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이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고등학교 땐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난 그냥 호명만 되고 나보다 성적이 안좋은 다른 친구가 대표로 나가 상을 받았다.
대학 와서는 물론이고 사회에 나가자 더더욱 상을 받을 기회가 적어졌는데,
내가 글을 쓸 때마다 '주어단상'처럼 '단상'이란 말을 제목에 자주 썼던 이유도
다 이런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드디어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았다.
우리학교엔 지난 5년간의 연구업적을 따져서 수상자를 결정하는 범은학술상이린 게 있는데,
올해 그 상을 내가 받게 된 것.
업적이 나보다 훨씬 뛰어난 다른 단과대학 선생이 대표로 상을 받았지만,
나 역시 단상에 올라갈 수 있었고,
설립자의 손자이기도 한 총장은 나를 비롯한 수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단상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술만 마시고 연구는 하나도 안하던, 그래서 잘릴까봐 걱정하던 6년 전만 해도
이런 영광스러운 날이 나한테도 찾아올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아니 언제 이렇게 연구를 많이 했나요?"라고 묻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답해줬다.
"해보니까 논문이 제일 쉽더라고요."
어릴 적부터의 꿈을 이룬 날이니 세레모니를 과하게 해도 용납되지 않을까 싶어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생쇼를 좀 했다.
재수 없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상패는 시작 전에 미리 나눠줬다
단상에 올라간 사진. 연구업적부분 수상자는 4명이었고 (단과대별로 한명씩) 오른쪽에서 두번째 회색 양복을 입은 놈이 나다
그간의 노고라, 땅 파서 기생충알을 뒤지고, 멧돼지 근육을 빻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요즘 여러가지 일이 있어 체중이 좀 줄었는데, 배는 여전하구나.
학교 상징동물이 곰인데 내가 두산 베어스 팬이라니, 신기하다. 2012년 우승을 위해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