던 것처럼, 나도 자전거 라이딩을 예찬해볼까? 자전거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불확실성이다. 어디로, 어느 속도로, 어떤 길을 달리느냐에 따라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바로 안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기 전과 타는 동안에는 나의 몸 상태에 대해서 민감할 수밖에 없고, 항상 전후방을 예의 주시하게 될 뿐만 아니라 좌우의 사람이나 차량의 움직임에도 집중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모든 자전거를 타는 것에 변수가 될 수 있을 만한 것에는 집중하게 된다. 날씨, 햇볕, 바람 등등도 포함된다. 그렇게 그 순간마다 판단을 내리고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여 대처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가가 달리기를 인생에 비유한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삶은 확실한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젊고, 그래서 살아가야 할, 살아내야 할 내 인생은 펼쳐져 있으니까. 인생은 누군가와의 레이스가 아니라 나의 몫이라는 것을 잘 아니까. 결국 이기고 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의 문제이니까. 걱정할 것은 없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선택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타인의 삶과 상황은 인정하고, 새로운 것은 믿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내 몫으로 받아들일 마음가짐만 되어있다면 행복해 질 수 있을테니까.

 

 

 

 

 

 

◆◆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몇십 년을 더 살게 된다면 아마도 늙은이가 될 것이다. 이게 별일 아닌 것 같은데, 가끔씩은 좀 놀랍기도 하다. 그 몇십 년이라는 게 지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쏜살같이 사라진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삶을 살아 보자고 매 순간 다짐하는데도 그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 p.16

 

세상이란 초등학생들의 기대처럼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자란다는 건 내일의 세계가 오늘의 세계보다 더 나아진다는 걸 믿는 일일 텐데, 세상이 이 모양이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라기가 좀 힘들어진다. - p.17

 

다시 말해서 희로애락의 고통을 피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길이 지복의 삶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건 복에 머무는 삶이 아니라 감각이 잠든 삶이리라... 다만 나는 고통이나 기쁨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후 6시의 달리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우선 두려움과 고통은 다르다는 점이다. - p.19

 

◆◆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고통과 경험이 혼재하는 가운데, 거기 끝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자발적으로 고통이 아니라 경험을 선택할 때, 그렇게 매일 그 일을 반복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삶을 만끽하려는 이 넉넉한 활수의 상태가 생기는 것이라고. 어쨌든 아직까지 그 이유는 모든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가능하리라.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떄는 반드시 그렇다. - p.27

 

◆◆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

유행가를 나는 좋아한다. 영원과는 거리가 먼, 곧 잊힐 노래라서. 그럼에도 바로 그 이유로 영원히 기억에 남으므로. 유행가의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그게 바로 평생 최고의 노래만 듣는 방법이다...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 p.31

 

◆◆ 막 청춘의 절정이 지나갔다

아마도 그 여름의 절정이 지나갔다면, 그날 낮에, 우리가 낮잠을 잘 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간 게 틀림없었다...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p.37

 

◆◆ 하늘을 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

살아오면서 나도 이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열 번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이 삶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일을 배워야만 한다. 내 인생이 저마다 다른 나날들로 이뤄진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p.40

 

순간 달라지는 세계에서는 우리 역시 변할 떄 가장 건강하다. 단단할 때가 아니라 여릴 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볼 때마다 내가 여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여리다는 건 과거나 미래의 날씨 속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는 매 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고 싶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 p.42

 

◆◆ 그저 말할 수만 있다면,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외로운 밤들을 여러 번 보낸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하물며 누군가의 인생이 정의로운지 비겁한지. 성공인지 실패인지 말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다. - p.45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고 내가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관계는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 사이를 유지하는 건 막힘이 없는 소통이 아니라 그저 행위들, 말하는 행위, 그리고 듣는 행위들일지도 모른다. - p.49

 

◆◆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는 이 여름의 전부

휴식이란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잠시 시간을 내서 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나를 둘러싼 반경 10미터 정도, 이게 바로 내가사는 세계의 전부구나.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몇 명, 혹은 좋아하는 물건들 몇개. 물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계가 그렇게 넓을 이유도, 또 할 일이 많을 까닭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 p.55

 

◆◆ 도시에 공급하는 고독의 가격을 낮춰 주기를

혼자서 별을 바라본다는 건 단순히 별을 관찰하는 일과는 다르다. 그건 고독을 인정하는 일, 혹은 어둠을 직시하는 일이다. 밝은 신도시의 밤에는 내가 고독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제 고독은 부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이 됐다. - p.64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고독은 뭐랄까.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데 이 우주는 영원히 반짝일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걸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이런 감정을 절대로 느끼지 못한다. 도시에서는 금방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저렴한 연민은 나를 자만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나마저도 그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리라. 이 모든게 환한 밤 때문이다. - p.65

 

◆◆ 2009년 하늘의 목록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했다.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었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 p.73

 

자연이라는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때로 그건 너무 잔인하다. 어떤 일을 두고 누군가 "자연스러운 일이지"라고 말한다면, 그게 잔인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p.75

 

◆◆ 누구나 이미 절반은 러너인 셈

인생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가?"로 집약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 p.83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가 어렵듯 매일 달리기를 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매일 후달리지 않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억지로 달리는 일을 안 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 p.85

 

◆◆ 사람이 너무 좋은게 콤플렉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젊었을 떄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유는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기 때문에. 20대가 사는 세상은 지속 시간이 짧으니 삶에는 인과보다는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60대가 사는 세계는 벌써 70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다. 시간이 그 정도 지속되면 결과를 통해서 원인을 따져 볼 수 있다. - p.89

 

◆◆ 준비성 없는 여행자들을 위한 마법의 주문

여행자란 어떤 사람인가? 일어난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넘겨짚고, 현지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여기는 사람이다. 우린 애당초 그렇게 생겨먹었다. 내게 여행이란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이 태도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 p.120

 

◆◆ 롤러블레이드 할아버지, 에스프레소 할머니

어쨌든 시간만 지나면 누구나 늘어나는 나이가 아니라 그가 한 행동들로 그 사람을 구별짓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남들보다 몇 년 더 살았다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 p.128

 

◆◆ 로자는 지금 노란 까치밥나무 아래에

달리기에서 스트레스란 실제적인 적이다. 실제적인 것이니까 나타 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 달릴 일을 생각해서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게 될 떄 받는 스트레스는 원래 없는 스트레스다. - p.149

 

행복과 기쁨은 이 순간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과 기쁨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겨울에 눈이 내린다면, 그날은 행운의 날이다. - p.151

 

◆◆ 평일 오후 4시의 탁구 시합

인생은 왜 이다지도 긴 것일까? 그 이유는 긴 인생의 눈으로 조망할 때에만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을 선용하는 기술은 바로 거기에, 지금 이 순간 할일을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으니까.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하고 지나가는 게 좋겠다. 나중에는 또 그때 할 일이 있을 테니까. - p.169

 

◆◆ 기회야, 인생아, 머리 길러도 괜찮아

기회의 뒤통수에는 머리카락이 없어 지나가고 나면 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기회의 친한 친구가 바로 인생이다. 인생의 뒤통수에도 머리카락은 없을 듯. 대신 그 뒤통수에는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씌어져 있을 것 같다. 멀리서 돌아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큰 글자로. - p.198

 

◆◆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청춘의 시간이 꼭 그렇게 흘러간다. 열심히 뭔가에 빠진다. 그 다음에는 갑자기 다 부질없어 보인다. 20대에는 제대로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모든 게 갑자기 부질없어 보이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20대에는 결과는 없고 원인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고 생각하고, 그제서야 제대로 산다고 본다. 우리가 자꾸 결과를 원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20대란 씨 뿌리는 시기이지 거두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20대에 우리가 원할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원인뿐이니까. - p.205

 

20대가 지난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가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해야만 할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 p.207

 

◆◆ 여름의 첫 번째 숨결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그건 다 뻥이다. 아마도 어른들은 자란다는 것은 질서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217

 

성격과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에게서 아주 많이는 말고, 조금만 다르게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우는 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나를 완전히 바꾸는 일에는 능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는 일은 늘 환영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와 비슷한 인류를 늘 사랑했다. - p.218

 

◆◆ 호수가 얼어 붙은 날의 문장들

운동화는 놀라운 일들을 한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낙엽과 새순, 하얀 눈과 검은 비, 뜨거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땀과 눈물 등 서로 대조적인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들 수 있다. , 달리기란, 우리가 평생하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드는 일. - p.227

 

◆◆ 오래 달리거나 깊이 잠들거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 일들이 그때부터내 주위에서 많이 일어났다. 열심히 운동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 게 정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굉장히 많다. 또 착한 사람들보다 나쁜 사람들, 모두들 싫어하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 더 오래, 그리고 잘 산다. 굳이 말하자면 그런 식의 일이었다. 인생은 가끔씩 그렇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불합리의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 p.253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절망과 좌절, 두려움과 공포가 거기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거기에는 오직 길과 바람과 햇살과, 그리고 심장과 근육과 호흡뿐이다. - p.254

 

◆◆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일에 중독되다

긍정적 중독이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를 뜻한다고 말했다. 행복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며 세계가 혁명적으로 바뀐다는 것도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 p.262

 

◆◆ 몸으로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사람이 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색을 통해, 명상을 통해, 혹은 대화를 통해.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경험한다는 얘기다. 경험한다는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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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야? 머니야!는 어떻게 1억을 벌었을까? - 블로그 입문부터 월 1천만 원 수익의 프로블로거가 되기까지
조헌탁 지음 / 길벗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 생각의 가장 주된 내용들은 내가 블로그는 하는 이유와 동기, 그리고 앞으로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다.

 

아마 첫 글이었나, 두 번째 글이었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블로그를 하는 동기는 언급했었던 것 같다.

'보다 다이나믹한 생활을 만들기 위해서' 라고. 사실 순수한 그 동기에서라면 하나씩 잘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블로그를 하면 할 수록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소통'에 대한 목마름.

 

어릴 때부터 직업이든, 행동이든 내 판단과 결정에 있어 꿈이나 목표가 되는 기준에는,

항상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이라는 조건이 들어가곤 했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쁜 사람은 아니라서, 내 행동들이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목표를 세워왔다.

 

블로그 역시 누군가에게 어떤식으로든 내가 좋은 영향력을 주고, 그런 것들을 통해 나 역시 보다 만족스러워지는,

쌍방향의 소통에 대한 욕심이 자꾸 커지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래도 블로그 관련해서는 지식이 있는 형님이 내게 이 책을 추천해주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블로그를 운영할지, 그리고 효과적인 블로깅 기법이라던지 현실적인 팁을 얻을 수 있을거라며.

혹시 모르지 않은가. 이 책에 파워블로거가 되는 법이 담겨있을지도.

 

'머니야 머니야는 어떻게 1억을 벌었을까?' 라는 이 책은 사실 블로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즉 프로블로거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프로블로거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파워블로거라던지 일반블로거들을 통틀어 블로그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다 더 효율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그런 팁들을 포함하고 있다.

 

내게 와닿았던 팁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 블로그의 컨셉을 확실히 할 것 : 파워블로그/프로블로그/일반블로그

- 블로그에 글만 올린다고 블로그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볼 수 있도록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 둘 것

- 포스팅과 포스팅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컨셉을 유지할 것

- 키워드 선별법에 대한 팁

- 이웃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팁

- 그리고 수익 추구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 : 깨끗한 수익추구

 

물론 이 것들이 와닿았다고 하더라도 바로바로 실행하기는 힘들고, 하나씩 시간이 날 때마다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지금의 이 블로그는 8:2 정도로 파워블로그와 프로블로그의 비중을 둘까 싶다.


욕심을 낸 목표라 파워블로그도, 프로블로그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글 하나하나 정성들여 쓰면서 나의 공간을 꾸미고 채워나가고 싶은 욕심은 있다. 물론 파워블로그가 되려면 소수의 컨텐츠에 집중해서 전문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일단은 블로그 시작한 동기를 퇴색시키지 않으려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게 좋을 것도 같고. 그나마 메인 컨텐츠를 정한다면 아마 도서 컨텐츠와 경제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만약 이 블로그에서 수익이 나는 부분이 생긴다면, 그 것 역시 도서 부분과 경제관련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수익보다는 진솔한 소통이 보다 내게 높은 가치를 주는 것이므로, 수익을 위한 포스팅을 하는 구조가 아닌 좋은 포스팅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책에서 참고한 내용으로는 알라딘 TTB 등을 이용해서 적은 금액이지만 도서 리뷰와 관련된 수익 창출법이 있다고 하니 시작해볼까 한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내게 도움이 될 것이고, 그것이 보다 체계화가 된다고 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과도 연결될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정 안되면 이 부분 관련해서는 별도의 블로그를 따로 개설해서 빠르게 겪어 보고도 싶고.


 



키워드와 포스팅 구조를 고려하는 것에 있어서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인터넷 생태계를 이해하고, 글의 속성을 분명히 하고, 보는 사람의 심리까지 고려해야하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체득해야만 할 스킬인 것 같다. 목표 1순위는 소통이니까!!

 

이웃분들도 착실히 관리해서 방문하고 본 글에 보다 정성들여 댓글을 남기고, 또 나부터 다가가는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정보를 주는 것도, 수익을 벌어다주는 것도, 모두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겐 소통하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도 함께 얻는 것. 그를 통해서 나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의 생각들을 잃지말고, 보다 현실적인 팁들을 잘 이용해보아야 겠다.

 

 


 

  

 상단과 하단의 해당 사진을 클릭하시면 다른 리뷰와 함께 바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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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 예찬 - 고요함의 멋과 싱거움의 맛, '담백한' 중국 문화와 사상의 매혹 산책자 에쎄 시리즈 5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최애리 옮김 / 산책자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굉장히 덤덤하지만, 사려깊은 한 친구가 책 한 권을 추천했었다. 무미예찬. 제목이 뭐 이렇지 하고 생각했지만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좀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꼭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에 한정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은 추천하는 사람의 수준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 사람의 생각들과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까지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에. 결과적으로는 이 책을 추천해 준 친구를 더 잘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책이 말하는 내용과 그 친구의 모습은 많이 닮았다.

 

무튼 이 무미예찬이라는 책은 서양에서 권위있는 중국(동양)연구학자가 쓴 글이다. 그가 말하는 이 책의 동기는 중국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을 알면 보다 자신과 서양의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그가 중국과 동양의 문화를 연구하다가 아마 푹 빠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냈다. 무미예찬이라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어쩌면 동양인인 우리의 입장, 게다가 중국과 영향을 많이 주고받은 우리라면 이 책은 쓴 사람보다 더 쉽게 읽혀질 수도 있다. 16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다면 짧은 책이지만, 철학 책 특유의 어떤 말의 딱딱함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뿐 내용 자체는 이해하기가 나름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본격적인 이 책의 리뷰를 적기 전에 문득 떠올랐던 단상들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무미함의 가치를 통해 이 단상들을 다시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짧은 생각 첫 번째.

에너지드링크가 한 때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유행하는 것 같고. 하긴 2011년인지 2012년인지 뉴질랜드에 나갔을 때도 콜라를 팔지 않는 곳은 있어도 에너지드링크를 팔지 않는 곳은 없더라.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전 세계 유행에는 절대 뒤쳐지기 싫어하는 우리 대한민국인만큼,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20대를 주타겟으로 에너지드링크가 광풍을 일으키며 시장이 급 성장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긴 학기 중에는 수업일정으로, 방학 중에는 취업준비와 스펙을 쌓느라, 그리고 휴학 중에는 고시공부나 어학연수를, 운이 나빠서 경제적 여건이 부족하기라도 하면 그 시기의 과업들과 더불어 알바까지 병행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몸이 열두개라도 남아나질 않을 우리나라 20대들이니 에너지드링크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데 작년 재미있는 신문 기사를 봤다.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에너지드링크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한데 이어 시장의 축소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주 요인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너도나도 마셔대던 에너지드링크 대신에 생수를 먹는 분위기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란다.

  

 

짧은 생각 두 번째.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꼬꼬마 시절의 우리나라는 '시험점수 높은 놈이 아무래도 모든 분야에 대해서 지식도 많고, 똑똑한 놈이면 당연히 행동도 빠릿빠릿 잘 할거야' 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적 오류가 전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시기였다. 대학입시 점수가 그 사람의 상품등급표가 되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회. 

 

그러다가 두루두루 잘하기를 원하며 뽑았던 인재들이 둥글둥글 뭐든 그럭저럭만 해내는 수준의 인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한 분야라도 잘하면 된다는 식의 전문화, 특화 바람이 불면서 공부 중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 한가지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취지를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게 딱 내가 교육받던 시기의 분위기인데, 정작 사회에서는 판단기준을 전문성을 따지지 않고 여전히 성적만으로 판단하고 있었기에 얼마나 사회적으로 이런 인재들이 도움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고, 또 설사 그런 인재들을 적극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하나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멍텅구리가 되어서 (적어도 우리나라 기업문화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 낭중지추로 튀어나온 부분은 사회생활을 통해 깎이고 깎여 결국은 예전의 둥글둥글 뭐든 그럭저럭 해내는 사람과 똑같은 모양이 되어버렸다. 그런 교육 분위기마저 얼마 지속되지 않고 금방 바뀌어버렸으니 말 다했지. 실패였다.

 

그러다가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을 위시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는 한 명의 창의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몇 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사회가 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고 구현해낼 수 있는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을 훌륭한 인재라 여기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창의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대한 지식과 동시에 자신의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T자형 인재가 되어야한다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뭐가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하고, 잘 아는데 우리나라의 창의력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다른 나라, 다른 기업이 만들어놓은 시장을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따라가는 것에는 강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줄은 모르는 나라. 부지런히 일하지만 조립하고 하청하는 일이 대부분인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이다. 우리도 창의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짧은 생각 세 번째.

흐리멍텅 둔하게 생겨먹은 얼굴. 길 지나가면 10분에 한번씩은 비슷한 얼굴을 마주할 것 같은 평범한 인상. 수더분한 패션감각에 멋쩍은 웃음. 하지만 나이드신 어른분들은 꼭 그런 사람에게 하는 극찬이 있다. "그 사람, 알고보면 진국이야!" 나이가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매력과 가치들이,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부터는 보이기 시작하는 것일까? 가끔은 평범하지만 매력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짧은 생각 네 번째.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군대는 뭔가 멋진 추억들로 미화가 되어있는 시간들이지만, 다시 가기는 절대 싫은 그런 곳이다. 군대가 짜증나는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경험해 본 바로는 융통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나를 힘들게 했었다. 물론 신속한 대처와 작전수행은 엄격한 규율과 규칙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융통성이 고려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힘이 안드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지 유두리 있고 유머러스한 고참이 인기가 많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상사든 부하든 같이 일하기 싫은 것은 물론이고, 사적인 관계이더라도 그닥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의견과 생각은 분명하더라도 근거와 논리가 있는 생각과 주장이라면 언제든 받아들이고 다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오픈 마인드의 사람들이 좋다.

 

 

다시 돌아와서 리뷰를 써나가볼까. 

 

문두에서 이 책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당신이 만약 동양인이라면 이해하기가 쉬울것이라 한 것은, 우리에게는 전통적인 철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늙어서는 동쪽의 군자의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던, 바로 그 군자의 나라 백성인 우리는 아마도 자연스럽게 체득이 된 철학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추측컨데 그 것은 유교와 불교와 도교의 성격을 모두 가진 우리의 고유 철학인 풍류도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어찌되었던 이 책의 요지인 무미의 가치. 그러니까 무無맛인 것이 맛있음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구별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주변 곳곳에서 "아, 이 물 맛 좋다." 라는 소리를 듣고 살고 있으니까. 늘 보이는 확신한 증거대로 구분짓고 정의하는 문화에 익숙한, 그래서 큰 개념은 작은 개념으로 세분화하는 서구인의 입장에서는, 작은 것을 포괄하는 보다 큰 개념을 추구하는 이 문화가 얼마나 낯설고 충격적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무미함이란 담淡과 같은 의미이다. 이 담이라는 문자의 뜻을 찾아보면, 맑다. 엷다. 싱겁다. 담백하다. 어렴풋하다... 뭐 대체적으로 이런 뜻인데,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과 동양의 철학과 생활(색, 맛, 성격, 그림, 음악)에는 모두 공통적인 무미의 가치가 존재한다. 그림으로 치면 여백의 미, 음악으로 치면 음과 음 사이의 여음, 맛으로 치면 담백함 그런 것.

 

이 것들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우리는 단순히 이성으로 대표되는 시각적 가치(눈)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설마 보이지 않는 것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상상하고 채워넣고 탐구하는, 즉 자신의 영역대로 해석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을 비평하는 최신 방법에 '대치주의'라는 것(쉽게 말해서 텍스트의 가치는 작가의 의도 반, 독자의 해석 반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여백을 통해서 모든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과정 자체를 하나의 새로운 가치로 여긴 조상들은 참 똑똑하다 할 수 있겠다.

 

철학적인 담론을 계속 이어나가면 얉은 내 지식이 금방 탄로날 것 같은 마음에 구체적인 내용은 각설하고, 짧은 생각들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얻은 관점으로 이야기 하는 것으로 대신해볼까 한다. 먼저 첫 번째 에너지드링크 감소 현상. 사실 물리적으로 피로감을 없애주는 것, 그래서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드링크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에너지드링크에서 생수로 유턴하는 소비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건강을 생각해서도 크겠지만, 금방 질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담백함과 무미를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 속에서 질리지 않고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것으로 회귀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두 번째, 창의력 부족현상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안타깝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중국이 지재권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복제나 이용을 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가장 창의적인 국가가 우리나라나 중국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무미의 핵심은 없는 것이 아닌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을 규정지어 사고의 확장을 하지못하게 막아버리는 서구의 문화에 오히려 우리가 더 과도하게 익숙해진 것이 창의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요즘 '융합'의 의미를 묻는 광고가 많이 나오곤 하는데, 사실 이 융합이야말로 창의적이 되는 출발점이다. 즉 기존의 것에서 상상력을 조금만 부여해서 가치를 더하면 새로움이 되는 것이지, 완전한 새로움을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 무조건 정답을 정해두고 다른 생각들을 묵살하는 분위기를 버리고, 틀린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이라는 것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자가 그랬다고 하지 않았나, 군자의 핵심은 조화와 균형이라고. 그러한 조화와 균형은 다양성의 인정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그런 열린 마음을 포괄하는 '중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중용이라는게 '적당히'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하는데, 사실 어느쪽에도 치우침 없이 적당한 정도를 찾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공자가 추구한 중용이라는 것은, 어느 것에도 치우침 없이 왔다리 갔다리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태도를 말한 것이 아닐까?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항상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치우치지 않게 끊임없이 정진하는 태도야 말로 유교가 말하는 것이니까. 그런 열린 마음과 유연한 사고, 태도를 가지고 사는 이의 궤적은 결국 하나의 진국을 만든다. 그만큼 아우라 같은 것이 풍겨져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다혈질 기질이 다분한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 지나치게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고, 그게 잘난 것인 줄 알고 살아온 시간이 꽤 되었으니까. 다행히 긴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연습은 꽤 해오고 있는 편이긴 한데, 마음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철학적인 내용이라 쓰는 리뷰도 좀 어렵긴 하지만, 아주 두꺼워서 못 읽을 책은 아니니 우리의 가치를 발견하고 싶으신 분들은 읽으셔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본인이 독선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어떤 특유의 이분법적 사고를 즐겨하시는 분에게도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입에서 나가면 도는 싱겁고 맛이 없어진다 - 노자

선인의 도는 싱겁지만 싫증이 나지 않는다 - 중용

 

무미라는 것은 매우 간편한 모티프이다. (중략) 그것은 단지, 우리 판단력 가운데서, 또 다른 길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없어 보였던 것이 보다시피 가장 풍요로운 다양성을, 가장 원대한 전개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미는 결코 완결되지 않으며, 항상 열려 있다. (중략) 무미함이란 은미하면서도 아주 구체적인 것이다. - p.12, 20, 21

 

화가는 평생동안 거의 같은 풍경만을 그렸다. 하지만 그것도 딱히 그런 모티프에 애착을 느껴서라기보다는 그 모든 모티프들에 대한, 모든 가능한 동기화들에 대한, 내적인 초연함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중략) 아무런 구속없는 세상, 끝없는 만남과 즐거움에 맡겨진 세상에서 살았다. 그가 그린 풍경의 무미함은 그러므로 단순히 심미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지혜의 표현이니, 무미한 삶이야말로 그의 이상이었던 것이다. - p.25, 28

 

모든 맛은 구미를 당기는 동시에 기만적이다. 그것은 지나는 이의 걸음을 "멈춰 세우고" 그를 "유혹" 하지만 채워주지는 못한다. 그것은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자극에 불과하며, 마치 악기에서 울려나는 음률과도 같이 들리는 동시에 사라져버린다. 이런 피상적 자극들과는 반대로, 우리는 이제 "다함이 없는"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을 권유받는다. 결코 구체적인 발현으로 한정되지 않고 감각에 의해 완전히 파악되지도 않으며, 모든 특정한 현실화를 넘어 풍요로운 잠재성으로 남는다. - p.31

 

사물들 가운데서 체험되는 무미함에 대응하는 것이 내적인 초탈함의 기량이다. 중국어로는 담淡 이라는 동일한 단어가 주체와 객체의 구별 없이 그 두 가지를 모두 가리킨다는 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p.33

 

가령, 예수가 제자들에게 이렇게 이르던 것을 상기해보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겠느냐?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밖에 던져져 사람들의 발에 밟힐 따름이다(마테복음 5장 13절)" 신성한 양념으로서의 소금은 차별 또는 선명한 대립의 기호이다. '언약의 소금'이라든가 '소금의 언약'이라는 말도 그 썩지 않는다는 고귀한 성질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그러나 담淡의 세계에서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어떤 소명이나 전언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무미함이야말로 자연스러움의 적극적이고 완전한 특징이다. - p.36

 

고대 중국 사상이 현실에 접근하는 관점은 진실로 '존재'하며 결코 변하지 않는 것(물자체, 이데아)이 무엇이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내재하며 생성에 그 변전의 논리를 부여하는 일관성을 묻는 것이다. 그 기량 덕분에 세계는 계속하여 갱신되며 생명은 부단히 펼쳐진다. (중략) 유가의 선비들이 보기에, 자연이 순환을 계속하고 그 풍요로움을 고갈시키지 않고 전파하는 것이나 군자의 덕이 꾸준히 행사되어 만물에 부단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하늘도 군자도 자신의 도정道程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문이다. - p.39

 

중용의 덕은 인간 행동이라는 경지에서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그래도 그것은 여전히 가장 흔한 이상, 필남필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상이다. - p.41

 

'단순함'과 '평범함'은 진정성의 보장이다. 강하게 유혹하는 힘이 닳아 없어질 맛과는 반대로, 군자의 '담백함'은 결코 싫증이 나지 않는다. (중략) 만일 담백함이 도道의 맛, 유일하게 가능한 맛이라면, 그것은 체념이나 환멸에 의해서가 아니라, 담백함이야말로 근본의 맛, 사물의 가장 진정한 '뿌리'의 맛이기 때문이다. - p.43

 

어느 가 나라 사람이 망해가는 자기 나라를 떠나면서, 천금 가치가 나가는 옥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람에게 옥은 이익으로 결합된 것이지만, 아기는 하늘로 맺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익으로 결합된 사람들은 어려움과 곤란함을 당하면 서로 버리지만, 같은 불운 가운데서도 하늘로 맺어진 사람들은 한층 더 가까워진다. 왜냐하면 이해관계로 결합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 결합을 깨뜨릴 이유 또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지만,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합니다. 군자의 담백함은 우의를 더하게 하고, 소인의 달콤함은 우의를 끊습니다" 라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p.48

 

대체로 사람의 재질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것은 균형과 조화이다. 그런데 성격이 균형 잡히고 조화롭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범하고 담백하며 아무런 맛이 없어야 한다. 그런 성격은 다섯가지 기량을 어울려 어떤 경우에나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 - p.52

 

가장 아름다운 음악, 가장 큰 효과를 내는 음악은 가장 강렬한 음악이 아니다. 강렬한 음이 우리의 감각을 완전히 장악하는 감각적 현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포만감을 주어 더 기대할 것이 없게 만든다. 따라서 최고의 음악은 여음에 가깝다. 여음과 마찬가지로 맛의 여운, 즉 유미는 다함이 없는 잠재적 가치를 환기하며, 실제로 맛볼 수 없는 만큼 한층 더 바람직한 어떤 것이 된다. - p.62, 63

 

일반적으로 중국 비평은 개념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며 분석적 인식이라는 경지에서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문학을 논하는 것은 가치라는 입장에서, 좀 더 잘 감상하기 위해, 양극성이나 친근성의 망에 비추어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 p.96

 

짙은 것은 다하여 메말라지나

담백한 것은 점점 더 깊어진다.

 

예스런 차이에서 나오는 정신은

담담하여 담을 수 없다.

 

꽃잎이 떨어진다 말 한마디 없이.

사람은 담담하고 초연하기가 국화꽃 같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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