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찾은 반짝반짝 빛나는 소설. 김연수 소설 중 내 책장에 세번째로 꽂힌 소설.
완전한 망각이란, 사랑 안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보존. 그러니 이 완전한 망각 속에서, 아름다워라, 그 시절들.
세희를 사랑하니?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사랑해. 내가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하자, 이제까지 내게 없었던 마음 하나가 생겨났다. 그제야 나 역시 그때까지 뭔가가 결여된 채로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죽고 없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하는 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인간을 사랑하는 일. 그 모든 사랑이 내게는 공평하고 소중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끝까지 남아 그 사랑들에 대해서 말하는 증인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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