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Monde Diplomatiqu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6 - 한국판
르몽드(월간지) 편집부 엮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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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론주의의 아르헨티나’ ‘뉴욕 경찰이 접수한 학교’ ‘이탈리아 마니풀리테의 좌절’ ‘볼리비아 기득권의 자치 요구’ ‘기로에 선 일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를 뒤적이다 보니, 갑자기 스스로가 왜소해 보인다. 우리네 신문이 다루는 주제와 르 디플로의 그것이 너무도 판이하게 달라서다. 우리네 신문은 1면에 ‘한나라당이 어쩌고저쩌고’, 2면은 ‘민주당이 어쩌고저쩌고’ 3면은 ‘막가는 정치’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 국제적 사건은 6면에 잠깐 소개를 하는 게 고작이지 않은가? 신문이 일간지고 르 디플로가 월간지라는 것도 관계가 있겠지만, 어디선가 주워들은 풍문에 의하면 외국신문은 1-3면을 국제적 사건에 할애한단다. 게다가 우리나라 월간지라고 해서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건 결코 아니다. “김심은 어디에 있나”라든지, “이회창 칩거” “박근혜 삐짐” 같은 기사들이 월간지를 채워 왔으니까.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제정세에 둔감한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건, 그리고 경상도와 전라도를 나눠가면서 쪼잔하게 싸우고 있는 건 언론 탓이 클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이냐, 정치.사회 각 분야가 전부 80년대로 회귀하고 있는 마당인데, 한가하게 국제 정세나 훑고 있을 수야 없지 않느냐? 하지만 프랑스라고 해서 뭐 시급한 문제가 없을까? 모르긴 해도 그곳 역시 국내 정치로 신문의 80%를 채우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그네들은 국제정세를 열심히 탐독한다. 프랑스가 국제사회에서 큰소리를 치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프랑스가 잘 사니까 그런다고 하지만, 세상이라는 게 꼭 GDP만으로 설명되는 건 아니다. GDP로는 빠지지 않는 일본이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르 디플로를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은 하나가 되고 있는 유럽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못하다는 것. 관련 기사의 한 대목이다. “과연 유로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유럽이 통합되고 나서 잘 나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어려움이 많은가보다. 때가 때이니만큼 월드컵 얘기도 빠질 수 없는데, 르 디플로는 FIFA의 지나친 돈벌이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1990년대에 치른 세 차례 월드컵 중계를 위해 지불한 액수는 18억원 정도”지만 2002년에는 코리아 풀이 무려 455억원을 지불했다는 것. 2006년에는 그보다 적은 260억이었지만, 그래도 90년대에 비해 열배 이상 뛰었다. 이게 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혈안이 된 FIFA 때문으로, SBS 독점중계 역시 그 일환이란다. 르 디플로의 기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대회 종료 이후 이에 대한 면밀한 사후 평가를 통해 SBS 독점중계의 득과 실을 철저히 따져보고 이를 토대로 한국 스포츠 방송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우려스러운 점 하나. 퇴임 때 35만 달러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산이 2007년 1억달러가 되었고, 3선에 성공한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재산이 50억달러란다. 디플로는 ‘돈과 정치의 밀월 관계가 어느 때보다 돈독해지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가 정치 때문이라는 거다. 재산이 수백억에 이르는 대통령을 둔 우리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 영 씁쓸하다.


우리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광활한 시야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게 르 디플로를 읽는 고통이지만, 두 장 정도 읽고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 적토마를 타고 달리는 느낌을 주는 것이 르 디플로의 기쁨인 듯하다. 이런 르 디플로가 마케팅 상대로 알라딘과 손을 잡기로 했다. 대부분의 잡지는 전화를 걸어 “우리 잡지 한권만 봐달라”고 마케팅을 하지만, 고품격 잡지인 르 디플로의 전략은 차원이 다르다. 알라디너 한명에게 그 달치 리뷰를 부탁하고, 그분한테 1년치 구독권을 주는 것. 앞으로도 이어질 리뷰 릴레이의 두 번째 주자로 아프락사스님이 수고해 주시기로 했다. 앞으로도 고품격에 목마른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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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6-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ㅠㅠ 정말 국제적인 시대에 필요한 월간지인듯 하네요. 르몽드는 알았는데 디플로는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정기구독 하고픈 가치가 충분할듯 합니다. 마태님 정보 감사합니다.^^

ps : 아하,그러니까 마태님께 디플로에서 리뷰제의가 온것이고 이 글이 첫번째 시작인거군요? 와우~
ps2 : 한겨레 링크중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사이트가 링크되있네요.
http://www.ilemonde.com/

노이에자이트 2010-06-1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몽드 지가 경영난으로 매각절차를 밟는다고 하는군요.쟁쟁한 언론사들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지나가던중 2014-08-2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를 뒤적이다 보니, 갑자기 스스로가 왜소해 보인다. 우리네 신문이 다루는 주제와 르 디플로의 그것이 너무도 판이하게 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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