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원이 쓴 페북 글이 화제다.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선언문인데,
그 이유를 보면 그가 페미니즘에 대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가장 큰 오류는 페미니즘이 꽃길이라는 것.
페미니즘 편에 서면, 일단 인터넷을 장악한 남성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갑자기 수천의 안티를 거느리게 된 내 경우를 보면 그건 너무도 명백한 사실인데,
돈이라도 벌면 만회가 되겠지만 내가 페미 편에 선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도 결코 아니다.
1) 어차피 내 강의의 대부분은 과학. 독서. 기생충이고, 페미 강의는 거의 없다.
올해 내가 한 페미 강의는 세 번인가 그렇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페미니즘 강의는 강사료가 다른 곳보다 훨씬 적다 (그나마 기부한다)
2)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인지도가 올랐으니 책이 더 팔리잖아?”
책을 사는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일텐데,
일단 남성들은 내 책을 그전보다 덜 산다. 
당장 내 책을 안사겠다고 선언한 사람만 여럿이며,
그렇다고 여성들이 내 책을 더 사주는 건 아닌 모양이다.
게다가 페미를 주제로 한 최근 책은 인세를 안 받기로 합의했다.

욕만 먹고 돈은 벌지 못하는 게 꽃길이라면, 그 꽃은 도대체 어떤 꽃이어야 할까?


반면 페미니즘을 욕하는 건 돈이 된다.
워마드라는 꼴통과 싸우는 유아인은 빛아인으로 칭송되며 (난 유아인이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군대가는 남성들을 불쌍하다고 한 전원책은 문제의 그 토론회 이후 예수 급이 돼서 남성들의 환호를 받는다.
위 페북 글을 쓴 장주원을 보자.
그의 소설이 많이 팔린 것도 아니기에, 날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잘 몰랐다.
그를 알던 사람도 그의 책을 읽어서라기보단
그가 2년 전 페북에 남긴 몰카를 옹호하는 듯한 글 때문이다.
“몰카나 유출영상에는 ‘사랑’이 있다”며 연출된 포르노는 보고 싶지 않기에
“내가 볼 수 있는 포르노는 몰카 혹은 유출영상 뿐“라고 한 것이다.
이랬던 분이 지금 반페미니즘 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은
반페미야말로 꽃길을 걷는 일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그의 말대로 페미니즘이 꽃길이면 보다 많은 남성들이 페미 편에 서거나 서는 척이라도 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대전 지족고라는 곳에 다녀왔다.
물론 페미 강연이 아닌, 독서 강연이었는데,
그 옆 학교 학생이 올린 다음 글은 페미 편에 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소주 사장을 부른 이 학교는 최소한 날 부른 옆 학교보다 등록금 낭비는 안했다는 내용인데,
지금의 고등학생에게 페미니즘 편에 서는 날 부르는 건
등록금 낭비다.
지족고 인근 학교에서 강연요청이 오면 가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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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2-0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이게 생각 보다 심각한가 봅니다.
페미고 반페미고 지간에 우리나라는 너무 파벌 싸움이
심한 것 같습니다.
서로 좀 불쌍히 여기고 화합하고 이러면 좋을텐데
그걸 가지고 또 낭만주의니 온정주의니 하며 시비거는 사람도 있겠죠.
그래가지고는 21세기가 가도 해결이 안 되는데 말입니다.

근데 마태님 같이 욕을 먹으면서까지 싸워주는 사람이 있는데
무늬만 페미인 척 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그런 사람 보면 솔직히 빡이 돌고, 여자들 두번 울리는 거죠.

마태우스 2017-12-02 15:58   좋아요 0 | URL
고교생뿐 아니라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여혐이 유행하고 있죠. 작은 여혐의 불씨가 온 국토를 태울 기세더라고요. 페미와 반페미를 떠나서 인간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는 잘못된 건데, 그런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요. 그게 우려스럽습니다.

stella.K 2017-12-02 16:17   좋아요 0 | URL
우리 초등학교 때도 그런 거 좀 있지 않았나요?
물론 그땐 여혐이란 단어는 없었고
중학교 가면서 남여 학교로 분리가 되니까
좀 옅어졌을 테지만.

남혐, 여혐 나눠봤자 고립만 초래할 뿐인데 걱정이네요.
전 요즘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질문들>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물론 미국 사례이긴 하지만 성교육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나겠구나 싶기도 해요.
남자나 여자나 어렸을 때부터 성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는
사례를 조목조목 짚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기회되시면 한 번 읽어보시라고 감히 추천 드리고 싶네요.
그걸 기생충과 연결시켜 강의해 주셔도 좋을 것 같구요.ㅎ

마태우스 2017-12-02 20:47   좋아요 1 | URL
그래도 저희 때는 좋아하는 마음을 짖궃게 표현한 것이라는데, 지금은 그 차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스텔라k님과 저는 모든 문제는 책으로 해결한다, 는 점에서 아주 비슷하네요^^ 그런 책은 사실 저희가 아니라 초중고 선생님들이 읽어주셔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강의에 도움이 된다니, 기꺼이 읽겠습니다 *(근데 아직 님 선물하신 책도 다 못읽었어요 ㅠㅠ)

stella.K 2017-12-03 20:03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공부하신다면서 가리시면 안 됩니다.ㅎㅎ
저의 책은 그냥 감사의 뜻이니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선물한 책이 숙제가 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마태우스 2017-12-04 12:38   좋아요 0 | URL
아 그렇죠. 가려가며 공부하면 안되죠. 알겠습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