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 쟁탈의 한국사 - 한민족의 역사를 움직인 여섯 가지 쟁점들
김종성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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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의 '패권'은 영어로는 헤게모니로 어떤 분야에서 우두머리나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여 누리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말한다.
  책 내용은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고, 통찰과 재미를 선사한다. 유목민족에서 농경민족으로 패권이 역전된 패러다임이나 기후변화가 한민족을 포함한 세계사에 끼친 영향 등을 상당한 논리적 토대와 배경지식으로 탄탄하고 설득력있게 전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민족의 국가와 주변에 포진한 이웃국가, 그리고 범위 내에 있지 않은 여타 세계 문명 및 세력들을 한민족으로 구심력이 발휘되는 지점, 즉 상호작용과 쟁탈의 역사를 6가지 '요인'(개인적으로 책에서 패권으로 표현했다고 봄)으로 명쾌하고 분석해 포착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저자가 보는 한국사가 자기 의도와 논리에 맞게 서술되고 있다, 역사 서술이 기존의 주류적 시각, 해석, 서술에서 잠시 다른 궤로 가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제법 깊이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전개이다.


  한편, 글쓰기 스타일에 작가만의 내공이 깃든 것 같다. 아무래도 학부가 한국철학 전공이니까 훗날 석박사를 사학으로 했다지만 철학가적 글스타일이 내재된 것 같다. 나도 요즘 철학에 관심있어 여러 책을 좀 읽는데, 정통 역사서와는 다른 결을 가진 김종성 작가님의 <패권 쟁탈의 한국사>를 읽어나가는 것이 비교적 술술 읽히는 것을 보면 이런 저런 책을 본 게 영 효용(배운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철학이 어휘 사용이 다른 학문과는 남다르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패권 쟁탈의 한국사>를 읽고 나서 크게 알게된 점이 있다. 먼저 제목과 같이 '패권'의 향방이라는 논점을 통해, 일국의 관점이 아닌 세계사적 관점에서 어느(주로 우리 한국을 지칭) 한 주체가  패권의 흐름 위를 먼저 올라 타거나(예컨대, 길road의 성격, 초원길이냐 비단길이냐 바닷길이냐)  또는 또 다른 패권(예컨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쟁탈'하는 양상을 그려내 보임으로써  예컨대 한국 고대사 속 국가들의 존망과 동아시아 한,중,일의 삼각구도같은 복잡다기한 여러  역사적 변수가 서로 맞물리는 상황을 단순하고 어렵지 않게 설명한 점이다.


  개인적으로 진취성이 돋보이는 <패권 쟁탈의 한국사>에서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대목은 특기할 만하다. (현 시점은 바닷길 시대이므로 대체로 전통적인 '대륙세력'보다 '해양세력'이 보다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태평양 동쪽의 해양세력이자 바닷길을 개척한 집단의 후손인 '미국'과, 태평양 서쪽 전통적 강자인 중국사이에 위치하는(통일한국이라는 가정 하에) 중견국으로서 전통적 초원길과 새로운 바닷길 사이를 매개하는 중요 허브가 되겠다는 전망이다.

  이를 지나친 비약, 약간의 과장, 이를 넘어서서 허무맹랑한 소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대강의 구상으로 그리 진지하지 않게라도 일단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유익한 독서였다. 저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 연구, 집필에도 좋은 성과와 길운이 따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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