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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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중력인데, 소설이다. 무엇을 말하는 소설일까?

우리가 물리 시간에 배워 알고 있는 중력을 이야기하는 과학 소설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중력이 작동하는 곳에서 작동하지 않는 곳으로의 여행, 곧 우주여행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우주인을 선발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쓴 소설이다.

 

작가와 저작 상황을 살펴보니, 저자 권기태는 <2006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중력은 그 무렵 작가의 눈에 들어온 한 탈락자의 퇴장에서 비롯되었다. “공군사관학교의 교관인 그는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송진처럼 굵고 뜨거운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작가는 그렇게 삶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설의 세계를 만들 수만 있다면하고 바랐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바가 그대로다.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을 다큐멘타리 기법으로 정리해 놓은 듯, 사실적이다. 그 모든 과정을 세밀하고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런 문장들이 그렇게 생각되는 것들이다.

<그 무렵에 김태우가 기록 작가에게 남긴 이야기이다.>(205)

<김유진이 남긴 이야기다.>(220)

 

등등, 주인공의 시점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을 기록 작가들이 남긴 이야기로 보충하면서 그 내막을 자세하게 서술해 놓고 있으니, 이 책은 기록문학으로 불러도 될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은 이진우, 용인에 있는 생태보호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 그에게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우주에 가보는 것, 다시 말해 우주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주인을 뽑는다는 공고가 붙는다.

그것을 보고 응시한 주인공은 다섯 개의 관문을 거쳐야 하는 선발 절차를 하나씩 하나씩 통과하면서 드디어 최종 단계인 4명 안에 들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

 

여기서 말하는 중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에서 작동하는 중력이 아니다.

일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짓누르는 중력, 그것도 포함하는 중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중력의 압박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 상황을 보면, 그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에서 그는 압박을 당한다.

강한 압력이 작동하여, 그를 코너로 몰아 넣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런 말로 그렇게 발버둥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424)

거기에 한마디 덧붙인다.

제 생각은 평범해지겠다는 것이에요.”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 경우를 이런 말로 표현하면 어떨까?

마지막 우주인이 되어 우주로 갔다가 귀환한 김유진이 쓴 글이다.

 

< 땅에 내려앉은 귀환선의 해치는 열리지 않았는데 우리는 벌써 몸무게를 느낄 수 있었어요. 무중력의 감각이 사라져서 아쉬웠지만 우리를 환대하는 그 무엇이었어요. 내가 이 정겨운 땅에 돌아왔구나 하는 느낌이 차올랐어요. 생의 느낌, 내 발이 땅에 탁 닿는 느낌, 내 원래 삶으로 돌아온 느낌, 그래서 아직 열리지 않은 귀환선 안에서 가슴이 먹먹해졌어요.>(437)

 

무중력의 세계에서 다시 중력의 세상으로 귀환한 순간, 느끼는 가슴먹먹함, 우리는 그걸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가능성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이 단단한 현실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지 못한다.> (4)

 

<세상은 원래 무대가 아닌가요. 어느 무대에 서느냐? 그게 중요하지요. 우리는 무대만큼 살고 배역만큼 살아요. 어떤 사람은 누가 볼 새라 슬그머니 드나들고, 어떤 사람은 떵떵거리면서 객석을 울리고 웃기지요. 나는 여기를 거쳐서 더 큰 무대로 갈 거야, 지구를 내려다보는 저 높은 곳으로, 그런 생각, 휴학까지 하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60)

 

이 세상은 무대라는 셰익스피어의 발언이 생각나는 문장이다.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318)

 

다시, 이 책은?

 

결국 주인공 이진우는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하고 다시 돌아온다.

그가 돌아온 곳은?

중력이 살아 작동하는 이 지구다.

 

그는 새로운 연구소에 입사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에게 동료들이 하는 말, “너는 생각의 규모가 달라진 것 같아.”(443)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생각의 규모가 분명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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