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교보 사이트에 가 봤다. 내가 교보를 배신하고 알라딘에 갈 때와 똑같이 인터넷교보는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듯했다. 교보에도 인터넷교보라는 팀이 꾸려져 있지만,
교보라는 곳이 원래 오프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탓에 인터넷에서는 알라딘의 적수가 되기는
어려운 걸까? 오프라인의 우세를 온라인으로 확장시키는 건 불가능한 것일까.
지금이야 교보가 최강이지만, 인터넷서점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걸 교보는
모르는 듯하다.

모니터요원을 하면서 난 독자서평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같은 모니터요원 한명이
"독자서평이 뭐가 중요하냐"고 했지만, 난 인터넷에 자기 이름으로 된 서평을 남기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심리를 십분 이해한다. 서평들이 정리가 전혀 안되어 있는 교보에 비해, 알라딘의 서평
시스템은 정말 기가 막히다. 서평을 쓴 사람의 이름을 클릭하면 그 사람이 썼던 서평이 몽땅
나오는데, 최근에는 아예 '나의 서재'가 만들어져 그가 알라딘에서 한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있다.
그 서재를 통해 독자들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광경은 서점이 사회적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옛날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알라딘은 최근 서재에다
게시판의 기능까지 추가해, 소통 기능을 훨씬 업그레이드했다.

교보가 아무 것도 안한 건 아니다. 쥐꼬리만한 예산을 투자해 교보가 준비한 것은
'쩜책 이벤트'다. 인터넷 URL에다 '박완서.책'이라고 한글로 쳐 넣으면, 바로 교보 사이트로
연결되며 박완서의 책이 몽땅 불려진다. 매우 획기적으로 생각되는 이 서비스를 그러나 사람들은
별로 모르는 듯. 그도 그럴것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즐겨찾기를 통해 사이트에 접속하지
일일이 URL에 주소를 쳐 넣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즉, 교보는 괜한 일에 돈만 썼을 뿐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두 서점의 차이는 독자서평에서 드러난다. 베르베르가 쓴 <나무> 한권을 놓고
볼 때, 교보에 올라온 서평은, 신설된 30자 서평까지 합친다 해도 70개를 넘지 못하는 반면,
알라딘에는 188개의 서평이 올라와 있다. 교보는 서평의 갯수를 가지고 시상을 하지만, 알라딘은
서평의 질을 따진다. 교보에 실린 서평 중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는 책에 어떤 이가 이런 서평이
달렸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저같은 말없는 다수는 이회창님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이런 서평은 교보에는 실리지만 서평을 심사한 후 게재를 결정하는 알라딘에는 실릴 수 없다.
서평 10편당 5천원의 상품권을 주는 것도, 좋은 서평을 많이 쓴 사람에게 '명예의 전당' 회원증을
주는 것도 독자들의 욕구를 부채질한다. 참고로 내가 서점을 하게 되면 고액에스카우트하고픈
분인 '서울의 평범한 여대생'은 현재까지 쓴 서평이 400개가 넘는다(서평 하나하나의 문학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다).

좋은 배송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알라딘이다. 지하철 역마다 모닝 365의 해피샵이
만들어졌을 때, 난 정말 좋은 의견이라고 감탄한 적이 있다. 그때 교보 측에 이런 글을 남겼다.
"교보도 저런 아이디어를 내야하지 않겠습니까. 뭐가 좋을까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알라딘에서 집근처 편의점을 통한 배송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난 더더욱 감탄했다.
언제 어느때고 찾을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배송시 천원을 깎아준다니!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이
많아 그간 다른 집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던 그간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그저 환호작약할만한
일이 아닌가. 다 같은 머리일텐데 알라딘은 되고, 교보는 안된다. 지금이야 교보가 최강이고,
당분간은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재미를 포기할 수야 없겠지만, 공짜로 책을 읽고파하는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박대하는 교보 강남점을 보면서 교보가 일등할 날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공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서점이
어찌 잘될 수가 있겠는가. 공룡이 왜 멸망했는지 그 이유를 교보는 곰곰히 새겨야 할 것같지만,
별로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한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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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3-11-26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가끔.. 마태우스님의 서재에 들리는 찌리릿이라고 합니다. ^^ 첨에.. 홍세화선생의 <빨간신호등>의 리뷰를 통해 들어오게되었습니다. 리뷰를 보고 `아... 코드가 맞는 사람 만났네...`했습니다. 요즘 제 취미가 제가 좋아하는 사회.인문학 서적을 통해 서재를 즐겨찾기 해놓는거거든요.

저는 알라딘 웹기획팀에서 나의서재와 같은 웹서비스나 페이지, 이벤트 기획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보는 알라딘은 이길 수 없다`는 제목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건 오늘도 그랬지만.. `어떻게 하면 "의미있는" 인터넷서점이 될 수 있을까?`, 좀더 처절한 의미에서는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터여서 더욱 와닿았습니다.

인터넷서점으로서의 `알라딘`은 각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출로 따지면야 예스24가 1등이고, 교보가 2등입니다. 알라딘은 그 뒤지요. 그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알라딘은 그래도 `서비스 최고`를 실현하겠다는 자부심과 꿈을 가지고 5년을 일해왔습니다.(사실 그저께가 5주년 기념이었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경제 전반이 그렇겠지만.. 매우 시장 상황이 좋지않고, 인터넷서점은 더더욱 힘든 때입니다.

그런 시점에서 알라딘을 제대로 이해해주시는 분을 만나 너무 고마웠습니다. ^^ (칭찬해주면 좋아하고.. ) 저희가 인터넷교보나 예스24에 배울점이 참 많습니다. 사실은 `왜 우리는 그들처럼 못할까..` 라는 생각을 하루에 열두번도 더 한답니다. ^^

알라딘에 장점을 느끼시는 분들이 오히려 더 겁이 납니다. 실망시키지 않는 것 이상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해드려야하니까요.

그러고 보면 알라딘에 각별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예스24나 교보문고에도 그런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겠지요.(수적으로 따지면 더 많을지도..) 하지만 알라딘은 `알라딘이 없어지면 어떻하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각별한` 서비스를 하는 인터넷서점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진정으로 최고의 인터넷서점이 되어야겠지요.

푸념과 희망이 교차하는 회사동료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서재를 돌아보면서... 만난 글이 저에게 용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래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그럼.. 종종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싸이런스 2006-07-14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서재 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