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숨이 차오를만큼 열심히 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지지 않는 다는 말.

 

반드시 누구에게 이기고 싶은 마음, 혹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기는 삶을 살기위한 스스로의 채찍질을 위해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받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지지 않았다라는 말은 아직은 괜찮다라는 말과 동의어였으니까.

 

책에서 말하는 지지 않음의 핵심은 자신의 현재 모습과 생각, 그리고 꿈꾸는 미래와 그에 대한 염원 등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것이다. , 본인의 내면에 충실할 수 있고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바로 핵심이라 하겠다.

 

김연수 작가는 이처럼 경쟁에서도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로 달리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 달리기라는 소재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엮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달리기는 달리는 만큼의 고통과 보람이 몸으로 체득된다. 바꾸어 말하면 본인의 내면의 메시지와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한 목적 설정을 순위다툼이 아닌 자기 페이스 유지와 완주로 설정하게 되는 순간 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달리는 시간, 즉 계절의 변화와 달리는 시간대 차이와 같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직접적으로 느낌으로 해서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 말한다. 작가에게 달리기, 그리고 마라톤은 마치 그의 인생이다.

 

중학생 시절의 은사께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시곤 했다. “사람에게는 그 순간에 어울리는 일이 있다. 그 일들은 때론 그 순간에만 할 수 있고, 또 그 순간에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놓치게 되면 다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자기의 것으로 온전히 살아낸다는 것은, 그 시기에 맞는 적합한 일을 놓치지 않고 해내는 것이다.” 라고. 어쩐지 이 책의 내용과 은사의 말씀이 겹친다. 그리고 삶을 충분히 이해하게 하고, 그렇게 살게끔 유도하는 작가의 달리기라는 훌륭한 도구가 내심 부러워진다.

 

본문에서는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글라써의 긍정적 중독이라는 말을 빌려, ‘달리기와 같은 자신만의 훌륭한 삶의 취미를 선택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중독의 대상의 요건인 1) 자발적으로 매일 1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경쟁적이지 않은일 2)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숙달을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 3) 혼자서든 여럿이든 상관없지만, 혼자하더라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일 4) 행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일 5) 스스로만이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일 6) 스스로 비판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일. 이렇게 6가지를 만족한다면 자기만의 훌륭한 취미이자 삶을 충실히 살게 하는 척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내게도 이런 삶의 척도가 되어준 취미는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있다. ‘독서자전거 라이딩’. 하지만 독서는 정신적인 노력을 요할 때도 있고, 또 작가에게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외하게 된다. 그러면 남은 것은 한 가지. 자전거 타기. 그렇다. 비교적 잦은 횟수로 나는 자전거를 탄다. 저녁을 먹고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나, 혹은 소화가 안 된다거나, 또는 몸이 찌뿌둥 하다거나, 이유가 어찌되었건 가까운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주말에도 여의도나 비교적 먼 코스로 자전거를 자주 타고 나가는 편이다. 보여지는 이유란 만들어 합리화하기 나름이니까, 정말 내가 자전거를 타는 진짜 이유 하나만을 꼽으라면 타는 동안은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지나는 공기, 풍경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도 큰 몫을 한다.

 

작가가 달리기에 대해서 예찬했던 것처럼, 나도 자전거 라이딩을 예찬해볼까? 자전거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불확실성이다. 어디로, 어느 속도로, 어떤 길을 달리느냐에 따라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바로 안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기 전과 타는 동안에는 나의 몸 상태에 대해서 민감할 수밖에 없고, 항상 전후방을 예의 주시하게 될 뿐만 아니라 좌우의 사람이나 차량의 움직임에도 집중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모든 자전거를 타는 것에 변수가 될 수 있을 만한 것에는 집중하게 된다. 날씨, 햇볕, 바람 등등도 포함된다. 그렇게 그 순간마다 판단을 내리고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여 대처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가가 달리기를 인생에 비유한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삶은 확실한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젊고, 그래서 살아가야 할, 살아내야 할 내 인생은 펼쳐져 있으니까. 인생은 누군가와의 레이스가 아니라 나의 몫이라는 것을 잘 아니까. 결국 이기고 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의 문제이니까. 걱정할 것은 없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선택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타인의 삶과 상황은 인정하고, 새로운 것은 믿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온전히 내 몫으로 받아들일 마음가짐만 되어있다면 행복해 질 수 있을테니까.

 

 

 

 

 

 

◆◆ 기뻐하고 슬퍼하라, 울고 웃으라

몇십 년을 더 살게 된다면 아마도 늙은이가 될 것이다. 이게 별일 아닌 것 같은데, 가끔씩은 좀 놀랍기도 하다. 그 몇십 년이라는 게 지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쏜살같이 사라진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삶을 살아 보자고 매 순간 다짐하는데도 그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 p.16

 

세상이란 초등학생들의 기대처럼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자란다는 건 내일의 세계가 오늘의 세계보다 더 나아진다는 걸 믿는 일일 텐데, 세상이 이 모양이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라기가 좀 힘들어진다. - p.17

 

다시 말해서 희로애락의 고통을 피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길이 지복의 삶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건 복에 머무는 삶이 아니라 감각이 잠든 삶이리라... 다만 나는 고통이나 기쁨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후 6시의 달리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우선 두려움과 고통은 다르다는 점이다. - p.19

 

◆◆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고통과 경험이 혼재하는 가운데, 거기 끝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자발적으로 고통이 아니라 경험을 선택할 때, 그렇게 매일 그 일을 반복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삶을 만끽하려는 이 넉넉한 활수의 상태가 생기는 것이라고. 어쨌든 아직까지 그 이유는 모든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가능하리라.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떄는 반드시 그렇다. - p.27

 

◆◆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

유행가를 나는 좋아한다. 영원과는 거리가 먼, 곧 잊힐 노래라서. 그럼에도 바로 그 이유로 영원히 기억에 남으므로. 유행가의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그게 바로 평생 최고의 노래만 듣는 방법이다...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 p.31

 

◆◆ 막 청춘의 절정이 지나갔다

아마도 그 여름의 절정이 지나갔다면, 그날 낮에, 우리가 낮잠을 잘 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간 게 틀림없었다... 되돌아볼 때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지 않고,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지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p.37

 

◆◆ 하늘을 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

살아오면서 나도 이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열 번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이 삶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일을 배워야만 한다. 내 인생이 저마다 다른 나날들로 이뤄진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p.40

 

순간 달라지는 세계에서는 우리 역시 변할 떄 가장 건강하다. 단단할 때가 아니라 여릴 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볼 때마다 내가 여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여리다는 건 과거나 미래의 날씨 속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는 매 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고 싶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 p.42

 

◆◆ 그저 말할 수만 있다면,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외로운 밤들을 여러 번 보낸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하물며 누군가의 인생이 정의로운지 비겁한지. 성공인지 실패인지 말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다. - p.45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고 내가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관계는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 사이를 유지하는 건 막힘이 없는 소통이 아니라 그저 행위들, 말하는 행위, 그리고 듣는 행위들일지도 모른다. - p.49

 

◆◆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는 이 여름의 전부

휴식이란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잠시 시간을 내서 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나를 둘러싼 반경 10미터 정도, 이게 바로 내가사는 세계의 전부구나.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몇 명, 혹은 좋아하는 물건들 몇개. 물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계가 그렇게 넓을 이유도, 또 할 일이 많을 까닭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 p.55

 

◆◆ 도시에 공급하는 고독의 가격을 낮춰 주기를

혼자서 별을 바라본다는 건 단순히 별을 관찰하는 일과는 다르다. 그건 고독을 인정하는 일, 혹은 어둠을 직시하는 일이다. 밝은 신도시의 밤에는 내가 고독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제 고독은 부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이 됐다. - p.64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고독은 뭐랄까.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데 이 우주는 영원히 반짝일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걸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이런 감정을 절대로 느끼지 못한다. 도시에서는 금방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저렴한 연민은 나를 자만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나마저도 그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리라. 이 모든게 환한 밤 때문이다. - p.65

 

◆◆ 2009년 하늘의 목록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했다.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었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 p.73

 

자연이라는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때로 그건 너무 잔인하다. 어떤 일을 두고 누군가 "자연스러운 일이지"라고 말한다면, 그게 잔인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p.75

 

◆◆ 누구나 이미 절반은 러너인 셈

인생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가?"로 집약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 p.83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가 어렵듯 매일 달리기를 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매일 후달리지 않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억지로 달리는 일을 안 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 p.85

 

◆◆ 사람이 너무 좋은게 콤플렉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젊었을 떄보다 훨씬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유는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기 때문에. 20대가 사는 세상은 지속 시간이 짧으니 삶에는 인과보다는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60대가 사는 세계는 벌써 70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다. 시간이 그 정도 지속되면 결과를 통해서 원인을 따져 볼 수 있다. - p.89

 

◆◆ 준비성 없는 여행자들을 위한 마법의 주문

여행자란 어떤 사람인가? 일어난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넘겨짚고, 현지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여기는 사람이다. 우린 애당초 그렇게 생겨먹었다. 내게 여행이란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이 태도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 p.120

 

◆◆ 롤러블레이드 할아버지, 에스프레소 할머니

어쨌든 시간만 지나면 누구나 늘어나는 나이가 아니라 그가 한 행동들로 그 사람을 구별짓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남들보다 몇 년 더 살았다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 p.128

 

◆◆ 로자는 지금 노란 까치밥나무 아래에

달리기에서 스트레스란 실제적인 적이다. 실제적인 것이니까 나타 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 달릴 일을 생각해서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게 될 떄 받는 스트레스는 원래 없는 스트레스다. - p.149

 

행복과 기쁨은 이 순간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과 기쁨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겨울에 눈이 내린다면, 그날은 행운의 날이다. - p.151

 

◆◆ 평일 오후 4시의 탁구 시합

인생은 왜 이다지도 긴 것일까? 그 이유는 긴 인생의 눈으로 조망할 때에만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을 선용하는 기술은 바로 거기에, 지금 이 순간 할일을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으니까.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하고 지나가는 게 좋겠다. 나중에는 또 그때 할 일이 있을 테니까. - p.169

 

◆◆ 기회야, 인생아, 머리 길러도 괜찮아

기회의 뒤통수에는 머리카락이 없어 지나가고 나면 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기회의 친한 친구가 바로 인생이다. 인생의 뒤통수에도 머리카락은 없을 듯. 대신 그 뒤통수에는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씌어져 있을 것 같다. 멀리서 돌아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큰 글자로. - p.198

 

◆◆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청춘의 시간이 꼭 그렇게 흘러간다. 열심히 뭔가에 빠진다. 그 다음에는 갑자기 다 부질없어 보인다. 20대에는 제대로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모든 게 갑자기 부질없어 보이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20대에는 결과는 없고 원인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고 생각하고, 그제서야 제대로 산다고 본다. 우리가 자꾸 결과를 원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20대란 씨 뿌리는 시기이지 거두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20대에 우리가 원할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원인뿐이니까. - p.205

 

20대가 지난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가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해야만 할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 p.207

 

◆◆ 여름의 첫 번째 숨결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그건 다 뻥이다. 아마도 어른들은 자란다는 것은 질서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217

 

성격과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에게서 아주 많이는 말고, 조금만 다르게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우는 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나를 완전히 바꾸는 일에는 능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는 일은 늘 환영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와 비슷한 인류를 늘 사랑했다. - p.218

 

◆◆ 호수가 얼어 붙은 날의 문장들

운동화는 놀라운 일들을 한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낙엽과 새순, 하얀 눈과 검은 비, 뜨거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땀과 눈물 등 서로 대조적인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들 수 있다. , 달리기란, 우리가 평생하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의 진로를 나란히 만드는 일. - p.227

 

◆◆ 오래 달리거나 깊이 잠들거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 일들이 그때부터내 주위에서 많이 일어났다. 열심히 운동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 게 정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굉장히 많다. 또 착한 사람들보다 나쁜 사람들, 모두들 싫어하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 더 오래, 그리고 잘 산다. 굳이 말하자면 그런 식의 일이었다. 인생은 가끔씩 그렇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불합리의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 p.253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절망과 좌절, 두려움과 공포가 거기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거기에는 오직 길과 바람과 햇살과, 그리고 심장과 근육과 호흡뿐이다. - p.254

 

◆◆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일에 중독되다

긍정적 중독이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를 뜻한다고 말했다. 행복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며 세계가 혁명적으로 바뀐다는 것도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 p.262

 

◆◆ 몸으로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사람이 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색을 통해, 명상을 통해, 혹은 대화를 통해.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경험한다는 얘기다. 경험한다는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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