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 사냥 - 맹호반가사유상 개정판 지식 DIY 시리즈
김교락 지음 / 뻥뿅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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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사냥

 

이 책은?

 

두께가 513쪽이다, 무려.

책의 두께가 주는 중압감이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 보통은 책의 앞부분에 여러 가지 항목들을 앞세운다 - 머리말이라든가, 저자의 말, 일러두기, 또는 추천사 그리고 목차를 앞세우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런게 전혀 없다.

있는 것은 옛그림들이다, 얼핏 보기에 무덤 속의 벽화, 동굴 벽화 등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역시 없다.

또한 글쓴 이에 대한 일말의 소개도 없다. 다른 책은 저자가 누구인가에 대하여 조금은 문을 열어 놓고 있는데, 이 책은 참으로 희한하게 한 마디도 없다.

 

책 뒷부분에 김교락이란 이름 아래, 써놓은 글로서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하여 약간의 정보를 내비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직 글로만 그를 알 수 있고, 글로만 책을 알 수 있으니, 별 수 없다, 510여쪽에 이르는 이 책, 읽을 수밖에.

 

이 책의 내용은?

 

다 읽고 나니, 그제야 목차가 있다. 뒤에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는 이 점 생각하고 뒷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목차를 참고하며 읽으면 될 것이다.

 

글의 성격을 확실히 하기 위하여, 저자 이름 아래 써 놓은 글 중 몇 마디를 인용해 본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라디오의 문화프로를 듣고 진행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문화 스토커 수준의 글을 써서 부친다.

여자를 얻기 위해 문화 전체를 걸고 넘어져야 했던 이유가 책 전체에 배어있다. 병약함과 무능함이 여자로부터 도망쳐온 이유라면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문화 예종의 성을 허무는 일이야말로 여자를 얻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는다.>

 

어렵다,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더 읽어보자.

<불현 듯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쑥 들어와 있었고 성폭행과도 같은 미친 시가 성격장애를 토해냈다. 사냥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사냥이 되었다.>

 

역시 어렵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것뿐.

 

그래서 철학을 사냥하는구나

 

다 읽고 나니, 그제야 앞부분 책, 글을 시작하기 전에 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철학&사냥, 그리고 사랑"

거기에서 저자의 책 읽기, 글쓰기가 어떠했는지를 알려 주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내용들이 철학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

그런 당혹감 때문에 무작정 글을 읽게 되었다는 것.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몰라 철학대사전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짐승의 뒤를 쫓는 사냥꾼처럼 낱말 하나 하나를 음미하다가, 철학이 철학을 사냥하는 재미에 함몰되았다.

 

그런 내용으로 저자는 자기 글을 성격 짓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너무 책이 두껍다. 게다가 앞에 목차가 보이지 않으니, 마치 이정표 없는 길에 들어선 느낌이다. 또한 성격이 다른 글들을 체계없이 섞어 놓은 것 같은 편집도 책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조금만 정성과 시간을 들여 글들을 체계화시켜 배열하고, 목차도 책을 읽는데 이정표가 되도록 편집을 해 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참고하여 읽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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